확장메뉴
주요메뉴


소득공제

체육복을 읽는 아침

리뷰 총점9.9 리뷰 14건 | 판매지수 1,563
베스트
한국 에세이 top100 1주
정가
16,500
판매가
14,85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93쪽 | 374g | 128*188*20mm
ISBN13 9791196769482
ISBN10 119676948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그러니까 여러분이 결혼했는데 그 남편에게 형이 있으면 뭐라고 한다고요?”
“아주버님이요.”
“좋습니다. 그럼 아주버님의 부인, 그러니까 여러분의 손윗 동서는 여러분의 남편을 뭐라고 부르게 될까요?”
“서방님!”
“맞아요! 결혼하지 않은 시동생에겐 도련님, 결혼했으면 서방님이라고 부르지요.”
제일 앞줄에 앉은 두 명 정돈 그렇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지만 무언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제일 뒤에 앉아 열심히 화장하던 한 아이가 마스카라와 손거울을 탁 소리가 나게 책상에 내려놓더니 이렇게 말했다.
“내 남편을 서방님이라고 부르는 년은 죽여버릴 거야!”
아아, 그러니까 얘야, 우리나라는 일부일처제 국가니까 그분은 네 남편을 자기 남편이라고 생각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옛날부터 정해진, 아니 미안하다. 어차피 못 알아듣겠지 싶어 적당한 말을 고르던 중 옆에 있던 그의 친구가 맞장구를 친다.
“그래! 같이 죽이자!”
---「내 남편을 서방님이라고 부르는 년은 죽여버릴 거야」중에서

“여깄습니다, 선생님.”
긴장됐다. 반장에게 건네받은 밀대 걸레 자루는 영화에서처럼 나무가 아니었다. 형광등 불빛을 받아 반사되는 알루미늄 자루의 차가움이 손 안 가득 느껴졌다. 그래도 속이 비어 있으니 한방에 모가지를 잘 노려서 밟으면 한 방에 멋지게 부서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결단의 순간, 왼쪽 발에 힘을 단단히 주고 오른쪽 발 날로 더 정확할 수 없는 힘점을 노려 찼다.

하지만 자루는 깔끔하게 부러지는 대신 알파벳 L자에 가까운 형태로 힘없이 구부러지고 말았다. 갈등했다. 여기서 그만둘 것인가, 아니면 기어코 자루를 뽑아낼 것인가. 구부러졌지만 걸레를 밟고 양손으로 자루를 당기면 뽑힐 듯했다. 그러나 최대한 표정을 관리하면서 자루를 당겼다. 서너 번 용을 써도 뽑히지 않았다. 이제는 이 밀대 걸레의 구조가 궁금해서 들어 올려 가까이서 보다가, 전날 교직원 회의의 환경부장 선생님의 그 말씀이 떠올라 힘없이 자루를 던져 버렸다.
“우리 아이들이 하도 밀대 걸레로 싸움을 하다 보니 많이 파손됩니다. 그래서 제가 일일이 자루랑 걸레를 나사로 고정해뒀어요. 하하하”
눈 감고 있으라고 했는데 실눈을 뜨고 그 모양을 보던 아이들은 웃음을 참느라 야단이었다.
---「건강한 빗자루는 꺾일지언정 부러지지 않는다」중에서

장례식장에서 입관을 마치고 장지로 가는 길 중간에 학교가 있었다. 알고 싶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졸업을 못 하고 죽으면 한이 맺히니 매장이나 화장을 하기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한 번 마지막 인사를 하게 해 주는 게 지역의 풍습이라고 했다. 화창하게 맑은 날 오전, 관을 실은 운구 차량과 버스가 학교 운동장에 들어왔고 효석이의 동생이 형의 영정 사진을 들고 버스에서 내려 3층 교실로 올라왔다. 그해 효석이의 담임은 자동차과의 박 부장 선생님이셨지만, 1, 2학년 내리 담임을 맡았던 내게 마지막 인사말을 하라고 말씀하셨기에 이미 교실에서 효석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교실 뒷문으로 효석이는 천천히 들어와 제 자리에 앉았다. 검은 옷을 입은 어른들이 최선을 다해 교복을 차려입은 아이들을 다독이는 가운데 나는 마지막 종례를 시작했다.

“그동안 고마웠다. 덕분에 행복했다. 마지막 종례의 전달사항. 천국에 가서도 행복할 것.”
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머릿속에 그렸던 말들은 음성이 되어 밖으로 채 다 나오지 못하고 울음 속에 묻히고 말았다. 검은 옷과 교복들이 남긴 긴 울음이 꼬리를 끌고 교문 밖으로 사라진 뒤 나는 학교에서 5분만 걸으면 닿는 바다로 향했다. 백사장까지 나가면 불어오는 바람에 버티고 서있지 못하고 쓰러질 것만 같아서 바다에 수직으로 잇닿은 골목의 끝에 서 있는 전봇대에 기대섰다. 그리곤 아마 내가 세상에 처음 나왔던 날 이후로 가장 많은 울음을 쏟아냈을 것이다.
---「마지막 종례의 전달사항」중에서

왜 누군가는 체육복을 입고 학교에 오는가, 아니, 와야 하는가. 교복을 입고 학교에 온다는 건 대개 누군가의 돌봄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 돌봄을 받을 여건이 되지 않아 교복 대신 체육복을 입고 오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것이 교사이면서 학생부장인 제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으로부터 이 책은 출발했습니다.

