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간이 되려고 하는데요?”인간이 되고 싶은 흡혈귀들과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은 남매의 사정『조용한 흡혈마을』은 ‘흡혈귀’라는 익숙한 소재로 이야기를 펼쳐간다. 섬사람들은 본래 인간이었으나 ‘흡혈귀의 난’이라는 의문의 사건을 통해 섬 전체가 아비규환이 된 이후,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살아남은 인간들을 뭍으로 올려보내고 남은 흡혈귀들이다. 이들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데, 잠을 잘 때면 박쥐로 변한다는 것이다. 그마저도 언제부턴가는 낮에도 박쥐로 변하는 일이 종종 있어 인간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죽는 이가 허다했다. 그렇게 130년을 살아남은 지금의 섬사람들은 갑자기 박쥐가 되었을 때를 대비해 집집마다 매달릴 수 있는 봉과 박쥐에서 인간으로 변할 때 완충 장치가 되어주는 두꺼운 요를 깔아두고 있었다.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으로 죽기 위해, 인간이 되는 신약 개발은 섬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과정이다.반면, 희주와 이루 남매에게 ‘인간’이란 지긋지긋한 삶의 굴레나 다름없다. 사고로 소중한 부모님을 잃고 사채업자에게 쫓기며 돈에 시달리던 남매에게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금은보화가 필요했다. 그렇게 찾게 된 자귀도에서, 희주는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보윤에게 묻는다. 왜 인간이 되려 하느냐고.“우린 인간이 되고 싶었소.”“왜요? 인간이 뭐라고…… 인간이면서 인간답지 못한 삶을 사는 사람이 수두룩한데.”“인간으로 태어났고, 인간답게 죽고 싶기 때문이오.”“영생하면서 평화롭게 살잖아요. 나에게는 생존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는 게 인간답게 사는 것인데…….”-p.162성요셉 작가는 『조용한 흡혈마을』을 통해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지 질문한다. 인간을 초월한 존재들이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이야기는 꾸준히 우리 곁에 있어왔다. 인간의 간을 먹는 구미호나 쑥과 마늘로 민족을 일으킨 ‘단군신화’의 곰, 프랑켄슈타인과 피노키오는 왜 인간이 되고 싶었을까?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이길래 영생의 존재들은 인간이 되고 싶어 하고, 정작 인간은 신의 자리를 탐내는 것일까? 이 아이러니한 질문을 마음에 새기며 흡혈귀들과 남매의 사활을 건 투쟁을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묘미일 것이다. 작가의 말인간을 초월한 존재들이 ‘인간이 되고 싶어’ 안달입니다. 구미호는 인간 100명의 비릿한 간을 꾹 참고 먹었고 곰은 마늘과 쑥으로 민족을 일으켰습니다. 그만큼 인간은 매력적인가 봅니다. ‘왜들 인간이 되고 싶었던 걸까? 정작 인간인 나는 인간답게 살고 있는 것인가?’ 이 질문을 시작으로 인간이 되고 싶은 흡혈귀의 이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부디 여러분의 삶이 행복한 인생이길 소망합니다.■ ON 시리즈오리지널(Original) 네오픽션(Neofiction) 시리즈 ‘ON’에서는 ‘읽는 즐거움’으로 가득한 다채로운 소설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