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1부
2부 3부 옮긴이의 말 작가 연보 |
Vita Sackville-West
비타 색빌웨스트의 다른 상품
임슬애의 다른 상품
우리가 품어야 할 열정의 색채
남명현 소설/시/희곡 PD (mhyeon_0707@yes24.com)
다소 무게감 있는 표지의 인상과 다르게 첫 페이지부터 흥미롭게 빠져들었다. 쉽게 읽히지만 단순한 소설은 아니다. 유려하고 재치 있는 문장을 기분 좋게 흡입하고 나면 문득 나비 떼처럼 날아오르는 수많은 메시지에 머리가 아파올지도 모른다. 그리고 여러 번 곱씹으면 과연 쓰인 그대로의 내용을 믿어도 될지 군데군데 의심하게 될 것이다. 또 처음에는 발견하지 못한 숨은 장치와 세심한 구성에 새삼 놀랄 것이다.
헨리 홀랜드 백작이 9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뒤, 자애롭고 우아했던 아내 레이디 슬레인은 자식들에게 여생을 홀로 살아가겠다며 청천벽력과도 같은 선언을 한다. 평생 어머니가 순종적이며 본인의 의지를 내세울 만큼 똑똑하지 못하다고 믿어 온 자식들은 충격에 빠지고, 어머니의 재산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 분노한다. 레이디 슬레인은 이 모든 눈총을 뒤로 하고 30년 전부터 눈여겨 온 햄스테드의 집을 찾아가게 되는데, 여기서 레이디 슬레인의 제2의 삶 혹은 이상적인 무대가 펼쳐진다. 이 녹진한 공간을 그리는 문체는 초반과 달리 다소 몽환적이다. 친절한 집 주인 벅트라우트, 건축학자 고셔론 씨와 믿음직한 하녀 제누와 함께하는 레이디 슬레인의 아늑한 생활은 보는 이까지 흐뭇하게 만든다. 하지만 평생 어머니를 통제해온 딸 캐리에게 레이디 슬레인에게 벅트라우트 씨는 꿍꿍이가 있는 사기꾼으로 전락하고, 어머니는 어수룩하고 고집스러운 노인일 뿐이다. 다른 가족들도 레이디 슬레인의 행동을 늙은이의 오기로 단순 치부한다. 이성 너머의 안온한 일상은 합리성의 세계로부터 얼마나 많은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지, 그 안온함의 울타리를 지켜내는 것이 얼마나 버거운 일인지 이들을 통해 실감할 수 있다. 2부에서는 레이디 슬레인의 아린 과거를 좀더 세세히 들여다본다. 한 사람의 여리고 보드라운 삶이 준비된 틀에 담겨 추하게 메말라 가는 과정을 이 장에서 살펴볼 수 있다. 더불어 씩씩하게 움트던 여성 예술가의 꿈이 점차 좌절되는 비극을 덤덤하게 풀어낸다. 보편적인 기준과 합리성의 잣대로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은 얼마나 얄팍한지. 레이디 슬레인의 꿈이 왜곡되고 오해로 점철되는 것이 보는 이를 내내 먹먹하게 만든다. 3부는 피츠조지 씨와 데버라 홀랜드 양의 본격적인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피츠조지 씨는 레이디 슬레인과 묘한 관계를 그려 가며 이야기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또한 레이디 슬레인이 자기 합리화로 외면했던 진심을 마주하게 한다. 데버라 홀랜드 양은 레이디 슬레인의 증손주로, 그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방문하여 사회의 기준과 어긋났던 레이디 슬레인의 모든 결정과 가치관에 지지를 보내준다. 또한 '대천사처럼 장엄하게 떠올라 날개를 펼칠' 예술의 혼에 대해 설파한다. 작가가 생각하는 금전적인 가치와 이상, 예술을 대하는 관점이 인물의 목소리를 통해 이 장에서 가장 명확히 드러난다. 작가는 낮은 목소리로 기원한다. 생명력을 불어넣는 '효모' 같은 사람들이 제 힘을 발휘하여 세상을 부풀게 하기를. 이 작품의 제목 『모든 열정이 다하고』. 그 열정은 어떤 형태였을까 하는 의문은 책을 덮은 후에도 내내 맴돈다. 평생 총독 아내로서의 역할 놀이였을까, 남편이 죽은 후 본인이 바라는 대로 여생을 보내려던 소소한 의지였을까, 혹은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무엇이었을까. 