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개발 과정을 보면, 먼저 가르쳐야 할 실질적인 내용을 선정하고 성취기준을 개발한다. 이 과정에 대부분의 시간을 들인다. 그다음 교육과정 문서에 진술해야 할 성격, 목표, 교수학습, 평가 등 나머지는 논의 과정도 거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진술하는 관행이 계속되면서 교육과정의 교수학습 및 평가 진술이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이러한 관행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개발진에 역사교육 전문가들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며, 개발진 전체가 역사 교육과정이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현장에서 활용하게 하려면 어떤 방식으로 구성·진술해야 하는가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오리엔테이션 단계를 설정할 필요도 있다. 역사 교육과정 개발진의 전문성 확보는 교육과정을 통해 역사교육을 개선하고 역사교육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64쪽, “1장. 사회 변화와 역사 교육과정”」중에서
2020년대 인류가 디지털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세계에서, 또 지역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세상에서 문화재, 혹은 문화유산을 민족의 틀에 가두는 것은 사람들의 실제 삶과 괴리한다. 유산화의 주체와 방법이나 학문적 패러다임의 변화도 문화유산을 역사와 구분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문화재교육이나 문화유산 교육에 역사교육적 고려와 기여는 중요하지만 역사교육에서 문화재를 유물과 동일시하는 관행은 폐기되어야 한다.
---「131~131쪽, “3장. 문화재·문화유산 교육과 역사교육”」중에서
국가와 문화의 경계를 넘는 이동과 이주로 인해 학생이 자신을 하이픈화된 정체성이나 국가나 민족을 초월한 정체성을 가진 유동적 존재로 인식할 수도 있고, 또 자신의 국가 정체성을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이념이나 제도에 기초하여 정의할 수도 있다. 학생이 처한 사회문화적 맥락과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학생의 역사 정체성이 가족이나 공동체의 그것과 다르게 형성되고 발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개인의 정체성은 가변적이고 다면적인 성격이 있다. 그러므로 역사교육에서는 학생의 다양성을 학생의 인종, 민족, 종교, 젠더 등 주어진 상황만이 아니라 그러한 상황들의 인위적인 구획을 가로질러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160~161쪽, “4장. 학생의 역사 정체성과 역사교육의 내용”」중에서
박물관에서 추구하는 역사교육이 역사가들이 생산한 지식과 서사를 전달하면서 특정한 역사상과 정체성 함양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면, 박물관도 ‘역사하기’-역사 소비·생산·재현, 사회적 참여-의 기초가 되는 역사 문해력에 초점을 맞추어 박물관 역사교육을 개념화하고 전시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굳이 오래된 ‘지식기반 사회’ 나 최근의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역사관을 개편한 배경에 종래 상설 전시가 특정한 정치 이념이나 역사상을 추구했다는 비판이 있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역사교육도 관람객이 스스로 역사 자료를 비교하고 해석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관람객이 역사 해석자 혹은 의미 생성자가 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269쪽, “8장. 역사와 유산, 이성과 감정의 복합 전시”」중에서
역사적 통찰력 함양을 통해 역사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역사교육이 변해야 한다. 과거와 현재의 큰 그림을 그리고, 인간과 사회 변화에 대해 장기적인 시각에서 통찰할 수 있으며, 또 현재 사회의 쟁점과 문제를 역사적 시각에서 분석하고 해결할 수 있게 역사교육을 재구조화해야 한다. 그 변화를 위해서는 학생이 역사의 힘 있는 지식을 학습하고, 그 지식을 학습했던 맥락과 ‘다른’ 맥락, 즉 그것을 학습했던 특정 시기의 맥락이나 특정 주제에서 벗어나 다른 시기, 다른 주제에 그 지식을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면 ‘조선시대 가족 관계의 변화’라는 주제에서 변화와 계속의 메타역사적 개념을 학습하고 크고 작은 역사적 패턴을 짜보았다면 그러한 개념과 역사적 패턴 짜기의 방법을 다른 시대, 다른 주제를 탐구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나아가 그러한 개념과 방법을 활용하여 학생이 일상에서 접하는 역사적 현상이나 역사물을 분석 또는 창조할 수 있게 해야 한다.
---「321쪽, “9장. 사회적 불평등과 ‘모두’를 위한 역사교육”」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