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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개념

: 고대에서 현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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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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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년 05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472쪽 | 656g | 149*216*24mm
ISBN13 9791192968209
ISBN10 1192968204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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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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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흔한 인스턴트 인문학 서적처럼 간교한 언어로 독자들의 두뇌를 스미싱하는 짓을 하지 않는다. 독자를 상업적 주술로 꾀어내어 철학이 우리의 일상과 아주 밀접하다고 끊임없이 속삭이면서 지갑을 터는 짓을 이 책은 경멸한다. 물론 일치하는 측면이 없진 않지만, 사실상 철학은 일상을 배반하고, 문제시하며, 때로는 쓰나미처럼 덮친다. 그래야 철학이다. 그래서 개념이다. 우선 이 ‘개념’이라는 두 글자에서 시작하자.
--- pp.7~8

‘존재’와 ‘생성’은 철학에서 가장 기초적인 개념이다. 그래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 두 개념은 가장 ‘철학적인’ 또는 ‘철학다운’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근대 이후 철학에서부터 나온 과학이 그간의 개념들에 경험과 실험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더할 때에도 이 두 개념은 철학에 고유한 어휘로 남았다.
--- p.21

하지만 공교롭게도 존재에 대한 이런 관념론적 이해는 서양 학문사에 유구하게 이어지는 일종의 학문적 욕망을 구성하게 된다. 이는 ‘변하지 않는 존재의 본질과 진리’를 찾으려는 욕망이다. 현대 과학은 이 욕망이 실현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과학은 변화무쌍한 우주와 인간에 맞서 불변의 ‘법칙’을 추구하면서 이를 통해 기술적인 지배 양식을 구축했던 것이다.
--- p.28

수많은 철학자들이 있지만 그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생각을 간추리자면, 첫째는 인간의 유한성이고 둘째는 원초적인 무지상태라고 할 수 있다. 전자는 삶과 죽음이라는 실존적 사실과 연관되는데, 이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수동적’이라는 데서 기인한다.
--- p.36

질서의 붕괴는 그에 합당한 벌을 야기한다. 그리고 정의가 다시 세워짐으로써 보상이 이루어진다. 벌을 통해 소멸해가는 것들, 보상으로 인해 새로 생성되어 나오는 것들, 그리고 시간의 질서에 따라 자리잡는 코스모스(우주, 조화)는 마치 폭풍과 적요가 갈마드는 그리스 지중해의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종잡을 수 없다. 그래서 아페이론, 즉 무(a-)한정(-peras)이다(=apeiron).
--- p.70

감응이란 처음부터 파악 주체와 그 대상이 명확하게 구분되거나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의 ‘과정’이다. 예컨대 지금 내 앞에 놓여 있는 저 화병 안의 꽃은 처음부터 ‘화병 안’이나 ‘꽃’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이때 그 다가오는 대상을 파악하는 ‘지성’도 불분명하다. 감응의 과정에서 유일한 것은 애매모호한 ‘직관’ 같은 것이다. 마치 카메라의 초점이 흐려진 상태와 같이 나와 저 화병 안의 꽃은 서로의 경계가 불분명한 채로 이 세계에 놓여 있다. 이때 어느 것이 원인이며 결과인지 정해지지 않는다. 무언가가 명확해지고 경계가 설정되며 제한되는 때는 감응의 과정이 지각과 지성의 작용으로 이행할 때다. 여기서 지성은 비로소 ‘주체’가 되며 화병 안의 꽃은 ‘대상’이 되어 서로 인과관계를 형성하게 되거나, 주체의 원리나 대상의 원리로서 자리잡게 된다.
--- p.99

사실 원인과 원리에 대한 궁극적 탐색이 사라진 철학이란 불가능하다. 원리성과 인과성이란 생각의 기초이고, 우리가 세계와 인간을 이해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들에 대한 맹신이 사라질 뿐이다. 현대 사유에 이르러서는 이 맹신의 제거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원리적이고 인과적이라고 알려져온 과학, 그중에서도 물리학에서 시작되었다.
--- p.110

마르크스, 프로이트, 니체 이 세 사람의 ‘의심의 대가’는 결국 자신들의 의심을 세상에 관철시켰다. 마르크스는 (비록 결과적으로 실패 했지만) 현실사회주의 혁명이라는 역사적인 임무를 관철시켰고, 프로이트는 정신분석의 임상적인 적용이라는 의학적 임무를 관철시켰고, 니체는 현대철학의 포스트모던적 경향이라는 철학적 임무를 관철시켰다. 이 세 사람이 남긴 성과는 고스란히 현대철학에 계승되면서, 푸코, 들뢰즈, 데리다라는 걸출한 사상가들을 탄생시키는 데 일조하게 된다. 우리는 이 의심의 대가들로부터 이어져온 전통에 속한 이 세 사람을 ‘차이의 대가’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 p.170

