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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재즈를 듣게 되었습니다

: 인문쟁이의 재즈 수업

[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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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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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년 06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280g | 130*190*14mm
ISBN13 9791192770161
ISBN10 1192770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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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자에게 재즈를 들려줄 일이 있으면 나는 고민 없이 ‘Ceora’를 선택한다. 대중적인 멜로디와 라틴 리듬으로 듣는 이의 귀를 단번에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세션의 연주도 훌륭하다. 마치 유리 건반을 두드리는 듯한 허비 핸콕(Herbie Hancock)의 부드러운 피아노 연주는 감탄 없이는 듣기 어렵다. 이 곡의 작곡자이자, 화려하다 못해 눈이 부실 정도의 세션들을 완벽하게 조율하며 연주를 이끌어가는 리더가 바로 리 모건이다. 이 정도면 거장이라고 불릴 자격은 충분하다고 본다.
--- p.35

그 첫 번째 시간. 재즈사에서 루이 암스트롱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한다면 재즈를 소개하면서 그를 빼먹을 수는 없는 일이었으나 막상 그의 음악을 들려주기는 머뭇거려졌다. 평소 루이 암스트롱을 듣지 않는 오만 가지 이유와 그로 인한 노파심이 발동했기 때문이다. 음질이 안 좋으면 어쩌지, 아이들이 싫어하면 어쩌지, 처음 듣는 재즈인데 이 때문에 아이들이 재즈랑 거리가 더 멀어지면 어쩌지, 이 수업은 망하면 안 되는데…. 온갖 걱정을 하면서 재즈를 틀었는데, 맙소사! 아이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괜찮다. 덕분에 나도 집중해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여느 때와 달리 트럼펫을 쭉쭉 찢는 듯한 투박한 음색이 듣기 좋았다. 퍽퍽한 그의 저음도, 원곡을 뒤흔드는 자유로운 리듬도 재미있게 느껴졌다.
--- p.62

이 세 연주자의 연주 외에도 이 앨범의 묘미는 또 있다. 바로 관중이 만들어내는 소음이다. ‘Alice in Wonderland’를 들어보면 관중의 잡담 소리가 쉴 새 없이 나오는데 대개 감상에 방해가 되기 마련인 소음이 연주와 만나 곡을 듣는 재미를 더한다. 한 여자분은 술이 좀 과하셨는지 목소리가 우렁차다. 중간중간 들리는 기침 소리에 음악을 듣다가 그분의 건강을 걱정하기까지 했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재즈의 진면목이라고 생각하는데 재즈라는 것이 본래 점잔을 떨면서 듣는 고상한 음악이 아닌 술집에서 배경 음악으로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제아무리 빌리지 뱅가드(Village Vanguard)라고 하더라도 당시 다소 인지도가 떨어지던 빌 에번스라는 뮤지션에 대한 관중의 관심이나 기대는 그다지 크지 않았을 테고, 그러다 보니 음악보다는 대화에 집중했을 것이다. 연주자는 연주자 나름대로 ‘그래, 너네는 떠들어라. 우리는 우리 거 하련다’라는 마음으로 연주에 집중했을 테다. 그런 고집스러운 정신이 소음과 만나 무대의 현장감을 고스란히 담은 명반으로 남게 된 것은 후대 재즈 팬들에게 큰 축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 p.7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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