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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눈사람이 반짝였다

걷는사람 시인선-086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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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56쪽 | 172g | 125*200*20mm
ISBN13 9791192333694
ISBN10 1192333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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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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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와 멧돼지가 우연히 부딪쳐 죽을 일은 흔치 않으므로
호남선 개태사역 부근에서 멧돼지 한 마리가
열차에 뛰어들었다는 기사를 나는 믿기로 했다

오늘 밤 내가 떨지 않기 위해 덮을 일간지 몇 장도
실은 숲에 사는 나무를 얇게 저며 만든 것
활자처럼 빽빽하게 개체수를 늘려 온 멧돼지를 탓할 수는 없다

동면에 들어간 나무뿌리를 주둥이로 캐다가
홀쭉해지는 새끼들의 아랫배를 혀로 핥다가
밤 열차를 타면 도토리 몇 자루
등에 지고 올 수 있으리라 멧돼지는 믿었던 것이다
---「노숙」중에서

여기와 저기 사이에 무엇을 그릴래?

살아 있는 사이를, 뼈에 붙어야 연하게 펄럭이는 오월을, 같은 소리 다른 뜻 다른 소리 같은 뜻을 주고받는 아가미를, ‘삶과 죽음은 미늘 차이’라고 귀엣말하는 산호초를, 비춰 볼 자신 있는 자들을 위해 만들 예정인 살면面이라는 낱말을, 원뿌리를 미리 잘라 기른 실뿌리를, 자라는 말 그대로 두어 눈꽃 냄새 나는 설화를

너와 나 사이에 무엇을 띄울래?

결코 알지 못할 크기를, 안팎이 차진 운동화 같은 하양을, 게와 새우의 슬픔에 쫓기는 맑은 날을, 열면 빵이 익어 가는 사전을, 양팔 벌리기 적당한 햇볕을, 마음 쉬이 들키는 노크를, 얼굴 묻은 ‘잠시만요’를, 무릎 꿇는 통꽃을, 입술 열고 바람 쐬는 혀끝을, 해진 그물코에 걸려 주는 ‘너랑 살았으면 좋겠다’를, 말놀이의 잘랑잘랑을

손수건에 그리고 띄운 것들이 지구 주위를 떠돌고 있다

두드리고 있는 것은 풀빛으로, 두드리는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것은 흰색으로, 두드리다 날아간 것은 빨강으로, 혼수에 빠진 것은 오렌지색으로, 죽어 공기에 묻힌 것은 잿빛으로 칠하는 이가 있다
---「멀리서 두드리는 것들」중에서

그림책 속으로 잠수를 했다

뒤집힌 꽃다발에 매달린 산소 방울이 얼어 있다 위로 던져 오후의 따스한 햇살을 낚을 때야 나는 지구에 손을 푹 집어넣어 여름을 끄집어내듯 중얼거렸다

내가 가지 않으면 그날은 혼자 놀 거야 약속 시간에 몰린 반전 카드가 그날의 해루질에 걸릴 수도 있지

무얼 남기려 한 발로 뛰어온 것은 아니었다 그제와 모레 사이에 무엇이 묻혀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군가는 나의 오늘을 들고 흙을 털 것이다

해저 울리려 해저로 들어간 지난날을 불러 볼까 허공에 엎드려 물러나 쳐야 울리는 앞날을 칠까

내일은 닫혀 있어 열릴 걸로 해 두자 열려 있어 닫힐 걸로 해 두자
---「눈빛 아름다울 때만 말이 나왔으면」중에서

너를 처음 본 날, 노란 은행잎에 올라가 있는 기분이 들었어
다정다감 몇이 저 아래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있었지 무슨 말인지
들리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좋았어 네가 올려보자마자
볼이 귀로 달아나 핑크빛 불에 숨었지

그 후로 넌 미워도 이뻤어 철봉 놀이 하는 귀걸이같이
낯선 것은 낯익은 수평선으로 바로 이어졌어 중간에 샛길 하나
잠들어 있지 않았지 자면서도 깨어 있으려 고양이처럼 파랑을 베고 잤네

소식에 굶주린 속귀는 무얼 먹고 살까 당나귀 귀처럼
호기심 쫑긋해 귓밥 파 보면 순식간에 피를 배어 침묵을 낳지

오늘 밤은 그 나무에서 꿈을 꿀 거야 네 꿈에 들어갈 거야 네 귀구슬을 물고 내 바깥귀길을 알려 주는 것처럼 알려 줘야지

아마 넌 바퀴 들고 내 귓가를 지킬 거야 기쁜 소식엔
바퀴를 달아 주겠지 럭비공이 튀는 것처럼
불러서 온 듯이 바퀴 갈아 주고 슬픈 소식엔 굴러가지 못하는 척 있을 거야
---「블링크」중에서