피즈초지 씨를 향한 은밀한 감정과 스스로의 확고한 가치관을 지켜내려던 노력도 포함되었을까. 그리고 그 모든 열정이 다한 순간, 레이디 슬레인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단숨에 이 모든 것을 간파하기는 어렵지만, 이 책은 독자들에게 우리가 지녀야 할 열정은 어떤 색채인지를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책을 읽고 넘쳐 흐르는 여운을 주체할 수 없다면 작가 비타가 버지니아 울프와 20년간 주고 받은 러브레터 모음집 『나의 비타, 나의 버지니아』를 감상해 보아도 좋겠다. 공교하고 발랄한 그의 문체에 또 한 번 반하게 될 것이다. |
“가장 중요한 것을 포기하셔야 했지요. 예술가에게 자기 재능을 실현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어요. 그러지 못하면 예술가는 기이하게 뒤틀린 나무처럼 성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삶의 의미를 전부 잃어버린 채 그저 하루하루 대충대충 흘려보낼 뿐이지요. 자식, 남편, 부와 명예, 당신이 누린 모든 것들은 단지 자기 자신으로 사는 데 방해가 되었을 뿐입니다. 당신의 소명을 포기하고 그 대체품으로서 선택한 것들이지요. 하지만 그런 삶을 선택했을 때 이미 진실 앞에서 죄를 저지른 것이었죠.”
--- 본문 중에서 |
“결국에는 자기가 원하던 것을 얻는 것이 인생인지도 몰라.”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20세기 영국 문단에 위대한 족적을 남긴 비타 색빌웨스트의 대표작 20세기 영국 문단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소설가, 비타 색빌웨스트의 대표작 『모든 열정이 다하고』가 민음사 쏜살 문고로 출간되었다. 일찍이 뛰어난 언어 감각과 예술적 재능을 발휘하며 작가로서 놀라운 가능성을 선뵌 색빌웨스트는 한때 계관 시인 후보로 거론될 만큼 눈부신 영감을 지닌 시인이자, 현대 조경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뛰어난 원예가로서도 괄목할 만한 성취를 이루었다. 이토록 다재다능한 색빌웨스트의 창작열은 속세로부터 동떨어진 유서 깊은 놀하우스에서 성장하는 동안, 가정 교육을 받으며 책으로 고독을 달래야 했던 어린 시절부터 고양되었다. 차갑고 엄숙한 영국의 귀족 혈통과 열정적이고 방랑벽 가득한 라틴의 혈통을 모두 물려받은 색빌웨스트는 예술적 열망뿐 아니라 사랑과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늘 대중과 어울리기를 어려워했지만(버지니아 울프와 친하게 지냈음에도 블룸즈버리 그룹과는 거리를 두었다.) 학창 시절부터 동성 친구들과 깊은 사랑을 나누는 데 주저함이 없었고, 가문의 요구로 외교관 해럴드 니컬슨과 결혼식을 올리지만 한평생 남편과 친구처럼 지내며 열린 관계(Open marriage)를 이어 갔다.(당대, 즉 엄격한 빅토리아 시대가 막 끝난 시점에 비타 색빌웨스트의 선택은 모두 파격적이었다.) 줄곧 보수적인 영국 사회의 백안(白眼)과 맞서 싸우는 와중에도 색빌웨스트는 끊임없이 훌륭한 작품들을 잇따라 내놓으며 대중과 평단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다. 1926년 장편 시 『대지(The Land)』와 1933년 『시 선집(Collected Poems)』으로 두 차례 호손든상을 수상하고, 장편 소설로는 1930년 『에드워드 시대의 사람들(The Edwardians)』과 1931년 『모든 열정이 다하고』, 그 밖에도 전기와 희곡 작품 등을 발표하며 작가로서 완벽히 자리매김한다. 그리고 비타 색빌웨스트의 삶에서 결코 지울 수 없는 이름이 있었으니, 바로 버지니아 울프다. 연인이자 문학적 반려자로서 진솔히 교감했던 두 사람은 서로에게 위로와 영감이 되었다. 