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 어릴 적을 돌아보니, 엄마는 명절이면 고향을 방문하지 못하고 기숙사에 있는 아빠 회사의 젊은 청년들을 빠짐없이 집에 데리고 와 밥을 해 먹이셨습니다. 그들이 집을 다 털어가도 예민하게 반응한 적이 한 번도 없으셨습니다. 어쩌다 고기를 끓이는 날이면 꼭 이웃에 가져다 주라고 심부름을 보내셨습니다. 그때는 그것이 그렇게 싫었는데, 저도 어느 순간 복숭아 한 박스를 양 옆집에 나누고 있더군요. 어느 순간 엄마를 닮아가는 제 모습을 발견하고는 ‘피는 못 속이는구나’ 하고 피식 웃었습니다.
아빠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살아왔던 제가, 하나님을 만나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이 변화된 모습을 엄마에게 보여줄 날이 오기는 할까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날마다 그리운 아빠, 엄마. 그렇게 예뻐해 주셨던 둘째 딸이, 한국에서 하나님의 자녀로 잘 살다가 통일되는 그날, 바로 달려갈게요. 그리고, 이 땅에서의 사명을 마치는 그날, 천국에서 만날 그날을 애타게 그리며 오늘의 그리움을 또 한 번 견디어 봅니다. (양강도 해산)
---「Episode 1 _ 바로, 달려갈게요 19면」중에서
고향 친구가 먼저 한국에 도착했고, 친구인 그 자매가 나올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이 자매는 아무리 복음을 전해도 받아들이지 않고 관심도 전혀 없었습니다. 그녀의 관심은 오로지 하나, 자신의 가족과 친지들을 찾는 것이었지요. 시간이 지나면서 복음이 차츰 들어가게 되었는데, 북의 가족을 데려오기 위해 주일에도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이것이 그분들의 현실입니다.
우리가 이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결국 여동생을 남한으로 데리고 오게 되었고, 동생에게도 복음을 전하고 싶은 마음에 자주 선물을 들고 찾아갔습니다. 간혹 섬김을 당연하게 여기는 태도를 보일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마냥 마음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그럼에도 꾸준히 관심을 갖고 사랑을 나누려고 애를 씁니다. 제 실생활에서는 남편에게 구박을 받기도 하고, 여기저기서 아끼느라 함부로 쓰지 못하지만, 주님이 주시는 마음을 거절하지 못하고 순종할 때면 이내 마음에 기쁨이 찾아오고, 곧 평안해집니다. 지금도 그 자매와 자주 연락하면서 안부를 물어보고 신앙생활을 묻습니다. 이제 그녀는 “나도 결국은 권사님처럼 살 거예요.” 이렇게 고백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전남 영광군)
---「Episode 2 _ 권사님처럼, 살 거예요! 60면」중에서
하지만 집에 돌아온 이후 북사선 예배 장소에 가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졌고, 주저하게 되었습니다. 소파에 앉아 남편에게 ‘내가 북사선에 가야 하는 이유 세 가지’를 말해 달라고 했습니다. 남편은 정리하여 그럴듯한 세 가지 답변을 해 주었습니다. 첫째, 기도 응답받았다면, 그것은 주님의 부르심이다. 둘째, 북사선에 가지 않으면 몸이야 편하겠지만, 마음은 더 힘들 것이다. 셋째, 지역 순장은 많지만 북사선의 순장이 부족하다면 당신이 가는 게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다.
주일마다 갈등의 시간을 보낸 후, 북사선 다락방 순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흔 후반에 다섯 명의 북한 지체들을 맡게 되었는데, 내 속에서 신기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과 사랑에 빠져 버린 것입니다. 무엇을 하든지 다 이해되고, 용납되며, 그들을 위해 매일 울면서 기도한 것 같습니다. 북한 지체들에게 은혜를 주시고,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시고, 이곳에서 잘 정착하여 예수님 잘 믿고 교회에서 리더로 성장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드렸습니다.
---「Episode 3 _ 이들과, 사랑에 빠졌어요! 103면」중에서
가장 감사한 것은 언제나 나를 위해, 내 가족을 위해 기도해 주는 누군가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조건 없이 내 곁을 지켜주는 하나님의 사람들이 언제나 함께 있었기에, 지금까지 믿음 생활을 잘 할 수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지금까지 이들을 통해 받아온 조건 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이제는 나누면서 살아보고자 합니다. 나의 삶을 통해 주님 닮은 모습을 보이며, 섬기는 자리마다 저와 같이 대한민국에서 탈북민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형제들에게 먼저 온 길을 안내하며, 하나님이 예비하신 선교사로서의 사명을 준비하며 감당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말씀과 기도로 매일 하나님과 가까이하면서 하나님께 더욱 순종하고자 합니다. 북사선을 통해 제게 흘러온 하나님의 사랑이, 저를 통해 또 누군가에게 흘러가기를 소망합니다. (함경남도 함흥시)
---「Episode 4 _ 제게 흘러온 사랑이, 저를 통해 흘러가기를… 161면」중에서
제게는 꿈이 있습니다. 법조인이 되어 한반도의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지금은 원하던 이화여대에 합격하여 입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이렇게 저의 꿈을 조금씩 이루어가고 계십니다. 물론 하나님께서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가실지 그 누구도 모르지만, 저는 전능하시고 신실하신 하나님을 믿기에,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가기 원합니다. 그 길이 어느 길이든 우리 선생님들의 하나님이시고, 나의 하나님이신 오직 한 분, 예수 그리스도께 순종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원합니다. 이렇게 저의 새로운 시작에도, 그 반대편 끄트머리에도 늘 반석학교 선생님들과 친구들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첫걸음을 내딛던 그날, 처음 만난 사람은 반석학교 선생님들이었고, 첫 밤을 반석학교 친구들과 함께 기숙사에서 보냈습니다. 이런 제게 반석학교는 제가 간다면 언제든지 문 열고 기다리는, 멀리서 보이는 제 모습에 버선발로 뛰어나와 반겨주는 엄마가 계시는 고향집입니다.
---「Episode 5 _ 엄마가 계시는 고향집, 반석학교 215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