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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와 포피

[ 양장 ]
리뷰 총점10.0 리뷰 4건 | 판매지수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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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5월 23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620쪽 | 716g | 130*213*35mm
ISBN13 9791159923791
ISBN10 115992379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제게는 아이가 하나 있습니다. 똘똘하고, 재미있고, 현재 앞니가 다 빠진 2학년 아이입니다. 예전에는 소년이었다가 이제 소녀가 된 트랜스걸입니다. 책에 등장하는 가족의 막내처럼요. 그 아이가 바로 이 소설, 허구에 불과한 이야기이지만 이 소설을 쓰는데 용기가 필요했던 이유입니다. 또 제가 이 소설을 쓴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 아이 같은 아이들은 정말 많고, 우리 가족 같은 가족들도 정말 많고, 우리 가족과는 또 다른 가족, ‘정상’이라고 간주되는 형태에서 벗어난 가족들도 정말 많습니다. 이 책이 그들에게 닿아서 모든 좋은 책이 해내는 일, 즉 소속감을 주고, 이해받는다는 느낌을 주고, 혼자라는 느낌을 덜어주는 바로 그 일을 해내기를 희망합니다. 《클로드와 포피》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은 자기의 이야기를 하고 비밀을 털어놓는 것이 겁나는 일이고 가끔은 위험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해야 모든 이의 삶이 더 나아지기 때문에 그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지요. 그리고 이 책을 쓰는 과정에서 저 또한 같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을 무릅쓰고) 겸허한 마음으로 《클로드와 포피》를 세상으로 내보냅니다. 이 책이 한 가족을 그린 설득력 있고 도발적이며 진심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로 받아들여지길, 가족의 일원으로 하루라도 살아본 경험이 있는 모든 독자들에게 이 책이 호소력을 갖기를 기원합니다. 저는 이야기를 쓰고 읽고 함께 나누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 길임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온몸으로 믿습니다.
--- pp.5~6

왜, 둘 다면 안 될까요?
똑똑한 사람이라면 답을 알 텐데….
모든 게 더 작거나 더 많아야 하고,
시시하기 아니면 어마어마하기, 둘 중의 하나여야 하나요?
왜, 늘 이것 아니면 저것이어야 하나요?
왜, 이것과 저것 둘 다면 안 되나요?
바로 그래서 말이 있는 거잖아요.
숲속에서 길을 찾아 나가기 위해서.
-〈숲속으로〉, 스티븐 손드하임
--- p.7

바로 그 순간, 12세의 로잘린드 월시는 두 가지 결심을 했다. 장차 낳을 딸은 머리를 길게, 정말정말 길게, 엉덩이로 깔고 앉을 정도로 기를 것이며, 포피라 부를 것이라는 결심. 나중에 로지는 시암을 이제는 태국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태국에 간 것은 오랜 시간이 흐른 후였고, 그마저 놀러 간 것이 아니었다. 그날이 동생과 둘이서만 지낸 마지막 날이었다.
--- p.27

환자 이송팀을 부른 지 한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자, 로지는 소녀를 직접 엑스레이실로 데리고 갔다. 방사선 촬영 기사는 그녀가 환자와 같이 있게 해줬다. 손목이 삐었고 정강이뼈에 약목 골절을 입었을 뿐이지만 소녀가 누군가의 손을 붙잡고 있을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서였다. 어디가 삐었는지, 어디에 골절을 입었는지 알고 나자 로지는 소녀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알았고, 진통제와 오트밀 쿠키 세 개를 주고 아이를 웃게 만들었다. 클로드가 존재하기 시작한 날 밤 로지는 그런 사람으로 살고 있었다. 엄마, 아내, 응급실 의사, 수수께끼를 밝혀내는 사람, 어린 소녀를 달래주는 사람. 그리고 방사선 촬영 기사까지. 그녀는 그게 이유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항상 그것이 이유가 아닐까 생각하곤 했다.
--- p.55

