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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 1900년

리뷰 총점9.3 리뷰 6건 | 판매지수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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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412쪽 | 604g | 145*200*25mm
ISBN13 9791169091138
ISBN10 116909113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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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나우강은 빈보다 부다페스트에서 더 빠르고 깊게 흘렀다. 강물은 종종 낮은 부두까지 범람했고, 소용돌이치는 물 덩어리의 모습과 굉음은 두려움을 일으킬 정도였다. 4월 말에는 진줏빛 안개가 굽은 강과 다리와 부두를 휘덮고 언덕 위 왕궁까지 들이쳤다. 이 빛은 긴 여름 아침을 거쳐, 성숙하고 선명한 늦은 9월까지 계속되었다.
--- p.55

부다페스트의 가을은 짧았다. 어쨌든 가을의 아름다움은 너무도 빨리 성숙해버리는 여인처럼 또는 헝가리 남성의 우울처럼 예측할 수 없는 것이었다. 미네르바의 올빼미가 해 질 무렵에 날아다니는 것만이 아니라, 1900년경 부다페스트에 살던 헝가리 최고의 작가들도 마음속에 가을을 품고 있었다.
--- pp.58~59

부다페스트는 문학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고대 헝가리어는 19세기 초의 애국적인 작가와 고전주의자들이, 때론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어휘를 보강하고 재구성함으로써 풍부하고 힘이 넘치는 유연한 언어, 서술적·시적·서사적 표현이 가능한 언어가 되었다. 그러나 헝가리어는 유럽 언어 중 고아와 같은 처지였다. 헝가리어는 라틴어, 독일어, 슬라브어 계열에 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헝가리 문학은 헝가리 지역 외에서는 메아리도, 반향도, 평판도 얻지 못했다. 19세기 내내 오직 한 명의 헝가리 작가 요커이 모르의 작품만이 외국에서 종종 번역되었지만, 그나마 1900년 무렵에 그의 소설은 형식과 범위에서 낡은 것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1900년 부다페스트는 문학의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모든 헝가리 작가가 그것을 알고 있었다. 19세기 국가의 문학적·문화적·정치적 부흥기에 활동한 위대한 시인과 작가 중 부다페스트 출신은 없었다. 1900년에도 이런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그들 모두는 중력에 끌리듯 부다페스트에 이끌렸다. 그들이 부다페스트에 살게 된 것이 단지 그들의 작품을 구매해주는 신문사나 출판사가 가까이 있다는 장점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들은 이 도시의 분위기가 필요했다.
--- pp.62~63

1900년은 부다페스트 역사의 이정표이자 전환점으로, 연대기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1900년의 부다페스트는 서양 문화의 가장 중요한 두 수도인 1900년의 빈과 1900년의 파리와 대조를 이룬다. ‘아름다운 시절’은 기분 좋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문구이지만, 구舊프랑스의 위기와 19세기의 사상·이상·기준으로부터의 탈피는 파리에서 1900년이 되기 15년 전 또는 25년 전에 벌써 시작되었다. 빈에서도 1900년은 흥미로운 예술적·지적 증상과 불안한 징후를 드러내며 오스트리아 세기말의 종말을 고하던 시기였다. 부다페스트에서는 불행(권태)이 막 시작되려던 참이었다.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부다페스트는 빈에 뒤처졌다. 그러나 무엇이 “뒤처지는” 것이고 무엇이 “앞서는” 것일까? 그렇다. 구자유주의의 위기, 구식 정치와 자본주의 질서의 와해, 도시의 사회적·재정적 균형의 붕괴 같은 것은 부다페스트보다 빈에 이미 7년 전, 10년 전, 12년 전에 찾아왔다. 물론 빈에서 생긴 일이 1900년 무렵 빈 사람들이 얕잡아보던 제국의 쌍둥이 동생 수도 부다페스트에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점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 그들은 (프로이트가 그랬던 것처럼) 부다페스트와 헝가리인, 그 반 야만적인 국가와 장소를 멸시했다. 그러나 빈 사람들이 몰랐던 것―그들이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은 1900년의 부다페스트에서 빈보다 훨씬 더 빠르게 19세기의 사고방식, 시각, 태도, 심지어 말투까지 다른 방식으로 바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 pp.81~82

