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나이 들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나이 듦의 이로움을 잔뜩 가리는 구름을 치워야 했다. 물론 이 사실을 모든 사람에게 납득시키기는 힘들다. 특정 시점 이후로는 나이 드는 데 따른 장점은 전혀 없다고 믿는 사람이 여전히 있을 테니 말이다. 다만 두려운 것은 노년의 삶을 잘 유지하고 풍요롭게 하는 문제에 완전히 무관심하다 보면, 행복하고, 편안하고, 독립적인 능력이 있을 때에만 삶이 의미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 「제1부 왜 나이가 들까?」 중에서
자신의 경험을 통해 나이가 들면서 육체적으로는 퇴보하지만, 정신력은 육체적인 능력처럼 그렇게 뚝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정신적인 능력 중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나 정보를 통합하는 능력, 즉 ‘지혜’라고 보면 좋을 만한 능력은 오히려 노년에 들어 더 발달하기도 한다.
--- 「제1부 왜 나이가 들까?」 중에서
하지만 이런 상황에만 시선을 고정할 것이 아니라 한 발 뒤로 물러나서, 노년에 나타나는 예상 밖의 변화 중에 지혜와 같은 강점이 있어서 우리가 그 상황을 헤치고 나갈 힘을 준다는 사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나이 든 사람들이 ‘그 순간에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아니라, ‘세월이 흐르면서 어떻게 발전하고 성장하는지’를 보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아들이기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변화의 ‘적극적인’ 주체임을 확인하게 된다.
--- 「제2부 왜 생존해야 할까?」 중에서
회복탄력성이 생기면 스스로의 능력과 가치, 자존감을 행사하고 증명할 방법이 눈에 들어온다. 역경 속에서의 이런 성공은 가장 고귀한 존엄의 실천이다. 이는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고의 행동이며, 노년에 활기를 불어넣고 원기를 회복시킨다. 회복탄력성을 발휘할 때 우리는 삶의 목적을 행동으로 옮긴다. 단순히 생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뭔가 긍정적인 행동을 하고, 이 세상과 우리 자신을 위한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다.
--- 「제2부 왜 생존해야 할까?」 중에서
누구든 나이 들면 삶에서의 역할이나 역량, 목표들이 바뀐다. 그렇게 되면 변화에 발맞추어 생각하고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편하고 익숙한 노인 갱년기의 길로 침잠해서 시간 속에 멈춰버리고 제한받는 생활을 해야 할지 모른다. 또한 우리가 할 수 있거나 선뜻 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닥쳐서 스스로와 주위 사람들이 큰 충격을 받는 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다.
--- 「제3부 왜 성장해야 하는가?」 중에서
나이 듦을 바라보는 주요한 세 번째 관점은 이런 성장의 개념이 담긴 진 코헨의 ‘창조적인 노화’ 모델이다. 노인정신과 의사인 코헨은 노화의 정상적인 측면과 질병 등이 동반되는 비정상적인 측면을 모두 연구하고 접하면서, 외부 조건과 관계없이, 모든 노화가 진행되는 과정 중에도 높은 목적의식, 성취의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였다. 그래서 나이 듦을 그 자체로만 보지 않고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가능성, 즉 나이가 들었음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성취하는 것들에 주목했다.
--- 「제3부 왜 성장해야 하는가?」 중에서
코헨은 근본적으로 나이 듦 그 자체가 창조성의 촉매라고 믿으며, 이렇게 말한다. “창조성은 모든 나이에, 모든 조건에서 일어날 수 있지만, 나이가 주는 경험의 풍요로움이 창조적 가능성을 엄청나게 확장시킨다.”
--- 「제3부 왜 성장해야 하는가?」 중에서
여기서 노년의 문화를 규정하는 목적은 각자가 가진 힘과 능력에 주목하고, 각자의 노년을 재규정해보는 것이다. 과거에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지금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돌아봄으로써 삶의 목적과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통합한다. 마거릿 모갠로스는 저서 『에이지와이즈(agewise)』에서, 노년을 쇠약해지는 시기로만 생각하는 일반적인 견해에 사로잡히지 말고, 우리 스스로를 나이가 들수록 활발하게 성장하는 존재로 바라보는 자세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제4부 건강한 노년을 설계하는 실천 계획표」 중에서
안드레아 셔먼과 마사 워이너는 노년을 기리는 의식에 관한 지침서『이행(移行)의 열쇠(Transitional Keys)』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삶에서 새로운 역할로 이행하고 노인들의 가치를 기릴 수 있는가를 설명한다. 그런 의식은 동시에 젊은 세대와 더 넓은 지역사회에 나이 듦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보는 관점을 전파시킨다. 그 결과 소외당하는 느낌을 느끼기 쉬운 나이 든 사람들이 의미와 관심, 지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 「제4부 건강한 노년을 설계하는 실천 계획표」 중에서
나이 듦은 우리가 삶에서 성취하는 가장 의미 깊은 일 중 하나이다. 나이 듦은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고, 문화와 역사가 흘러갈 수 있게 한다. 또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각자가 만들어온 노년의 문화의 놀라운 힘을 완전히 수용할 수 있게 된다. 또 우리가 생태계의 핵심 종자와 같아서 그 존재만으로도 건강, 안정, 성장을 도모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
--- 「에필로그」 중에서
지금의 자신을 규정하는 과거의 가치와 미덕을 잘 간직하되, 때로는 손에 쥔 것을 내려놓고 두려움 없이 새로운 빛 안으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 나이, 질병, 장애로 너무 약해져서 그렇게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면 방관하지 말고 그들을 부축하여 함께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나이에 맞게 행동할 때, 노년의 힘이 발현되기 시작하며 새로운 삶, 사랑, 오래도록 보존되는 유산을 만들 수 있다.
--- 「에필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