버지니아 울프는 비타 색빌웨스트를 모델로 삼아 소설 『올랜도(Orlando)』의 주인공 올랜도를 창조해 냈고, 색빌웨스트 역시 울프의 ‘의식의 흐름’ 기법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때 색빌웨스트와 울프가 오래도록 주고받은 편지는 영국 현대 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할 뿐 아니라, 수차례 연극 무대에 오르고 2018년 영화화되었을 정도로 오늘날까지 널리 읽히고 있다. 비타 색빌웨스트는 1962년 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결코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의 일생에서 시와 수필, 소설은 늘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중에서 가장 성공한 작품이자 더불어 가장 중요한 소설이라 할 수 있는 『모든 열정이 다하고』는 이야기꾼 색빌웨스트의 재능과 재치, 삶에 대한 통찰과 문학적 깊이를 결정적으로 보여 준다. 자신의 두 아들에게 가르침(“결국에는 자기가 원하던 것을 얻는 것이 인생인지도 몰라.”)을 주고자 직접 그들에게 헌정한 『모든 열정이 다하고』는 역경 속에서 꿋꿋이 꿈을 좇는 사람들, 성장통을 겪으며 방황하는 모든 이들에게 여전히 뜨거운 감동을 전한다. 『모든 열정이 다하고』는 영국의 총리까지 지낸 위인, 헨리 홀랜드의 죽음과 함께 시작된다. 여섯 명의 자녀는 영면을 맞이한 아버지를 추모하고 상을 치르는 여든여덟 살의 어머니, 즉 레이디 슬레인을 위로하고자 양 떼처럼 모여든다. 케이와 이디스, 두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네 자식은 워낙 잇속에 밝은 터라 눈물을 흘릴 겨를도 없이 곧장 유산 상속과 어머니 부양 문제를 두고, 짐짓 점잖은 체하며 지극히 속물적으로 아귀다툼을 벌인다. 늘 그림자처럼 아버지를 얌전히 내조해 온 아내, 남편을 잃은 뒤 의연하게 여생을 보내며 자식들 의견에 동조해 줄 어머니, 레이디 슬레인이 마침내 자식들 앞에 나타난다. 이제 모든 일이 순리대로 흘러갈 것이었다. 유산은 적법하게 상속될 테고, 어머니는 죽는 그 순간까지 남편을 기리며 자식들의 지붕 노릇을 해 주리라. 그러나 상황은 뜻밖의 반전을 맞이한다. 레이디 슬레인은 돌연 더 이상 누군가의 아내로, 여러 아이들의 어머니로, 스스로 바라지도 않았던 온갖 굴레로부터 분연히 벗어나겠노라고 선언한다. 이 다짐은 절대 괜한 변덕이나 충동적인 선택이 아니었다. 가문에 떠밀리듯, 사회 풍속에 휘말리듯 정신없이 결혼식을 올린 그 순간부터, 자신의 참된 열정을 저버리고 꿈을 놓아 버린 그 옛날부터 이미 오래도록 품어 온 계획이었다. 레이디 슬레인은 자식들에게 얹혀살기를 단호히 거부하고, 런던 사교계의 소란으로부터도 멀찍이 떨어진 아늑한 전원으로 과감히 거처를 옮긴다. 비로소 스스로를, ‘데버라’라는 자신의 이름을 되찾기 시작한 레이디 슬레인은 뜻밖의 귀중한 인연들을 마주하며 지난날의 꿈과 좌절을 오래도록 되새긴다. 그렇게 ‘모든 열정이 다하고’ 오롯이 자기만의 방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는 레이디 슬레인의 눈앞에 드디어 얼굴을 드러낸 일생은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 이제 우리가 레이디 슬레인, 아니 아흔을 바라보는 데버라의 용기 있는 선택, 어렴풋이 잊힌 예술가의 꿈, 황혼처럼 찬란한 여정을 함께 따라가 볼 때다. 추천의 말 『모든 열정이 다하고』는 경이로울 정도로 우리에게 용기와 위안을 주는 작품이다._[가디언] 희망과 열정으로 가슴 벅차게 하는 이야기._[옵서버] 우아한 문장, 뛰어난 재치, 풍부한 영감으로 흘러넘치는 작품._[선데이 텔레그래프] 『모든 열정이 다하고』는 모든 문장마다 우리에게 기쁨을 가져다준다._[타임스] |
비타의 재능과 감수성은 경이롭기 그지없다. 예술적 광채가 눈부시다. - 버지니아 울프 (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