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은 선과 악 사이에서 흔들리며 살아가기 마련인바, 정의로운 지금의 이 세상을 느긋하게 살아가는 사람이야말로 사람 중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범인(凡人)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범인에게 일생 일대사란 바로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기에, 사농공상은 말할 것도 없고 신불(神佛)을 섬기는 승려나 신직(神職)에 있는 사람들도 검약(儉約) 신의 계시에 따라 열심히 돈을 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돈이야말로 양친(兩親) 다음으로 중요한 생명의 부모인 것이다.
무릇 인간의 목숨이라는 것은, 길다고 해 봐야 내일 아침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법. 짧게는 오늘 저녁도 모르는 것이다. 그렇기에 옛사람들도 천지는 만물의 역려(逆旅), 광음(光陰)은 백대(百代)의 과객(過客), 부세(浮世)는 몽환(夢幻)이라고 말했던 것인가? 눈 깜짝할 사이에 화장터의 연기가 되어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린다면 아무리 금은(金銀)이 있다고 한들 기와나 돌덩이만도 못하고, 황천에서도 도움이 될 리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역시 이 돈을 남겨 두면 자손을 위해서는 도움이 되기는 할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세상 사람들이 바라는 것 중에서 돈의 힘으로 안 되는 것은 천하에 다섯 가지가 있을 뿐이니, 이것은 바로 사람 마음대로 되지 않는 목숨을 말하는바, 그 이외에는 돈이면 다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금은보다 월등한 보물선이 따로 있을쏘냐?
---「권1-1 첫 오일(午日)에 말 타고 오는 행운」중에서
에도에 사는 어떤 남자가
“404가지 병은 이 세상의 명의가 반드시 치료할 수가 있다. 그런데 인간은 지혜와 재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빈병(貧病)이라는 병에 고통을 받는 때가 있다. 이것을 낫게 하는 치료법이 있는가?”
라고 어떤 유복한 사람에게 물어보았더니, 그 사람은
“마흔 살 초로(初老)가 될 때까지 여태껏 양생법(養生法)을 소홀히 한 채 용케도 엄벙덤벙 세월을 보내오셨구려. 조금 진단이 늦긴 했지만 아직 희망은 있소이다. 왜냐하면, 지금 보니 평상시에 질긴 가죽 버선에 대나무 짚신을 신고 있는 것 같구려. 그런 마음 자세가 있는 한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오. 그럼 장자환(長子丸)이라는 묘약의 처방을 전수해 드리겠소이다.
△ 아침 조기 기상(起床) 5냥
△ 가업 정진 20냥
△ 야간작업 8냥
△ 검약 10냥
△ 건강 7냥
이 50냥의 약을 모두 잘게 부수어서 틀림없나 저울에 잘 잰 뒤 정성껏 섞어서 조석으로 들게 되면 큰 부자가 안 될 수가 없을 것이오. 그렇지만 이것을 복용할 때는 정말 주의해야 할 금기 음식이 있소이다.
○ 미식(美食), 음란, 평상시 비단옷 착용
○ 부인이 사치스럽게 가마 타고 나다니는 것, 딸에게 고토(琴)나 우타카루타(歌賀留多) 놀이를 배우게 하는 것
○ 아들에게 북과 장구 같은 잡기를 배우게 하는 것
○ 게마리(蹴鞠), 요큐(楊弓), 향회(香會), 렌가(連歌)와 하이쿠(俳句)의 심취
○ 사랑방 꾸미기와 다도 심취
○ 꽃구경, 뱃놀이, 대낮 목욕
○ 밤길 나들이, 도박, 바둑, 주사위 놀이
○ 상인에게 불필요한 이아이(居合) 검술과 병법
○ 절, 신사의 참배와 후생심(後生心)
○ 여러 일의 중재와 보증인 도장 찍기
○ 신전 개발 신청과 금 광산 일 관여
○ 식사 시의 음주와 흡연, 일없이 교토에 가는 것
○ 스모(相撲)나 시주의 후원자가 되는 것
○ 가업 외에 자질구레한 세공 일을 하면서 시간 낭비를 하거나 줄을 감지 않은 금도금 칼집에 골몰하는 것
○ 가부키 배우와 사귀거나 유곽에 가는 것
○ 월 8리 이상의 고리로 돈을 빌리는 것
지금 말한 금기 음식은 반묘(斑猫)나 비상석(砒霜石)보다도 무서운 독극물임을 명심하고 입에 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조차도 금물이오”
라고 남자의 작은 빈상(貧相)의 귓불에 대고 속삭이는 것이었다.
---「권 3-1 약 달임이 보통과 다른 시약(試藥)」중에서
어느 때인가, 야심한 시각에 한 사람이 식초를 사려고 히노구치야의 가게 문을 두드렸다. 중간 문을 두고 안쪽으로 문 두드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남자 점원이 잠에서 깨어나
“얼마나 살 거요?”
라고 물으니
“정말 미안한데요, 1문 정도만 안 될까요?”
라고 답했다. 종업원은 잠이 든 척하면서 그 뒤는 대꾸도 하지 않으니 그 손님은 어쩔 수 없이 돌아가 버렸다. 날이 새고 나자 주인은 그 점원을 불러내어 별 설명도 없이
“문 앞쪽 땅을 석 자 정도 파도록 하라”
고 말했다. 분부에 따라 점원 규사부로(久三郞)는 웃통을 벗어부친 뒤 괭이를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온 힘을 다해 딱딱한 지면을 힘들게 파고 들어갔다. 3척 정도의 깊이가 되자
“돈이 나올 텐데 아직 보이지 않느냐?”
고 물었다.
“작은 돌덩어리와 조개껍데기 외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요”
라고 하니
“그거 보아라. 그렇게 힘들게 파 보아도 땡전 한 푼 나오지 않는 것임을 명심하거라. 앞으로는 한 푼 장사도 소중히 해야 한다.”
---「권 4-5 이세(伊勢) 닭새우의 고가 매입」중에서
요로즈야는 아주 흡족해하면서 양자로 삼아 집을 넘겨주고 잘 어울리는 며느리를 찾게 되었다. 그런데 이 부자는 특이하게도
“질투심이 많은 여자를 며느리로 삼고 싶다”
라는 것이었다. 역시 넓은 세상이라 그런 여자를 찾아낼 수 있었고 부부의 연을 맺게 해 준 뒤, 노부부는 은거할 집을 마련하고 재산을 모두 양아들에게 넘겼다. 그런데 대를 이은 양아들은 많은 재산만 믿고 조금씩 낭비를 하기 시작해 첩을 찾거나 소년 배우와 남색 놀이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부인은 시아버지가 원했던 대로 질투를 하기 시작해 큰 소리로 울부짖고 난리를 쳐 대니 양아들은 세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스스로 호색 놀음을 그만두고 그저 집에서 술이나 퍼마시면서 지냈다. 주인이 집을 비우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점원들도 등불 아래서 심심풀이를 겸해 장부를 펼치게 되었고, 어린 아들은 주판 연습을 하는 등 모두 집안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웃으면서 지켜봤던 부인의 질투 효과를 지금은 톡톡히 보게 된 것이다.
---「권 5-5 3돈 5푼 새벽녘의 돈」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