“세탁기랑 건조기 쓰는 거랑 다림질 하는 법 가르쳐줄래요?”
“그건 아빠 일인데.” 로지가 말했다.
“아니요, 내 일이에요.” 클로드가 말했다. “새로 산 원피스를 빨고 말려서 다림질해야 하니까. 진짜 숙녀들은 깨끗하게 다림질된 옷을 입잖아요.”
나중에 의사들이 물었다. 그때 몰랐어요? 아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듣지 않았나요?
--- p.74

로지는 클로드가 집에서는 든든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느낀다는 사실이 기쁘고 고마웠다. 로지는 클로드가 집 바깥에서 그토록 불안정하고 위태롭게 느낀다는 사실에 몸서리가 쳐졌다. 그러나 동시에 로지는 모순되는 이 감정에 익숙해 있었다. 그녀는 엄마였고, 엄마로서 세상 어느 누구도 자기 아이들을 그녀만큼 사랑하고 귀히 여기고 돌볼 수 없다는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그런 세상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한순간도 잊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로지의 1순위 걱정, 클로드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펜의 1순위 걱정, 클로드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러나 행복은 말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 p.111

“괜찮아요.” 클로드의 눈과 코에서 눈물과 콧물이 새어 나왔다. 다섯 살에 불과한 아이가 부모를 달래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냥 좀 우울할 뿐이에요. 우울하다고 뭐 피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우울해도 괜찮아요.”
하지만 괜찮다는 클로드의 생각은 틀렸다. 그의 행복이 부모에게는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로지는 길고도 긴 숨을 들이쉬며 속삭였다. “우리 아가, 여자아이가 되고 싶니?”
통고의 가르침을 기억한 펜이 덧붙였다. “네 생각에는 네가 여자아이인 것 같아?”
두 사람은 기다렸다. 헤아릴 수 없이 긴 한숨과 헤아릴 수 없이 깊은 두려움을 겨우겨우 감춘 채로.
클로드는 그냥 울기만 했다. “몰라요.”
클로드의 부모도 질문이 어려웠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대답이 ‘네’가 아니라는 것, 적어도 아직은 아니라는 것에 어느 정도 안도했다는 사실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가 모른다면 누가 알 것이며, 대답이 ‘네’가 아니라면 무엇일까에 대한 두려움이 마음속에 일어나는 것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 p.143

빅토리아 레벨스가 학부모 면담이 끝나갈 무렵 운을 뗐다. “클로드 자신이 여자아이라 믿는다면 아이를 그렇게 대우할 용의가 있습니다.”
“용의가 아니라 법적 의무죠.” 펜이 수정했다.
“둘 다예요.” 레벨스가 말했다. “하지만 즉흥적으로 대처할 수는 없어요.”
“무슨 뜻이죠?”
“무슨 뜻이냐면, 클로드가 자신이 여자아이라 생각한다면, 그건 성별 불쾌감을 느끼는 것이니 거기 맞춰 대응할 수 있다는 겁니다. 만일 클로드가 그냥 치마를 입고 싶어 한다면 그건 방해가 되는 행동이니 평범한 복장을 하도록 지도해주세요.”
--- p.171

들것에 실려 급히 응급실로 들어온 환자가 총상 환자 같지 않다고 로지는 생각했다. 버스에 치인 사람 같았다. 로지는 급히 가슴에 청진기를 대보고 양쪽 눈에 불빛을 비춰 본 다음, 그 많은 피가 어디서 나오고 있는지 재빨리 살폈다. 사방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옷이 피로 흥건히 젖어 있었지만 옷을 제거하고 보니 다행히도 총상 자체는 크지 않았다. 총알이 왼쪽 어깨로 들어가서 깨끗이 관통해서 몸 안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디서 이 많은 피가 흐르는 것일까? 타박상, 자상, 골절상 등이 보였다. 그리고 페니스.