육후이는 최신의 사이버네틱스 이론을 전개하면서 우발성 개념을 도입한다. 사이버네틱스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정보의 우발성과 알고리즘적인 재귀성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정보’란 유기체의 DNA 정보에서부터 단순기계의 피드백과 컴퓨터의 알고리즘을 모두 포함한다.
--- p.279

타자를 무조건적으로 환대하는 주체는 이기적 욕망을 버리고, 책임의 주체로 다시 세워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 이기적인 본성이 말끔히 씻기는 것일까? 레비나스는 그렇지 않음을 나치즘의 경험을 통해 절실히 깨닫고 있었다. 인간은 타자를 환대함으로써 새로운 주체로 태어나지만 언제든 퇴행할 수 있다. 이러한 인간의 특성을 레비나스는 ‘상처받을 가능성’이라고 한다.
--- p.317

현대사상의 첨단에 있는 ‘신유물론’은 이러한 ‘신자연주의’의 분위기 안에서 탄생한 철학사조다. 그래서 신유물론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바로 객체, 물질, 타자의 능동성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철학이 주체의 능동성만을 내세우면서, 그 대립 지점에 객체와 물질을 두었다면, 신유물론에서는 주객 이분법을 허물고 그 경계 지점에 상호작용을 놓는다.
--- p.334

‘안다는 것’과 ‘모른다는 것’은 얼마만한 큰 차이가 있을까? 혹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리 많은 차이는 없지 않을까? 과연 많이 아는 자, 즉 지식인은 모든 측면에서 아는 자일까? 가장 바보스러운 자라 해도 어떤 면에서는 저 박학한 지식인보다 나은 점이 있지 않을까? 예컨대 우리 동네 구두 수선공 아저씨의 솜씨는 스피노자의 안경 세공 솜씨보다 못한가?
--- p.339

무지한 자는 지능이 떨어지거나, 배우지 못하거나,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는 자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정식 교육 과정에서 배우는 자들보다 더 빨리 앎을 향해 나아간다. 그러므로 무지는 앎과 대조되는 상태가 아니라, 앎의 준비 상태, 혹은 앎의 원동력이라고 말할 수조차 있을 것이다. 자코토의 학생들이 무지하지 않았다면, 스스로 앎을 찾아갔을까?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 무지를 앎의 부수적 상태나, 그와 반대되기 때문에 극복되어야 하는 상태로 놓았던 소크라테스로부터 상당히 많이 떨어져 있다.
--- p.375

상호배제적으로 관계 맺는 앎과 무지는 곧 미리 결정된 것이 없다는 것이고, 때문에 어떤 것에 대한 앎은 동시에 다른 것에 대한 무지를 필연적으로 야기한다. 당신이 뭔가를 안다고 확신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그것과 밀접하게 얽힌 다른 것은 확실히 모른다! 더 나아가 그 모르는 것은 존재하지조차 않는다.
--- p.393

에피쿠로스가 “쾌락이 목적이다”라고 할 때, 이 말은 방탕한 자들의 쾌락이나 육체적인 쾌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에피쿠로스가 말하는 쾌락은 몸의 고통이나 마음의 혼란으로부터의 자유다. 모든 선택과 기피의 동기를 발견하고 공허한 추측들?이것 때문에 마음의 가장 큰 고통이 생겨난다?을 몰아내면서, 멀쩡한 정신으로 계산하는 것이 바로 그 자유의 요건이 된다.
--- p.418

현대의 공리주의가 기반하는 이데올로기는 일종의 자유주의적 개인주의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를 수 있고, 그 판단의 단위는 오롯이 한 개인이다. 비록 공리주의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내세우지만, 여기서 행복의 계산은 개인이 주체이며, 그 개인의 행복이 모두 모인 것이 사회의 행복이다. 우리는 이제 이러한 개인을 벗어난 사회 또는 국가에 윤리적 가치가 체현되는 개념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것은 바로 ‘정의’다.
--- p.429

덕과 정의는 전쟁이나 폭력 아래에서는 결코 싹틀 수 없다. 우리는 그러한 전쟁과 폭력을 경멸해야 하며, 그것을 꾸미는 모리배들을 좌시하지 않아야 한다. 현대의 자본주의는 우리에게 더 신랄한 지성을 요구하는 것 같다.
--- p.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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