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가 코로 태연하게 뱀의 머리를 찌르고 있었다. 뱀이 쉭쉭거려도 생쥐는 아랑곳없이 계속 뱀에게 들이대고 있었다. 생쥐는 우리 구석으로 도망가거나, 그곳을 빠져나가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 생쥐는 다른 생쥐들과 달리 뱀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런 행동 양식을 처음 보았을 때, 스탠튼과 프리온 센터의 팀원들은 환성을 질렀다. 그들은 유전 공학을 이용해서 생쥐의 뇌 세포 표면 막에서 ‘프리온’이라는 작은 단백질들을 제거함으로서, 생쥐의 뇌 속 질서를 무너뜨려 뱀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심을 근절시키는 기이한 실험에 성공했다. 그건 스탠튼이 이제까지 오랫동안 연구해 온 이 치명적인 단백질을 이해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였다. (중략) 프리온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뇌 속 뉴런 세포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드물게 그 단백질들이 ‘병’들거나, 증가하는 경우가 있다.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처럼 프리온 질병들은 건강한 조직을 파괴하거나, 뇌가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없도록 압축시켜 아무 쓸모없는 반점으로 바꾸어 놓기도 한다. 하지만 프리온 질병과 다른 질병들과는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은 엄연히 유전성 질환인데 반해, 프리온 질병은 오염된 고기를 통해 전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중반, 이처럼 변형된 프리온 병에 걸린 영국 소들의 오염된 고기가 식용으로 유통되면서 전 세계가 프리온 전염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 유럽에서는 광우병으로 20만 마리의 가축들이 죽었고, 결국 인간에게까지 전염되었다. 그 병에 걸리면 처음에는 걷는 것이 힘들어지고, 온몸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떨다가, 기억을 잃게 되어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들을 알아보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뇌사 상태에 빠진다. --- 본문 중에서
첼은 계속해서 상자 속을 살펴보았다. 이제껏 ‘고전기’에 쓰인 문헌은 나무껍질 종이 한 장짜리 문서 이상 발견된 적이 없었다. 유명한 마야의 사본들은 네 종 모두 고전기로부터 수백 년 뒤에 쓰인 것들이다. 그들이 ‘고전기’에 쓰인 문장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유적지에 적힌 비문과 비슷하다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첼이 보고 있는 이 사본에 쓰여 있는 글자는 이런 책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서기 800년에서 900년 사이의 것처럼 보였다. 만일 이 사본이 진짜라면 중앙아메리카 역사 연구에서 가장 귀중한 사료가 될 것이다. (중략)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이 사본에 쓰인 문장이 유려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상형문자는 그림문자와 마찬가지로 직관적인 감각으로 조합된다. 이 사본의 문자들은 그 시기에 쓰였을 법한 ‘고전기 촐란 어’의 초기 형태로 쓰여 있었다. 하지만 첼은 읽는 사람이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돕기 위해 쓴 표음문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 문자들은 키체 어로 쓰여 있었다. --- 본문 중에서
로스앤젤레스는 수십 년간 전력 상황이 좋지 않았다. 더군다나 지금은 잠을 이루지 못하는 고통을 받고 있는 시민들이 전등과 텔레비전, 컴퓨터를 24시간 내내 사용하고 있다 보니, 정전 사태가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물 소비량 역시 급증했다. 앞으로 일주일 이내에 수도에서 물도 나오지 않게 될 것이었다.
“시신은 어떻게 처리하고 있습니까? 도시 전역에서 집집마다 시체들이 썩어나가고 있을 텐데요.” 스탠튼이 물었다.
“시신들을 한 곳에 모으고 있습니다.” 누군가 대답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수천 구의 시신 처리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스탠튼이 말했다. 도시 전역에 VFI 감염 환자 수가 8천 명이 넘은 상황이었다. “그쪽에서는 이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장비가 없을 겁니다. 그렇다 보니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을 테죠.”
“어쨌든 뭔가 해야 합니다. 내가 이런 말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사람들에게 시산을 산성 용액이나 알칼리 용액을 이용해 욕조에서 녹이는 방법을 알려 주어야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하고 있는 중입니다.” 카바나가 말했다.
--- 본문 중에서
“진실에 기반한 완벽한 메디컬 스릴러. 마이클 크라이튼의 재림을 원한다면 이 책을 읽어라.”
- 넬슨 드밀(존 코리 시리즈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 이래 가장 흥미로운 소설. 《12·21》은 현대 신경과학 분야부터 고대 마야 문명의 수수께끼까지 독자들을 다채롭게 이끌며 우리 문명의 위태로운 미래를 현시한다.”
- 고(故) 빈스 플린(미치 랩 시리즈 작가)
“잠재적 현실을 무섭게 드러내 보이는 매력적인 소설. 어떻게 모든 것이 단단히 맞아떨어지는가를 보는 과정이 이렇게 흥미로울 줄이야…. 독서를 멈출 수가 없었다.”
- 테일러 스티븐스(작가)
“《12·21》은 고대의 예언과 첨단 과학이 뛰어난 조화를 이룬 복잡하고 뛰어난 과학 스릴러이다. 밤새워 읽어도 후회 없을 만한 스릴러.”
더글러스 프레스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