그 순간 모든 것이 멈췄고, 모두들 침대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손을 들었다. 마치 폭탄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사람들 머리에 처음 떠오른 생각은 응급구조사가 초보이거나, 바보 같은 캠퍼스 보안 담당자가 변장 파티를 해산시키면서 이 남학생이 분장 의상을 입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하지만 로지는 바로 알아차렸다. 왜 페니스를 가진 이 환자가 여성으로 보고되었는지, 그리고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여기 오게 되었는지까지, 모두. 누군가가 문을 열고 복도를 향해 소리쳤다. “제인 도가 아니라 존 도야.”
--- p.200

“물론 아니죠. 그런데 왜 상대방에게 포피의 상태를 모두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죠?”
“알 필요는 없지만 알 권리는 있는 것 아닐까 해서요.”
“알 권리라고 하니까 뭔가 표리부동하고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진실을 감추는 느낌이 드는데, 표리부동하거나 거짓말을 하고 있나요?”
“그렇진 않은 거 같은데요?”
“그렇지 않죠. 진실을 감추는 것도 아니고요. 이게 바로 진실이에요. 사람들에게 포피가 남자아이라고 말하면 그게 진실이 아니죠. 사람들이 알 필요가 있거나 알 권리가 있는 내용이 없어요. 비밀로 하는 것도 아니에요. 그저 자식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것일 뿐이에요. 아이도 우리처럼 프라이버시를 가질 필요와 권리가 있는 거니까요.”
--- p.251

“네가 7학년 때 동생이 아픈 바람에 학교를 거의 못 다녔잖니.” 그녀는 항의하는 로지의 말을 전혀 듣지 않고 말을 이었다. “열두 살 때 내내 병실에서 살다시피 했지. 모든 게 너무 힘들다고 생각하던 시기였는데, 네가 그렇게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죄책감을 더했단다. 하지만 죄책감을 내려놔야 했어. 포피는 도움이 많이 필요했고, 언니가 필요했으니까. 아빠랑 나는 학교, 숙제, 걸스카우트, 학부모 면담 같은 걸 걱정하지 않고 네가 우리랑 병실에 있어주길 바랐어. 그 순간에는 네가 필요로 하는 게 별로 없었어. 나중에 네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때가 왔고, 그때는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었지. 도움이 필요한 시기가 한꺼번에 닥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그렇게 됐으면 아마 감당할 수 없었겠지. 너희 가족이 위스콘신을 떠났을 때는 포피를 도와야 할 시기였고, 이제 루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시기가 오고 있는 거야.”
그랬다. 그리고 그 시기가 그렇게 빨리 올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 pp.308~309

“이제 변명은 그만.” 로지는 이 대화에 진저리가 났다. “오리온, 넌 친구들하고 장난 치고 잘난 척하다가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했어. 상황이 훨씬 더 나빠지지 않은 건 그냥 운이 좋아서였어. 이건 너희 일이 아니라 포피의 일이야. 너희 인생이 아니라 포피의 인생이고. 누가 더 용감하고 덜 용감하고의 문제로 만들지 말자. 오늘은 경고 사격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주의해. 지금껏 다른 가족들은 모두 비밀을 잘 지켜왔잖아. 지금껏 모두들 아무 소리 안 하는 데 성공해왔고. 너도 그래야 해.”
모두 합당하고 말이 되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종국에 가서는, 사실 종국에 이르기 조금 전에, 그 발언의 많은 부분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으로 밝혀졌다.
--- p.323