저는 아이들의 아침 등굣길에 음악을 틀어놓고, 호떡을 굽고, 어묵을 삶고, 따뜻한 코코아를 나누는 사람으로 살아가고자 합니다. 학교에 오는 아이들의 표정과 걸음걸이와 옷차림을 살피겠습니다. 교문 안으로 걸어들어오는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싶습니다. 그리고 마음을 다해 말을 건네려 합니다. 성장과 삶이라는 강물에 떠 있기 지쳐 다 포기하고 싶을 때, 같이 떠 있어 줄 부표가 여기 하나 있으니 날 좀 보라고, 여기 와서 같이 잠깐 숨을 좀 고르자고. 다시 살아가 보자고 말해 주기 위해서 말입니다.
---「에필로그」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원재 작가와는 2년 전 강원도 원주의 모 고등학교에서 만났다. 나보다 한 살이 어린 그는 그 학교의 학생부장이라고 했다. 30대의 나이에 학생부장이라니 왜 아이가 아이들을 보고 있나. 나의 강연을 끝까지 들은 그는 자신의 차로 역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말했다. 무척 선한 얼굴이었다고, 나는 기억하고 있다. 그는 차 안에서 나에게 계속 말을 걸어왔다. 나의 글을 잘 읽었다고, 그런 글을 쓰고 싶다고, 언젠가 밥을 함께 먹고 꼭 싶다고, 그냥 당신이 좋다고.

그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만났다. 그가 책을 내고 싶다고 말해서 나는 그다지 열없이 답했다. 아아, 쓰게 되면 보여줘요, 하고. 그는 기뻐하며 꼭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러고는 문득 내게 물었다.
“형, 혹시 학생들이 교복 안 입고 체육복 입고 학교에 오는 이유 알아요?”
“으음, 그냥 그게 편해서 그러는 거 아녜요?”
“그런 애들도 있죠. 그런데 교복이란 건 보살핌의 상징 같은 거예요. 집에서 매일 교복 세탁하고 다림질해서 주면 다 교복 입겠죠. 근데 구겨진 교복을 입고 나와야 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그 모습을 자신이 좋아하는 교사나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거예요. 다 그런 건 아니어도요.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는 게 학생부장인 저의 일이고요.”

나는 그때, 그의 책을 만들겠다고 마음먹었다. 사실 체육복 입은 학생들을 보면 ‘왜 교복 안 입고 굳이 체육복을...’ 하고 그들에 대한 선입견이 생기곤 했다. 그건 학생일 때나 지금이나 그랬다. 그러나 그런 사정을 가진 학생이 단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나의 그 눈빛과 마음은 얼마나 무정한 것이었나. 체육복 입은 학생들의 마음을 읽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학생부장이 내 앞에 있다. 그의 다른 마음이 궁금했다.

작년 여름에 그가 말했다. 원고를 다 썼으니 한 번 보자는 것이었다. 정선의 고등학교로 발령 난 그는 역시 학생부장으로 있었다. 정선 지역의 광부들이 일이 끝나고 삼겹살을 먹었다고 하는 거리에서 그와 만났다. 그는 나에게 원고 뭉치를 전해 주고는 목이 탄다는 듯 소주를 들이켰다. 원고를 읽어나가던 나는 어느 지점에서 이르러서 그만 울고 말았다. 내가 언젠가 읽은 그 마음이 고스란히 거기에 있었다.

그에게 왜 나와 책을 만들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잔을 부딪히며 답했다.
“형, 지금 건배하려는 형의 손이 불판을 지나 내 앞에 와 있잖아요. 내 손이 이 뜨거운 불판을 지나가지 않게요. 형은 항상 그랬어요. 그런 사람과 함께라면 뭐든...”
그동안 누군가의 손이 뜨거운 불판을 지나 내 앞에 오게 한 일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그걸 알아보고 말해 준 사람은 그가 처음이었다. 그래, 그런 당신과 함께라면 나도 뭐든. 정미소 출판사는 한 사람의 마음을 전하고자 이 책을 만들었다. 그가 계속 그런 마음으로 교문에서 아이들을 맞아주길 응원하는 마음도 함께다.
- 김민섭 (정미소 출판사 대표)

회원리뷰 (6건) 회원리뷰 이동

한줄평 (8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9.8점 9.8 / 10.0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4,85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