눈발로 달려가는 햇강아지와
어떻게 친해져 해에게서 발을 얻었는지

도대체 무엇으로 당기길래 총소리
나면서부터 겨울은 끌려가기 시작하는지

네 속에 먹을 걸 꺼내 놓는 봉지의
부스럭 소리 왜 유난히 큰지

줄줄 흐르는 눈물이 언제 라켓 줄 되어
너를 구름의 가장자리로 쏘아 올리는지

누가 처음과 끝에 햇귀와 해름을 매듭지어 놓아
기억들, 한 번도 망설이지 않고 즐겁게 걸려 넘어지는지

종합 우승 한 소녀들의 함성이 너를 맞혀
어디서 스러지게 하는지

궁금해 참을 수 없어 그렇게 타고나서 어쩔 수 없어
거울에 막 쓰고 바라보지 햇빛 햇무리 햇양파 햇감자 햇굴 햇김 햇김치 햇막걸리 햇망울 햇가지 햇과일 햇비둘기
눈이 부셔 우리가 졌어
괜찮아
유쾌해도 괜찮아
---「햇발에 대해 궁금함」중에서

손아귀를 잡아 주고 싶지만 잡혀 있고 싶지는 않다
투수의 힘 빌리려 손 벌리지 않는다
둥근 것은 마음 모으기 좋아 돌아간다고 믿을 때 이마란 모름지기 시원해야 한다며 솜털 뽑아 주던 아버지가 떠오른다

마찰에 마침표 찍으려면 살갗 꿰였던 날을 허공에 꾹 눌러야 한다
맞는 게 두려워 비빌 언덕배기를 글러브에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곧은 줄의 향기에 취해 뚝 떨어진다
실밥 터지게 맞아 구회 말 투아웃 만루에 비행기구름을 날린다

아침 해가 방망이 맞는 법은 잊고 유월의 수국이 때리는 작달비를 뛰어오르지 말고 앉아서 받자

파리한 소년이 송이눈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질 거라는 예측은 헛스윙을 하였으나

풀씨에 번트를 대지 못하는 남실바람은 없어
둥글어도 굴러가지 않는 마음이 내게도 흩어지듯 자랄 것이다
---「그러므로 야구공」중에서

양철 지붕에서

햇살이 톡톡 콩을 볶았는지 눈송이가 왕소금을 뿌렸는지 비가 저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잊었는지 하늘이 오동나무 이파리 따끔따끔 먹었는지

몰라 풋저녁이었다

(중략)

나의 저녁은 영 익을 것 같지 않았다 떨어질 것도 아니었다
이따금 묘원을 어른거리는 푸른빛이었다 맞으면 오그라졌으나 시들지는 않았다

오늘 밤 딱따구리들이 파 놓은 별들 가득한 걸 보면
내 귀를 쪼던 딱따구리 한 마리
아직도 숲으로 날려 보내지 못했다는 걸 알겠다
---「풋저녁」중에서

달빛이 별빛을 불러 시소를 탄다 달빛이 가벼운지 높이 갔다 온다 미끄럼틀에 떨어지며 난리를 친다 오늘의 웃음이 반짝거렸다

날아가는 시간이 돌을 쪼아 먹는다 새싹 누러 간다
두 발 걸칠 때마다 어깨를 움츠려 준 내일의 가지가 반짝반짝

죽은 자는 눈이고 산 자는 사람이라 오늘의 눈사람이 반짝였다
---「오늘의 눈사람이 반짝였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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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펼쳐 읽다가 “빈터의 적요가 비 올 바람은 꽃대 올라올 곳으로 분다는 걸 보여 주려 지나는 걸음을 당기다 훅 끌려왔다”(「무의미에서 무를 뽑아 들고」)는 문장을 만나면서 나는 한번 헝클어진다. 비를 몰고 올 바람이 식물의 꽃대가 올라올 자리로 불게 된다니! 너무나 당연한 것을 까맣게 잊고 살다가 시인 덕분에 문득 한 깨달음을 얻는 듯하다. 이영종 시인은 말과 말 사이 밀도가 매우 높은 세밀하고도 다정다감한 감각을 구사한다. 그의 작법은 바느질에 가깝다. 그는 말을 한 땀 한 땀 누비고 깁고 감치고 박는 일에 진력한다. 바늘이 손끝을 찔러 손 끝에 핏방울이 맺히면 그것으로 상상력을 엉뚱하게 확장하면서 즐거워한다. 아프다고 얼굴을 찡그려야 하는데 환하게 웃는다. 그것은 이 시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고 가는 소년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귀를 쪼던 딱따구리 한 마리/아직도 숲으로 날려 보내지 못했다는 걸”(「풋저녁」) 알고 있는 소년이다. 그 소년은 눈이 밝아서 “꽃과 꽃을 잇는 항로인 빛”(「알 수 없는 유리 어쩌면」)을 찾을 줄 안다. 그 소년은 차분해서 과거의 기억을 복기할 때에도 들뜨거나 서두르지 않는다. 그 소년은 풀과 나무의 마음과 자신의 마음을 겹쳐 놓고 바라보기를 좋아하고, 둘 사이의 느슨해진 끈을 따스하게 연결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이 세상의 소리에도 물성이 깃들어 있다는 듯, 눈에 보이지 않는 향기도 언어로 다 보여 줄 수 있다는 듯 시를 매만지는 시인이여, 한량없이 탐미하라. “황어가 물살을 샌드백 치듯/강물이 한 점에 머물러 있는 새의 눈을 묻혀 한일자 그으며 가듯”(「황어가 물살을 샌드백 치듯」).
- 안도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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