어쩌면 그날 받은 스트레스 때문이었을지도 몰랐다. 아이의 머리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지켜보면서 마음속으로 함께 피를 흘려서였는지도 몰랐다. 로지는 루가 벌을 받았기 때문에 자기도 벌을 받았다고 느꼈다. 펜은 루가 혐오와 편협과 편견으로 가득 찬 최악의 악몽 같은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안 것만으로도 안도했다. 로지는 루가 아파한다는 사실에, 루가 다른 사람들에게 아픔을 주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펜은 포피가 루처럼 생각할까 봐 걱정됐다. 그녀의 비밀을 지키는 이유가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창피해서라고 생각할까 봐. 어쩌면 모두가 여전히 화가 나서였는지, 화를 낼 일이 여전히 많아서였는지도 몰랐다. 어쩌면 지금까지 언급한 모든 것이 켜켜이 쌓여서였는지도 몰랐다. 이유가 어떻든 간에 그들은 다시 한번 놓치고 말았다. 루의 경고, 루의 지혜, 근시안적이면서도 동시에 멀리서부터 폭주 기관차처럼 가차 없이 다가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루의 신비로운 능력을 다시 한번 완전히 놓치고 만 것이다.
--- pp.353~354

펜도 이런 문제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냥 그런 것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호르몬 억제제는 마술과도 같았다. 마치 어린아이의 기도에 대한 어린아이의 대답처럼 모든 문제를 정지시키고 꺼버리는 기적의 약. 억제제를 쓰는 아이들은 자기가 아닌 사람으로 변화하지 않았고, 숨지 않았고, 절망하지 않았고, 모래밭에 서서 바다에게 파도를 멈춰달라고 애원하지 않았다. 그들은 대신 죽음을 선택하지도 않았다. 클로드는 남자아이였고 페니스가 있었고 남자로 성장하겠지만, 포피가 그럴 필요는 없었다. 호르몬 억제제 덕분에 클로드였던 포피의 시간은 모두 과거의 일로 만들어 다시는 표면으로 떠오르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른 포피, 완전한 포피가 될 수 있을 때까지 어린이 포피로 남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펜은 로지가 의사로서 조심스럽게 내놓은 모든 걱정거리를 이해했다. 그러나 그것들은 마법으로 이룰 수 있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 p.376

“해피엔드를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펜이 말했다.
“다 가짜예요.”
“동화잖아.”
“그래서요?” 포피의 얼굴이 그 순간만큼 지쳐 보인 적이 없다고 펜은 생각했다.
“동화는 마술 같고 멋진 거야. 만들어낸 이야기이고.”
“알아요. 하지만 진짜가 아닌데 무슨 소용이 있어요?” 포피는 이미 퉁퉁 부은 눈에서 또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우리 강아지, 다 진짜란다.” 펜이 속삭였다.
“방금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했잖아요.”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해서 진짜가 아닌 건 아니지. 만들어내는 이야기만큼 강력한 진짜는 없어.”
--- p.390

포피는 시리얼만 먹었다. 엄마, 아빠가 방문을 두드리고 조심스럽게 방문 밖에서 “우리 강아지? 괜찮니? 뭐 가져다줄 건 없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하고 말해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엄마, 아빠가 가져다줄 건 없었다. 클로드에게 필요한 것은 타임머신이나 새 몸이나 완전히 다른 삶 같은 것이었고, 물론 그의 부모가 가져다줄 수 없었다. 그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말을 하느니 죽는 게 나았다. 삶이 끝나버린 후에는 시체를 어디에 묻을 것인지 말고는 의논할 만한 것이 전혀 없지 않은가. 그런데 자기 삶이 끝나버렸는데도 땅에 묻을 시체도 없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몸이 또다시 배신한 것이다.
--- p.400

클로드/포피는 가라루파 물고기들을 다리에서 털어내고 물을 뚝뚝 흘리면서 화장실을 찾으러 갔다. 복도에, 화장실이 있을 만한 곳에 세 종류의 화장실이 있었다. 하나는 바지를 입은 파랑색 사람. 또 한 곳은 귀여운 헤어스타일에 치마를 입은 빨간색 사람. 세 번째는 그 둘을 반반씩 섞은 사람이었다. 왼쪽의 파랑 다리는 바지를 입고 있었고, 오른쪽 빨강 다리는 치마 밑으로 나와 있었다. 클로드/포피는 오랫동안 서서 그 문을 바라보며 그게 속임수가 아니라는 걸, 지금 눈앞에 보이는 걸 자기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했다. 불가능해 보였지만 바로 거기에 있었다. 클로드/포피는 평생 처음으로 맞는 문을 찾은 것이다.

