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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홈스쿨링하는 엄마로 살기로 했다

: 배움의 본질적 의미를 찾아가는 여행

이자경 | 담다 | 2023년 05월 12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9 리뷰 48건 | 판매지수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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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5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80g | 140*200*16mm
ISBN13 9791189784324
ISBN10 1189784327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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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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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이 살랑살랑 불던 어느 날 유치원 발표회가 있었다.
---「첫 문장」중에서

지훈이는 쭉 내뻗은 팔과 강하게 뻗은 다리를 하늘을 향해 올리더니, 주먹 쥔 손을 땅에다 찧었다가 다시 일어섰다. 그러고는 치켜든 팔을 연꽃처럼 모아 멋지게 턴을 하며 마무리했다. 거울에 비친 지훈이의 모습에 선생님도 웃음을 띠었지만 당황하는 눈치였고, 아는 엄마들은 개구쟁이라며 웃음을 금치 못했다. 짧은 무용 발표회는 그렇게 막이 내렸다.
--- p.16

다음 날 아침, 기대감으로 가득 차 눈을 떴다. 푹 자고 일어난 지훈이의 컨디션도 좋았고, 밤새 만든 교구도 만족스러웠고 모든 게 완벽했다. 블로그 속의 아이처럼 지훈이가 가지고 노는 모습을 촬영해 두기로 했다. 지훈이가 잘 볼 수 있도록 교구들을 펼쳐 놓았다. 그런데 갑자기 지훈이가 달려와 양손으로 마구마구 흔들고, 요리조리 제멋대로 하더니 금세 엉망으로 만들었다. 차근차근히 해 보자고 설명해도 막무가내였다. 그러고는 별일 없었다는 듯이 내 손을 잡아끌고 방으로 들어가 함께 노래를 부르자고 했다. 모든 게 허무했다. 그 후, 지훈이한테 맞는 방법을 찾기 위해 댓글까지 달아 가며 그나마 가치 있는 정보를 조금이라도 얻기 위해 검색하는 일이 잦아졌다. 하지만 매번 지훈이는 정보 속의 아이들과 다른 반응을 보였고, 그런 일이 반복되었다. 그제야 나는 무언가 잘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 p.25

“자경 씨! 지훈이 혼내 본 적 없죠?”
“네?!”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스러웠다. 무엇을 뜻하는 말인지 언뜻 이해되지 않았다.
“안 될 때는 안 된다고 말하고 혼내야지. 지훈이가 혼이 안 나 봐서 엄마 말을 잘 안 듣네.”
그러고 보니 돌이 될 때까지 큰 소리로 혼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거 같다. 지훈이에게 차근차근 설명하는 내 모습을 두고, 주변에서 벌써부터 기 싸움에 지면 안 된다며 안 될 때는 따끔하게 혼내야 한다며 다들 한마디씩 했다. 어쩐지 얼굴이 화끈거리고 아이를 잘못 기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명하는 것을 그만두고 지훈이를 안고 자리로 돌아왔다. 밥을 먹으면서도, 이야기꽃을 피우면서도 머릿속에는 언젠가 지훈이를 단단히 혼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 p.29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그런 내 마음과 달리 지훈이는 볕을 쬐듯 살짝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 둔 말을 꺼내 놓고 마음이 편안해진 모양이었다. 애당초 배움 따위는 없었던 것 같았다. 지금까지 지훈이의 미래를 위해 겪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이 나의 욕심에 불과한 것 같았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지훈이가 지금 나에게 무엇인가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 p.44

“어머니 뒤따라와 주세요.”

어린 동생들을 데려가야 한다는 부담감과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하얀 쪽지에서 장남의 무게가 느껴졌다. 어린 줄로만 생각했는데 가만히 아이의 걸음을 따라가 보니 심부름을 완수하기 위한 순수한 의지와 열정,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보였다. 어설픈 우리 부부의 미행으로 두려움을 느꼈을지도 모르겠지만, 서로를 돌보고 의지하며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간 아이들이 기특한 날이었다.
--- p.135

홈스쿨링을 하며 깨달았다. 나는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배우며 한 뼘 더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홈스쿨링은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만큼 더불어 성장하는 부모의 배움터다. 독립적인 인간으로 살아가는 부모의 모습과 삶의 태도를 보여 주는 것이야말로 아이들을 위한 최고의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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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같은 길을 가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돈과 지위로 우월해지는 것이 행복이라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 사회다.?그 길 속에서 비교 우위를 점한 이들은 그 자리가 위협받을까 위태롭게 버티며,?그 우위에 서지 못한 이들은 좌절과 자기 비난 속에서 살아가는 것,?서글픈 우리의 모습이다.
?
정신과 의사는 오직 단 하나의 길만을 따라야 한다는 폭력으로부터 지치고 상처받은 이들과,?그들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하는 직업이다.?그런 내게 이 책은 많은 울림을 준다.
?
생김새,?환경,?가치관,?기쁨을 느끼는 순간이 모두 다른 우리이므로,?각자에게 어울리는 삶의 형태 역시 각기 다른 것이 자연스럽지 않을까.?부모로서 사랑하는 아이에게 전해줄 것은 정해진 행복의 공식을 다른 친구보다 어떻게 더 잘 해낼 수 있을지가 아니라,?행복의 공식을 스스로 정의할 수 있는 관점과 이를 이어갈 수 있는 힘이 아닐까.
?
이 책은 홈스쿨링이라는 유별난 방법을 안내하는 책이라기보다?‘홈스쿨링’이란 또 하나의 방법으로 누구나 보편적으로 바라는 행복을 추구하는 평범한 아이들과 가족의 이야기다. 자신과 다른 길을 가는 이들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분위기속에서도 묵묵히 또 진솔하게 그들만의 방법으로?따뜻한 행복을 꾸려나가는 여정이 생생히 담겨 있다.?

정신과 의사로서,?또 두 아이의 아빠로서 모든 페이지를 깊이 읽었다.?
우리 아이만의 삶과 행복에 대해 고민하는 부모라면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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