1900년경 부다페스트 공공 건축의 특이함은 기념비적 건축이 많았다는 점이다. 특이하다고 표현한 것은 거대 건축물이 세기가 전환되던 시점을 전후한 헝가리 건축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이런 경향은 (아마도 유감스러운 일이겠지만) 헝가리 민족의 자부심이 과도하고 거창하게 분출되던 시대의 흐름과 완전히 일치하고 있었다. 이러한 특이함은 헝가리의 전능함에 대해 이상할 정도로 낙관적인(헝가리의 민족 성향이 낙관주의보다는 비관주의로 흐르고 있었기 때문에 이상한 것이다), 그리고 이해할 만한(그러나 변명의 여지가 없는) 근시안적인 감정 때문이었다.
--- p.116

화려한 관용구와 긴 문장을 느린 속도와 리듬으로 말하는 낡은 헝가리식 표현 습관은 오래된 가문이나 특별한 경우에만 사용되었다. 공식 언어, 정부 언어, 군사 언어에는 오스트리아처럼 관료적이며 의례적인 문구와 표현이 많았다. 말하는 방식을 포함해서 무슨 일이든 빨리빨리 피상적으로 불손하게 처리하는 부다페스트의 행동 양태는 다른 일에서처럼 특히 최근에 부다페스트로 상경한 젠트리 계층에게 불쾌감을 불러일으켰다.
--- pp.193~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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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루카스는 여러 면에서 옛날식 연대기 작가이며, 언젠가 그 자신이 말했듯, 자신이 태어난 도시의 활기찬 색채, 톡 쏘는 냄새, 우울한 저류底流를 뛰어난 예술적 기교로 그려내는 ‘인상파 역사가’다. (…) 이 책은 도시적인 문필가가 한 도시에 바친 웅변적 헌사를 담고 있다.
- 아이번 샌더스 (『뉴욕타임스』)
루카스의 책은 서정적으로, 때로는 눈부시게, 그러나 그저 향수를 자극하는 것만은 아닌 방식으로 부다페스트 역사의 영광스러운 한때를 환기시키고 있다.
- 이슈트반 데아크 (『뉴욕리뷰오브북스』)
위대한 부르주아 시대와 포스트모던, 포스트부르주아 세계 사이에 위치한, 색감 넘치는 코즈모폴리턴적 도시에 관한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초상.
- 『내셔널리뷰』
어느 도시의 최전성기에 관한, 회상적이고도 통찰력 넘치는 이 완고한 초상화는 기후와 음식부터 정치와 국민성까지 거의 모든 것을 망라하고 있다.
- 메를 루빈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나는 존 루카스를 이 세대의, 아니 우리 시대의 가장 뛰어난 역사가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
- 자크 바르준 (컬럼비아대학 역사학과 교수)
매우 감동적이며 시적인 첫 장부터 황량할 정도로 극적이고 비장한 마지막 장까지 존 루카스는 비할 데 없는 문명에 관한 초상화를 그려냈다. 이 독창적인 역사가는 문학가이기도 하다. 루카스의 부다페스트는 헤밍웨이의 파리처럼 고정되지 않은 축제의 장이다.
- 칠턴 윌리엄슨 주니어 (『멕시코 웨이』 저자)
이 비범한 저자의 다른 모든 책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존경할 만한 연구와 광범위한 학문 그리고 지혜를 듬뿍 선물 받게 된다. 이 책의 의미는 부다페스트를 넘어, 헝가리를 넘어, 유럽과 동서양과 미국의 미래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 유진 D. 제노베즈 (로체스터대학 예술과학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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