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습 과정의 핵심은 3단계로 이루어진 부탁 방식이다. 첫 번째 단계는 부탁을 정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먼저 원하는 바가 있다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꼭 필요한 부분이 무엇일지를 고민하고, 이를 ‘부탁’ 혹은 ‘요청’의 형식으로 재구성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가 여러 가지라면, 그 안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한다. 반드시 대가를 주고 취해야 하는 것과 선의로 얻을 수 있는 것도 나누어 본다. 원하는 바의 속성상, 어떤 프로필을 지닌 사람이 가장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 후보군도 정리한다. 이 과정에서 막연한 기대나 바람이 부탁의 형태로 다듬어지게 된다.
---「1장 하버드 MBA 오리엔테이션 첫 시간 : 가장 먼저 부탁하는 법을 배우다」중에서
경영의 실전은 교실과 다르다. 이렇게 하라고 가르쳐주는 선생님도 없고, 정답과 오답도 뚜렷하지 않다. 결국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필요한 정보와 인사이트를 취합하여, 스스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따라서 하버드의 수업 방식은 각자 정답을 찾아가는 치열한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강의실에서 리허설할 수 있도록 수업의 주도권을 완전히 학생에게 돌리는 것이다. 강의실에서 교수는 토론과 논쟁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면서 학생들이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가이드 역할을 제한적으로 담당하게 된다. 때로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토론의 템포를 빠르게 끌어올리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고, 대선 토론의 사회자처럼 중요한 시사점이 등장하면 그 키워드에 대해 간략하게 학술적 설명을 보태기도 한다. 과도하게 지엽적인 주제에 집중할 경우에는 잠시 토론을 중단하기도 하고, 찬반 논쟁이 과열될 때는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도 교수의 역할이다. 이러한 텐션 가득한 토론과 토의가 마무리되고 수업이 모두 끝날 즈음 칠판에는 학생들이 이야기한 포인트가 교수의 프레임워크하에 정리된다.
---「2장 당신은 솔직히 제대로 듣고 있습니까? : 하버드 강의실에는 노트북이 없다」중에서
우리는 흔히 수업 내용이나 회의 내용을 정리할 때 ‘다음’에 다시 한 번 살펴보겠다는 마음으로 받아쓰기를 하듯 들리는 대로 적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다음’은 결코 돌아오지 않고, 당장 논의된 내용이 다시 화두에 오른다는 보장도 없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이 정의하는 리더는 한자리에서 충분한 정보를 취득하고 핵심 내용을 도출해서 의사결정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당장 토론하고 결론을 낼 수 있는 주제를 다음으로 미루는 것은 모두의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자리에서 의사결정까지 내릴 수 있으려면 몰입을 지나 체계적인 정리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따라서 HBS 학생들은 토론의 내용을 바로바로 정리하는 훈련을 한다. 전반적인 발언을 아우르는 키워드, 강조하고자 하는 핵심 주장, 이를 뒷받침하는 주요 논거, 청중의 주목을 끌기 위해 활용하는 비유를 구분하며 자신의 주장과 비교해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을 마인드맵처럼 펼친다.
---「3장 중요한 것을 위한 과감한 희생 : 하버드의 버킷리스트, 투두리스트」중에서
HBS의 협상 수업은 자주 오해를 사곤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수업을 통해 협상에서 이기는 법을 배운다고 생각한다. 또 ‘하버드’라는 브랜드에 걸맞은 협상의 필살기를 익히고, 실전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특수부대처럼 철저한 훈련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몇몇 미디어는 마치 HBS에서 가르치는 협상 기술이 어디에서나 활용 가능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협상 수업에서 10주간의 트레이닝을 거치며 얻게 되는 첫 번째 덕목을 꼽으라면, 협상에 임하는 자세와 태도이다. HBS에서 협상 강의를 10년 이상 가르친 케빈 모한(Kevin Mohan) 교수는 협상장에 들어서기 전에 이미 성패는 어느 정도 결정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협상에 임하는 근본적인 마음가짐이 협상의 결과를 좌우한다는 의미이다.
---「6장 하버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강의 : 인생은 협상이다」중에서
완벽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록과 정량화를 통해 객관화된 정보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모난 곳을 가다듬고 흠 없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 특히 자신만만한 HBS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투명하고 신랄한 피드백이다. 학생들이 날카롭지만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비대해진 자존심을 제어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학교 차원에서 독려하는 일이기도 하다. 가장 많은 논의가 오가는 공간이 강의실인 만큼, 가장 많은 조언과 피드백이 오가는 장소도 강의실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이 수업시간에 발언한 내용에 대해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해주는 ‘코멘트 버디(Comment Buddy)’를 둔다. 사실 코멘트 버디는 학교에서 만든 시스템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치적으로 만든 시스템이다. HBS는 이렇게 학생들 스스로가 수업의 질을 높이고, 서로 피드백을 할 수 있는 건강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 자체적인 룰을 만든다.
---「7장 마지막 한 끗 : 하버드 학생들의 최선은 무엇이 다른가」중에서
내가 HBS에서 만난 많은 리더들은 결코 성공을 과시하거나 도취되어 있지 않았다. 언제든 어려워질 수 있고, 언제든 넘어질 수 있고, 오늘의 찬사가 내일의 비난이 될 수 있으며, 자본시장과 미디어, 그리고 고객은 늘 잔인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아는 사람들 같았다. 이 특별한 강의에서는 오직 HBS 학생들에게만 공유되는 수업이니만큼 제법 솔직한 이야기가 오고 가게 된다. 초대된 연사는 성공의 정의, 리더십의 방식, 콤플렉스 극복법,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노하우 등을 쉴 틈 없이 쏟아냈다. 미디어에서는 공개하지 않았던 리더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친구들과 함께 모여 좋은 리더십이란 무엇인지, 나의 리더십은 어떤 스타일인지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8장 나는 어떤 원칙을 지닌 리더인가? : 경영자 사관학교의 훈련법」중에서
아마도 HBS를 졸업한 학생들이 가장 오랜 기간 기억하는 행사는 ‘마이 테이크(My Take)’가 아닐까 싶다. 마이 테이크는 말 그대로 하버드 학생들이 자신이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면서 경험하고 느낀 바를 공유하는 자리이다.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의 학생들이 청중이 되어 한 학생의 인생 고백에 귀를 기울인다. 스스로 손을 들어 자원한 학생은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30분 동안 솔직하게 친구들과 공유하며 ‘나’라는 존재를 아주 섬세하게 인수분해한다. 정말 놀랍게도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깊은 속내를 털어놓는데, 평생 잊기 힘든 트라우마를 꺼내고, 그 상처를 공유한다. 나는 한 사람의 비범함은 실패와 상처에서 시작되며, 특별함은 고독과 소외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수많은 마이 테이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10장 다름을 통해 배우는 것들 : 샐러드 볼 안에서 가능성 찾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