안에는 화장실이 있었다. 세면대, 변기, 심지어 화장지도 있었다. 평범했다. 아무것도 특별한 것이 없었다. 기적이었다.
--- p.535

“그룸왈드를 포기할 거니, 스테파니 공주를 포기할 거니? 네가 처음에 누구였는지 잊어버렸어.” 그룸왈드는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한쪽을 포기하는 것. 자기가 원래 누구였는지를 말한다는 것은 옛날 옛적에는 자신이 두 사람 모두가 아닌 뭔가 다른 사람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고, 그것은 이제 더 이상 상상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룸왈드는 답을 알았다. 어쩌면 마녀도 알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자기가 더 이상 그 답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포기할 수 없었다. 두 사람 모두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룸왈드가 없는 삶은 너무나 가슴 아팠고, 스테파니 공주가 없는 삶도 너무나 가슴 아팠다. 그러나 둘 중 하나가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 p.554

“바로 그거야.” 마녀가 반복했다. “말해야 하는 거야. 비밀로 남아 있을 수가 없어. 비밀이 있으면 누구나 혼자야. 비밀은 공포로 이어져. 그날 밤 식당에서처럼. 비밀을 지키면 신경질적이 되지. 너 같은 사람이 아무도 없고 너 혼자라고 생각하게 마련이야. 둘 다인 동시에 둘 다가 아니면서 날마다 두 개의 자신 사이의 길을 닦는 사람. 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야. 혼자서 비밀을 간직하고 있으면 두려움을 갖지. 하지만 말을 하면 마법이 벌어져, 두 번이나.”
“두 번이요?”
“네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거 하나, 그리고 모두 다 그걸 아는 거 하나. 그렇게 해서 모든 게 더 나아지는 거야. 넌 네 비밀을 이야기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게. 네 비밀을 이야기해서 세상을 바꿔보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룸왈드는 두 개의 폐가 터져 가슴속에서 하나가 되는 것처럼 느꼈다. “그냥 비밀을 말할 수는 없어요. 설명하기 힘들지만, 이해하기도 힘들 거예요. 너무 복잡한 일이거든요.”
“물론 복잡할 테지. 그게 삶이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어떻게 비밀을 털어놔야 하죠?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해요?”
“네 이야기를 하면 돼.” 마녀는 조금도 주저 없이 말했다. “넌 네 이야기를 해야 해. 그게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이야.”
“그건 마법이 아니잖아요.” 그룸왈드가 말했다.
“그건 물론 마법이야.” 마녀가 말했다. “이야기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마법이거든.”
--- pp.556~557

포피가 어린 여자아이로 남고, 포피의 비밀을 지키고, 변하지 않게 하기 위해 변하게 하고, 변신을 막기 위해 탈바꿈을 시키려고 한 거지. 말도 안 되는 일이었어. 당신이 떠나고 난 다음 그걸 깨달았어. 그래서 대신 반대의 일을 해봤어. 종이에 적고, 돌에 새기는 일. 사실 세상에 내보내고 나면 종이에 적은 것도 돌에 새긴 것만큼이나 영원하지. 겉으로 보기엔 이야기를 종결짓고, 하나의 끝을 선택해서 다른 무한한 가능성으로 통하는 문을 닫고 고정시켜버린 것 같지만, 아니야, 그 정반대야. 난 다른 사람이 읽을 수 있게 이야기를 종이에 적었어. 그래서 이야기가 자랄 수 있도록, 한순간에 못을 박아서 시간을 지나 오래도록 흐를 수 있도록.
--- pp.567~568

