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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의 돌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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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06g | 130*190*20mm
ISBN13 9791166835353
ISBN10 1166835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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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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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핀, 돌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1행성의 중력은 지구와 달라서 차도보다는 비행길이 더 발달했다. 교차로 역할을 하는 비행길이 γ형 비행길이다. 나는 특수 수송선 기사로 일하고 있다. 개인 자산으로 돌핀(돌핀은 내 수송선의 이름이다.)을 갖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개인 기사로는 비교적 어린 나이였지만, 수송선을 구입하기 위해 들인 시간은 평균적인 수송선 기사들과 비슷하다. 나는 일찍 운전대를 잡았고, 그만큼 충분히 고생했다.
---「17일의 돌핀」중에서

나란히 서서 걸어가던 해안이 말을 걸었다. 넌 참 궁금한 것도 많다. 궁금한 걸 참지 못하고 바로 묻는 것도 신기하다. 그럴 수 있는 네가 부럽다. 그러면 내가 다시 작아진다. 그래서 너와 있는 게 자꾸 껄끄럽고 불편하다. 그래, 나는 해안이 불편했다. 그런데도 계속 해안과 있게 되는 것이 이상했다. 이런 게 운명이라면 놓아 버리고 싶었다.
---「바닷가의 모리유」중에서

꿈을 자세히 기억하지 못하는 건 내겐 좋은 일이었다. 적어도 직장에 다니는 동안은 그랬다. 꿈을 꾸지 않는 방법을 알 수 없으니, 꿈을 꾸더라도 기억하지 못하는 쪽이 좋았다. 물 먹은 스펀지처럼 축축 처지거나 폭삭 젖은 신문지 꼴로 사무실을 돌아다니면 걸레가 되는 기분이었다.
---「재생되는 소녀」중에서

타인에게 우리를 소개할 때는 연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인간 안에는 나도 있다. 나는 타곳이다. 셋이서는 연애를 할 수 없다. 그래서 인간의 애인이 함께 있을 때 나는 활동하지 않는다. 나는 이들이 연애를 하고 있는 건가, 양육을 하고 있는 건가 헷갈렸다. 나는 그녀의 몸에 기생하면서 그녀를 돌보고, 그녀는 나를 돌본다. 그리고 애인도 그녀를 돌본다.
---「My First Bunny」중에서

사람이 적은 곳에서 자유롭게 수영을 하면 다리가 자라지는 않아도 빛나는 비늘이 자랄 것 같았다. 몸의 새로운 부분이 생기는 것은 생물학자로서 즐거운 상상이었다. 어떤 생물이든 필요 없는 기관은 없고, 모든 것은 생존과 연결되었다. 로기는 자신의 생존과 연결되는 몸의 구석구석을 생각했다. 사라진 다리 때문에 생존이 끝나지는 않았으므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로기」중에서

아이는 equal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기분? 느낌? 좋은 것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말하고 싶지만, 아이에게 언어는 너무 어렵다. 그림처럼 그냥 예뻐서 좋아하고 싶다.
---「외계인이 냉장고를 여는 법」중에서

여전히 엔피의 그림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언제 돌아올지는 알 수 없지만, 밥도 잘 먹고 내가 없는 시간에는 잠도 자는 것 같다. 내가 퇴근하고 들어오면 옛날만큼 반겨 주진 않았지만, 그래도 힘을 내어 자리에서 일어나곤 했다. 그래서 죽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네가 죽지만 않는다면 나는 괜찮을 것 같아.”
---「완벽한 그림자의 오후」중에서

반가비의 사람들은 떠나거나 누군가를 잃고 돌아오거나 한다. 평생을 우주를 떠돌며 살았던 이모는 이모부의 사고 이후 정거장에 완전히 정착했다. 더 이상 떠나지 않기로 다짐하면서 가정용 소형 우주선도 팔아 버렸다. 동생과 아들 곁에서 사라지지 않는 가족이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건 원우 오빠도 비슷한 것 같았다. 나도 일단은 엄마와 함께 사는 집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건 가족을 위해서가 아니다. 여기에 남아 있고 싶어서도 아니다.
---「빈 노래의 자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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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다정하지 않아. 세계는 너를 끝까지 죽이려고만 할 거야. 세계는 너를 사랑하지 않고, 세계는 너를 구해 주지 않아. 세계는 너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고, 세계는 너에게 아무런 사랑도 주지 않아. 네가 있는 세계는, 그렇게 속삭이는 세계야. 하지만 걱정 마. 너의 곁에는 ‘언니’라고 부를 누군가가 있고, 너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가 있으니까. 너는 너의 공동체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갈 테니까. 너희를 죽이려는 세계를 마음껏 불태우고서. “언니, 좋아해요.”라는 말에 “나도. 그러니까 죽지 말고, 다 터뜨려 버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세계를 위해, 네가 살아갈 수 있는 세계를 위해, 네가 너로서 존재할 수 있는 세계를 위해. 이전의 세계 따위 전부 다 터뜨려 버리길. 한요나의 소설은 그렇게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간다. 그곳에서 다시 만날 우리를 위해.
- 임지훈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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