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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훈 | 파란 | 2023년 06월 0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3건 | 판매지수 1,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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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124쪽 | 128*208*20mm
ISBN13 9791191897562
ISBN10 1191897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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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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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없이 오던 곳에, 당신과
훗날의 내가 옵니다 별 여유도 없이
떠나온 곳으로 가끔 도망치기도
도망쳐 온 곳으로 가끔 떠나오기도
거기 아직도 멀뚱히 선 절반의 나도
살았던 시간보다 갑절 오래된
지금의 나도 우수처럼 녹아 흘러 나갈 테지만
어려서 오르지도 못하던 고개 위에서
색깔만 아름다워진 옛 피란민촌을 보며
당신은 이렇게 예쁜 마을이 있던가 했고
나는 그들이 새 삶을 꾸렸던 연탄방도
여기 어디쯤이란 것만 알고 있었습니다
내가 다녔던 천주교 유치원이 있고
고개를 넘어가면 태어난 집이 있고
아직도 빨래가 벽화처럼 널려 있었습니다
왕표연탄이 없어진 지가 언젠데
그때 담벼락 이름에 그때 소금기, 나는
바람이 사람보다 오래 산다고 읽었지만
대규모 철거에 마을 화장실과 타일이
햇살에 드러나 반짝이는 걸 보곤
내 말에 아무런 확신도 못 가졌습니다
어찌 됐건 지금이 더 나은 삶, 왜
아직도 여기 서 있느냐고 물어도
돌아가신 외할머니 손만 붙드는 아이
이십여 년을 가던 중국집이
최고 흥행 영화의 배경으로 나온 후론
면발이 퉁퉁 불어서 나왔습니다
이젠 떠나지 않아도 된다 믿을 때는
가장 떠나야 할 때였습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순간은 무슨
지나간 건 모두 찰나지,라고 말하며
나는 아무런 확신도 못 가졌습니다
---「왕표연탄」중에서

바늘에 불빛을 바르다 천천히 녹아 버린 몸들이 있었다 어리지도 늙지도 않은 별, 너의 보이지도 않는 베어링 위에서 손과 붓은 같은 이름으로 칠해지는 곳을 향해 크고 텅 빈 가방을 둘러메곤 했다 시침보다 빠르고 분침보다 느린 곳에서 시간은 몰래 바그너의 LP 따위를 걸었을 것이다
연금술을 배울 거야, 지구 반대편에서부터 황금시대든 황금 알이든 본 적도 없는 책들처럼 우리는 반짝이는 어둠만 그리워하며 모래를 치웠지, 그건 모래가 아니라 죽은 기억의 뼈들이었고 알고 난 후를 환, 그 이전도 환이라고 부르는 우리의 발음들이 서로에게 침 냄새를 묻혀 갈 때, 밤이 땅의 반대편에서 지울 수 있는 것은 밤뿐이라 여겼다 복족류처럼 끈적한 발을 우주까지 들이밀어 봤다면 우리가 사랑한 것은 반짝이는 것보다 반짝인다는 말을 위한 혀의 원리였을 거야 우리는 구개음화 이전의 해돋이 앞에서 스스로 빛나는 것 하나와 스스로 빛나는 방법 열 가지를 읽었고 너는 고작 한 가지인 나를 열 가지 방법으로 꺼뜨려도 좋다고 생각했었다
결코 조용한 적 없는 저 밤은 너머,라는 이름의 나라를 그리워하도록 우리의 걸음들에 기관처럼 이름을 붙였고 이름과 아름다움은 구별되지 않는 세포였다 우리를 붓질하던 발음은 사실 밤이 아니라 밤의 기억이라는 저주, 서로라는 말은 왕복운동, 각자라는 말은 회전운동이었던 손바닥 위에서 우리는 여행 이전의 심장을 동력학적으로 퍼올린다 네가 애초 맞지 않는 잠옷의 다리를 자르려 했을 때 밤은 혀를 잃었고 나는 맛을 잃었지만 말은 얻었다고 생각했었다 이불 속 같은 바다에 빛을 보러 가기 위해 창틀에 말려 놓은 해를 나는 끝까지 못 본 척했었다
해치를 열기 위해선 우선 닫아야 해, 녹아 버린 몸들이 너설을 걸어오던 선창 안에서, 물에 빠져 죽지는 마,라고 너는 내게 말했다
---「라디오미르」중에서

자전만 있고 공전은 없는 춤들
달을 따라 수없이 떠돌려 했지만
허리도 무릎도 가진 적 없는 행성들은
그런 춤을 본 적이 없었다

가장 큰 신전에는 상현도 하현도 있었고
우리는 그것들을 사랑하고
튼튼하게 떠받쳤지만, 재생되지는 않았다
콘덴서가 나가면 콘덴서를 갈고
사람이 나가면 사람을 갈고

죽었던 괴물들이 살아 돌아왔다
누구는 달을, 누구는 괴물을 사랑했고
달은 누가 괴물이건 그들을 사랑했지만
재생되지는 않았다
그렇게도 울고 웃던 영화 제목을 모르겠어
내가 네게서 갑자기 떠날까 두려울 때

용서받지 않아도 되는 나이
전구를 갈아 줄 사람이 필요해서
전구를 갈았다

괜찮아, 천천히 멀어질 뿐이지
---「좀비영화에서 엑스트라의 팔을 자르는 고무 도끼 제작자의 심정으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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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훈의 시는 ‘훗날의 내’가 소멸할 시간의 눈으로 바라본, 또는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드는 광막한 우주 공간을 걷는 자의 눈으로 바라본, 다 없어질 것들의 ‘환’이 펼치는 드라마이다. 의식의 파편을 촘촘하게 겹쳐 붙인 모자이크이다. 거기서 꿈같은 현실과 현실 같은 꿈의 파편은 슬픔과 반복의 무늬를 그리며 나타났다간 사라지고 다시 나타난다. 그래서 시를 읽는 동안 시적 화자의 “좀비영화에서 엑스트라의 팔을 자르는 고무 도끼 제작자의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콘덴서가 나가면 콘덴서를 갈고/사람이 나가면 사람을 갈”듯이, 아무리 팔을 잘라도 죽었다는 사실이 바뀔 리 없는 좀비를 위해 가짜 도끼를 만들듯이, 삶의 환, 죽음의 환을 반복하는 일의 고통스러움. 그것은 “자전만 있고 공전은 없는 춤들”과같이 죽음 같은 삶, 삶 같은 죽음을 헛되이 반복하는 일일 뿐이다.(「좀비영화에서 엑스트라의 팔을 자르는 고무 도끼 제작자의 심정으로」) 또한 그것은 “가다 가다/가던 이가 가고 가던 이에게 가다/더는 갈 수 없는 그곳”으로 가는 일을 반복하는 일일 뿐이다(「아무것도 되지 말고」). 그래도 신음하는 화자의 목소리는 담담하고 비명은 무심하다. 시집을 읽는 동안 왜 살지, 왜 숨 쉬지, 왜 시 쓰지, 계속 묻다가 지치게 된다. 이 지독한 체험 속에 있을 때, 나는 무엇인가, 존재란 무엇인가, 묻는 물음의 호소력은 더할 나위 없이 강력해진다.
- 김기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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