나는 우리 아이가 정말 자랑스럽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그 아이에게 어떻게 반응할지 두렵다. 오늘, 내년, 그리고 아이의 앞에 놓인 매우 구불구불한 길에서 만날 사람들의 반응이. 나는 날마다 딸아이가 얼마나 밝고, 현명하고, 강하고 확신에 넘치는지 감탄하지만, 그녀가 앞으로 만날 공포와 무지를 생각하면 두려움에 몸이 굳어버릴 것만 같다. 나는 아이가 내 눈에서 벗어나 있는 매 순간 (그리고 내 눈에 보일 때에도) 아이에 대해 조바심을 친다. 어떻게 보면 어차피 기다란 걱정거리 목록이 조금 더 길어졌을 뿐인지도 모르겠다. 소설과 진짜 삶의 차이 중의 하나는, 적어도 소설과 진짜 삶의 부모 노릇의 차이는 소설에서는 위태롭고, 예측 불가능하며, 위기일발의 사건들로 가득 차고 상심과 겨우 모면한 재난으로 가득 차기를 바라지만, 실제 삶에서는 가능한 한 플롯 전환 없이 민둥하기 그지없기를 바란다는 점일 것이다.
--- p.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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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로리 프랭클의 첫 소설 『사랑의 지도Atlas of Love』를 읽은 후부터 그녀의 팬이 되었다. 그녀만큼 큰 사랑을 담은 글을 쓰는 사람을 떠올릴 수조차 없다. 그녀는 삶이 던지는 가장 혼란스러운 도전을 헤쳐나갈 수 있는 길을 닦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명료한 감정 표현과 놀라울 정도의 용기, 깊은 공감력,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그 도전은 유일무이하고, 사랑을 듬뿍 받는, 완전한 한 아이가 자신이 자신일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나가는 과정이다. 모든 사람이 꼭 읽어야 할 이야기다. 훌륭하고, 대담하다. 그리고 이제는 이 소설이 널리 읽혀야 할 시대이기도 하다.
- 엘리자베스 조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결과의 향연A Banquet of Consequences』의 저자)
『클로드와 포피』에서 로리 프랭클은 무질서하고, 사랑이 넘치며, 평범하지 않은, 그러나 동시에 전형적이기 그지없는 현대식 가족이 쉬운 답도, 마법 같은 해결책도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것에 관한 매력적인 이야기를 실을 자아내듯 들려준다. 프랭클이 어떻게 성공적으로 해냈느냐고? 바로 유머와 솔직함이다. 이야기를 몰고가는 힘있는 목소리와 단도직입적이어서 설득력 있는 서사에 이끌려 우리는 어느 새 이 가족 안으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 웃고, 함께 울고,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함께 고민한다. 은밀하면서도 커다란 감동을 주는 이 소설은 현재 우리 사회에 특히 시사점이 많다. 뼛속까지 현대적인 한 가족과 그들을 하나로 묶는 커다랗고도 다면적인 사랑을 그린 활기차고 매력적인 이야기. 『클로드와 포피』는 위트와 지혜로 반짝인다.
- 마리아 셈플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어디 갔니, 버나뎃』의 작가)
『클로드와 포피』는 소년 대 소녀, 옳음 대 그름, 진짜 대 가짜라는 전통적인 이분법 너머를 볼 수 있도록 가르치고, 그 사이에 있는 용기와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해준다. 귀하고 특별한 책이다.
- 루스 오제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내가 너를 구할 수 있을까』의 저자)
마치 내 친구처럼 느껴지는 사랑스러운 인물들이 넘쳐나는 가족을 친절함과 애정을 가지고 그려낸 소설이다. 로리 프랭클은 심각한 사회 문제를 다루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독서 클럽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에밀리 애덤스 (서드 플레이스 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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