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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몽골

: 별, 사막, 호수 찾아 고비사막과 홉스골로 떠난 두 번의 몽골 여행

[ 2023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
리뷰 총점9.9 리뷰 60건 | 판매지수 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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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5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318g | 140*200*13mm
ISBN13 9788967821876
ISBN10 8967821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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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몽골 여행을 가겠다고 했을 때 주변인들의 반응은 “왜?”였다. 그래도 난 몽골을 외쳤다.
왜?! 별을 보기 위해서! 오로지 별 하나만 보고 가는 곳이 나에겐 몽골이었다.

마을을 벗어나니 다시 드넓은 초원이 펼쳐지기에 창밖 구경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차가 덜컹거리더니 말로만 듣던 오프로드 놀이동산이 개장됐다. 키가 큰 사람은 푸르공 천장에 머리가 닿는 신기한 경험이 가능하고 손아귀 힘이 없는 사람은… 아니 그냥 모든 사람이 푸르공 안에서 통통 튀며 날아다니는 소위 디스코팡팡을 타는 기분을 경험할 수 있으며, 간혹 롤러코스터를 타듯 심장이 공중부양하는 느낌도 덤으로 느낄 수 있는 푸르공 오프로드 놀이동산. 그래서 손잡이를 꽉 잡아야 하는데, 손잡이가 거의 없는 차에선 더할 나위 없이 오프로드 놀이동산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눈이 어둠에 적응되어 그런지 별은 더더욱 많이 보였는데, 주변에 건물과 조명이 일절 없으니 오른쪽 끝에서 왼쪽 끝까지 반원을 그리며 하늘을 쳐다보면 그 모든 곳에 빼곡히 별이 박혀 있었다. 눈을 어디에 둬도 온통 별천지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인 것 같다고 느껴질 무렵, 별 볼 때 꼭 듣고 싶다고 병모가 추천했던 Virginia To Vegas의 ‘Beautiful’이 배경음악으로 깔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우린 별빛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왜 별을 보려면 몽골에 가야 한다고 하는지 백번 알 것 같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니, 감탄사와 함께 자연스레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단 한마디였다. “아름답다…!”

멋진 풍경을 보면 왜 기분이 좋아지는지 또 왜 안정감이 드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이곳에서 일과 삶에 치여 숨 쉴 틈조차 없던 나에게 숨 쉬는 법과 마음을 쉬게 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고, 그건 내가 무언가를 해야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자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알아서 숨이 쉬어지는 것이라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탁 트인 곳에서 자연과 함께 숨을 쉬니 마음이 절로 정화되며 치유되는 듯한 느낌에, 이 시점에 몽골에 오게 된 이유가 다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너무 큰 낙타는 떨어질까 무섭고, 봉이 너무 낮거나 휘어져 있는 낙타는 건강치 못한 거 같아 내 무게를 견딜 수 있을지 걱정되기에 고심 끝에 키가 조금 작으면서 봉이 꼿꼿하게 솟아있는 낙타를 선택했다. 낙타도 말처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발을 올려 타고 머리채 쥐어 잡듯 봉 위의 털을 꾹 잡으니 낙타가 앞으로 한 번 숙였다 관절을 펼치며 일어섰다. 낙타는 겁이 많은 동물이라 소리를 지르면 놀란다기에 나도 최대한 조용히 놀라는 사이 내 발은 땅에서 멀어져 있었고, 낙타를 처음 타본 소감은 그저 신기했다.

먼저 다녀온 일행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 숙소가 있는 곳이 평지라 낮은 언덕을 기본 3개는 넘어가야 한다기에 한 방향을 찍고 그곳으로 하염없이 걸어갔다. 그리고 우리의 게르가 작아져 밖에 있는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될 즈음, 내가 앉으면 가려지겠다 싶은 곳에서 볼일을 봤다. 이젠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기에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본인이 안 보이면 남들도 안 보인다 생각하고 쫓길 때 땅에 머리를 처박는 꿩이 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몽골에서 바닥에 싸놓은 똥은 많이 봤지만 그걸 담아 불 질러 주는 건 처음 봤는데, 몽골에서는 말린 똥을 태워 연료로 쓰거나 벌레를 쫓을 때 사용한다고 들은 바가 있어 그걸 받으며 질색팔색하지는 않았다. 이게 말똥인지 낙타똥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기에 불을 피워 연기를 내면 모기가 오지 않는다며 우릴 위해 주신 거니 감사히 받고 게르 문 앞에 뒀는데, 효과가 어찌나 좋은지 불타는 똥에서 나는 연기는 벌레뿐 아니라 사람도 쫓아낼 기세였다.

