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용어로서 ‘성희롱’의 유래(由來)
‘성희롱’이라는 용어는 1970년대 중반 미국에서 먼저 사용되다가 1980년대 중반부터 국제적으로 널리 사용되었던 ‘sexual harassment’의 번역어이다. 이 용어는 미국의 여성주의자들이 처음으로 고안하였다. 페미니스트들은 지위가 우월한 남성 사용자가 여성 근로자들에게 불쾌한 성적인 말과 행동, 요구 등을 하여 여성에게 정신적 육체적 피해뿐만 아니라 인권을 침해하여, 노동 조건과 환경 및 근로 의욕과 실적에 악영향을 주는 현상에 주목하고, 이것을 특화하여 sexual harassment로 명명하였다. 우리나라에서 sexual harassment를 성적 희롱으로 번역한 최초의 문헌은 사화학자인 심영희 교수가 1989년에 발표한 성폭력에 관한 논문이다. 심 교수는 성적 희롱을 성폭력의 유형에 포함하였으나, 이 용어의 의미에 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그 이후 성희롱이 법적 논의의 대상으로 사회적 주목을 크게 받은 것은 1993년 대학 조교가 제기한 최초의 성희롱 소송 때문이었다. 이를 계기로 국민들의 성 인식은 크게 각성되었고, 1995년 제정 공포된 「여성발전기본법」에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사업주는 성희롱의 예방 등 직장 내의 평등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조항을 마련하기에 이른다. 이 법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성희롱’이 법률용어로 등장하였고 1998년에는 대법원 판결문(1998.2.10 선고 95다39533)에 처음으로 ‘성희롱’이 명시되게 된다.
---「제1편 성희롱의 의의와 특성 p. 5~15」중에서
성희롱에 대한 법적 원리와 그 동향
성희롱을 법으로 규제한다는 것은 성희롱을 사회질서 위반행위로 간주하고, 성희롱을 방지하여 그것의 문제와 피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국가의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이에 따라 모든 조직과 그 장은 성희롱 관련 법에 따라 성희롱의 방지, 규제, 행위자의 제재, 피해자 등의 보호를 규정한 자치 규범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 모든 개인은 성희롱을 해서는 안 되고 법이 규정한 행동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성희롱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반한다. 따라서 성평등의 법적 실현 방법으로 성희롱에 대한 법적 규제는 필수적으로 포함되며 성희롱에 대한 법적 규제는 ‘성평등의 실현’을 그 목적과 기본방향으로 해야 할 것이다. 많은 국가들이 21세기 국가발전전략을 수립할 때 ‘성평등의 실현’을 주요 과제로 설정한 이유도 성평등은 인권을 보장할 뿐 아니라 인구의 반수를 차지하는 여성의 능력 계발과 발휘, 사회참여, 인적자원화를 촉진시키고 모든 부문에 남녀가 대등하게 참여하고 협력하게 하여 국가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성평등을 법으로 실현한다는 것은 성평등이 사회의 기본질서임을 공고히 하며 국가가 강한 추진력을 가지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의미가 있다.
---「제3편 성희롱에 대한 법적 규제의 법리와 동향 p. 86~90」중에서
성희롱 분쟁처리 사례와 법적 쟁점
성희롱에 대한 법적 규제에 있어서 첫 번째 쟁점이 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지 여부다. 성희롱의 문제와 피해를 감안할 때, 성희롱에 대한 법적 규제는 당연히 이루어져야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지 않아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두 번째로 쟁점이 되는 것은 성적인 자유,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지의 여부다. 성희롱에 대한 법적 규제가 과도하면, 행위자의 성적 자유, 성적 자기결정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할 뿐 아니라 피해자에게도 성적인 자유, 성적 자기결정권의 주체로서 성적 언동을 자유롭게 할 자유를 막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최근 대법원(2021.1.6. 선고 2019도16258 판결)은 성적 자기결정권에 “본인 의사에 반해 성적 대상화 되지 않을 자유”가 포함된다고 판시하였다. 성희롱은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성적 언동으로써 법적으로 규제되어야 한다. 성희롱에 대한 법적 규제는 행위자와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제3편 성희롱에 대한 법적 규제의 법리와 동향 p. 97~100」중에서
‘피해자다움’의 통념에 기초한 판단
‘피해자다움’이란 피해자라면 마땅히, 통상적으로, 상식적으로 이러한 행동이나 반응을 해야 할 것이라는 통념을 말한다. 이 ‘피해자다움’은 성희롱·성폭력 관련 분쟁에서 쟁점이 많이 되고 있다. 때로는 이 통념이 합리적 판단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있지만, 때로는 피해자다움이라는 편견, 고정관념으로 특정 사건에서 피해자의 피해 진술을 불합리하게 배척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사례 8: 남성 도지사의 여성 비서에 대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과 ‘피해자다움’ 관련 분쟁]에서 1심 법원(서울서부지방법원 2018.8.14. 선고 2018고합 75 판결)은 피해자라면 도지사의 성적 언동이나 요구를 피해야 할 텐데 해외에서 피해를 입은 뒤에도 도지사가 좋아하는 순두부 식당을 찾는 등 수행을 계속하였고 담배를 사오라는 지시를 받고 담배를 문 앞에 두지 않고 호텔방에 들어가 주려다 다시 성폭력을 당하였다는 진술 등은 피해자답지 못하여 신뢰할 수 없다며 피고에 대하여 무죄 판결을 하였다. 2심 판결(서울고등법원 2019.2.1. 선고 2018노2354 판결)은 대법원(2018.4.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교원소청심사위원회결정취소])의 성인지적 감수성 판단 관점을 적용하여 1심 판결(서울서부지방법원 2018.8.14. 선고 2018고합75 판결)을 취소하였고, 대법원(2019.9.9. 선고 2019도2562 판결 [강제추행, 피감독자간음,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도 원심판단(2심 판결)을 인정하였다.
---「제5편 성희롱 관련 분쟁처리 사례와 쟁점 p. 430」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