아무리 몽골이라지만 무슨 꽃 피는 봄부터 비 내리는 여름, 세찬 바람 부는 가을과 눈 내리는 겨울까지 사계절을 하루 만에 보여주는 건지…. 하루를 1년 같이 보내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곳이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문득 아직 하루의 반나절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우릴 암흑 속으로 더 밀어 넣는 듯했다.

우리밖에 없는 숲속에서 유미의 ‘별’과 박보검의 ‘별 보러 가자’ 같은 잔잔한 음악을 깔아놓고 떠오르는 별들과 눈 맞추기 시작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호일로 감싼 감자가 모닥불 안에서 노릇노릇하게 구워졌다. 그 옆에 옹기종기 모여 조금 불편한 자세로 고개를 젖히고 별을 바라보던 우린 무수히 많은 별들 속에서 갑자기 강한 빛을 내뿜으며 초고속으로 떨어지는 별똥별과 우리 눈에 그대로 들어와 박히는 별들의 아름다운 모습에 빠져 결국 캐리어를 끌고 와 그 위에 누워 한참 또 별을 바라보다 입이 돌아가기 전 모닥불을 끄고 잠을 자러 들어갔다.

딴 세상에 와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홉스골은 여기가 몽골이라는 느낌보다 유럽 같다는 느낌을 더 강하게 주고 있었다. 숲길을 가로질러 밖으로 나가는 길, 바닥에 떨어져 발에 밟히는 나뭇가지 소리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었다.

분명 우리가 가는 곳이 테르히 차강호수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 물을 보는 순간 바다라 소리치는 나를 보며 이 말이 뇌를 거치고 나온 건지 안 거치고 나온 건지 판단할 수 없었다. 뇌를 거쳤다면 저것은 내 머리에 들어있는 데이터들을 종합해 본 결과 바다일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 단어를 내뱉은 것일 테고, 뇌를 거치지 않았다면 단순히 눈으로만 봐도 저것은 호수가 아니라 바다로 보였기에 그렇게 내뱉어진 것이라 생각되었다.

우리를 부르는 바츠카 소리에 안으로 들어가니 숙모님이 이번엔 국수를 한 솥 끓여 또 담고 계셨다. ‘우린 괜찮아요, 정말 배불러요~’라고 말하고 싶은데 숙모님이 너무 맑은 표정으로 ‘응~ 먹고 더 먹어~’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져 거절도 못 하고 다시 자리에 앉아 한 그릇을 다 비워야 했다. 물론 이것도 밖에서 사 먹던 음식들보다 훨씬 맛있었기에, 밥을 안 먹고 왔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준비해 줄 줄은 아무도 몰랐던 터라 우리도 먹을 수 있을 만큼만 먹었고, 마지막에 유제품을 굳혀 만들었다는 간식으로 입가심까지 한 후에야 집에서 나올 수 있었다.

그때 각인된 별빛들로 가끔 위로도 받고 용기도 얻으며 살아간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어떤 이유에서건 잠시 쉬었다 가고 싶다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채워져 버린 머리와 마음을 비워내고 싶다면, 몽골에 가서 어두운 밤 별들과 수다 한 판 떨고 오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를 옭아매고 있던 걱정과 고민거리들이 바람에 실려 날아가고 나면 작아 보이는 별 하나가 그렇게 반짝일 수 없고, 거대한 자연 속 한 평도 되지 않는 공간에 누워있는 나의 행복감이 너무도 충만해져 정말 중요한 게 뭔지 깨닫게 될 테니까.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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