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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삶을 바꾸다

침묵, 삶을 바꾸다

: 침묵이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것들

[ 양장 ]
리뷰 총점8.5 리뷰 4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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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1월 1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569g | 148*210*30mm
ISBN13 9788990989567
ISBN10 8990989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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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니 어느새 거대한 수브레타 알프스의 기슭에 이르렀다. 무너져 내린 바위 조각들이 보이는 산 사면 위로 여름의 환한 구름이 정상에 걸려 있었다. 그제야 침묵이 회복되었고, 뿌리 깊은 위로가 찾아왔다. 지극히 편안하고도 상쾌한 기분이었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깨달았다. 사람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설사 그것이 모차르트의 곡처럼 아름다운 음악일지라도, 그런 곳에서의 침묵이 자아내는 우아함과는 결코 같을 수 없다는 것을. 고통스러운 대비가, 산의 침묵에 깊이 감사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통렬히 느껴졌다. ---p.26

식사는 손님 접대와는 거리가 좀 있었다. 우선 식탁이 지저분했으며, 어둡고 음침한 구석에 놓여 있었다. 접시나 날붙이 또는 도자기라 이름 붙일 만한 도구들도 전혀 없었다. 음식은 그날그날 여러 단으로 된 철가방에 담겨 방으로 배달되었다. 예를 들어 첫날의 메뉴는 삶은 계란 세 개, 아무 맛도 없는 요구르트 약간, 기가 막힐 정도로 짠 홈메이드 치즈였다. 나는 늘 혼자서, 오로지 모기들만을 벗하여 식사를 했다. ---p.32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자마자 나는 D신부의 대답들이 침묵의 깊은 우물로부터 길어 올려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의 대답은 인간적인 접촉을 거의 단절하다시피 하고 오로지 스스로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을 창조하고 거두어들이는 신 앞에 발가벗고 선 남자의 음성이었다. 그만큼 그의 대답에는 조금의 가식도 없었으며, 나에게 잘 보이려 하거나 설득하려는 욕망이 단 한 점도 깃들어 있지 않았다. ---p.39

교도소의 그칠 줄 모르는 소란 속에서 서덜랜드는 다른 삶의 방식을 찾아나섰다. 명상을 통해 내적인 고요함, 즉 내면의 평화를 발견하기 시작하자 수십 년 동안 이어져왔던 자기 파괴적인 생활이 점차 뒤로 물러났다. 그것은 그의 말대로, 살면서 행한 가장 용감한 시도였다. 그는 삼예링의 티베트 불교도들에게 편지를 썼다. 막스라는 독일인이 그를 보러 와서 함께 명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때부터 서덜랜드는 하루 20분씩 명상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그는 담배와 마약을 끊었다. 또 그 자신도 정확히 왜 그러겠다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다시는 침을 뱉거나 욕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p.60

연극의 끝부분에서 해리와 잭 - 존 길거드와 랠프 리처드슨이 연기함 - 은 무대의 둥글게 튀어나온 에이프런 으로 나와서 관객들을 죽 훑어보았다. 대사는 어느덧 끝난 상태였고, 두 사람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해리는 이미 울고 있었고, 잭도 뒤이어 눈물을 훔쳤다. 두 사람이 그렇게 서 있는 동안 내가 극장에서 봐왔던 어떤 장면보다 더 강렬한 침묵이 흘렀다. 몇 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는 사이 그들의 슬픔은 관객 모두를 휩쓸었다. 함께 눈물을 훔치는 이들도 있었다. 두 남자가 서 있는 무대의 조명이 서서히 꺼질 때는 차라리 안도감이 들 지경이었다. ---p.72

불경기 속에서도 이곳의 객실 56개는 가득 차 있었다. 모두들 삶에서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판단할 수 있게끔 인생을 재평가해 보고 싶어 했다. 이전에 시도해 보지 않은 방식으로 삶을 바라보고 싶어 하며, 또 다른 세상, 또 다른 방식에 흠뻑 젖어보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들 대부분은 침묵을 실행할 엄두를 내지 못하며, 아예 과정을 이탈해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원래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과정인데, 많은 이들이 목요일에 떠나버린다. 그러고는 나중에 전화를 걸어서 자기는 그렇게 철저하게 침묵해야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거기까지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p.112

델리에서 달라이라마와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그는 이런 식의 명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조금 익숙해지는 데만 일이 년이 걸리며, 그런 뒤에도 수행을 통해 많은 영감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수행이란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고, 세상에 긍정의 기운을 불러일으키며, 부정적인 기운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이 그의 수행이었다. 그는 하루 4~5시간 정도와, 잠자리에 들기 전 한 시간 동안 이 수행을 한다. “그러나 내가 하는 명상은 대부분 별도의 수행 시간이 아니라 잠자는 동안 이루어집니다. 나는 매일 밤 여덟 내지 아홉 시간을 내리 잡니다. 사람들이 좀 샘을 내지요!” 그는 젊은이 같은 표정으로 소리 내어 웃었다. ---p.169

인도는 단지 천만 구루들과, 종교적 관념의 가장 초자연적인 부분을 ‘너무 자주’ 조달하는 재능을 지닌 사이비 구루들의 고향인 것만이 아니다. 알다시피 누가 뭐래도 인도는 영적 깨우침을 얻을 수 있는 기법들을 폭넓은 영역에 걸쳐 끊임없이 제공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기법들에는 모두 침묵의 실천이 포함되어 있다. 카레를 제외하고서 인도의 수출 품목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요가’이다. 이 요가의 핵심도 바로 침묵이다. 물론 요가에는 신체적인 요소들이 있지만 전문적으로 들어가면 묵언과 묵상적인 요소가 반드시 포함되어 있다. ---p.178

인도에는 성자와는 아무 상관없이, 즉 침묵의 실천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철저하지만 마찬가지로 정직한 사람들이 많다. 마하트마 간디의 손자이자 그의 전기를 쓰고 중서부 미국의 대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는 라즈모한 간디가 그런 사람이다. 라즈모한 간디는 자신이 고요한 상태에 들어서면 처음 몇 분간은 근심과 걱정거리들이 느껴진다고 한다. 그래서 고요함에 들어서는 순간이 의외로 괴로울 때가 많지만, 잠시 후 그런 감정은 가라앉고 아주 다른 무언가로 대체되는데 그것들이 바로 평화로움, 잔잔함, 안심되는 느낌 등이다. ---p.212

그는 그 생각을 밀어내려고 한동안 애를 썼다. 인부들은 115명이나 되었고, 덥고 힘든 하루를 보낸 끝이라 극도로 지쳐 있을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집요하게 그를 괴롭혔고, 결국 그는 십장들을 불러모아 이미 칠흑같이 어두워졌지만 막사를 다른 장소로 옮겨야겠다고 말했다. 당연히 그들은 움직이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조시는 강하게 밀고 나갔다. 마을에서 여분의 랜턴도 조달했다. 결국 서너 시간 만에 막사 전체가 높은 지대로 옮겨졌다. 이튿날 새벽, 요란한 소리와 함께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동이 트자마자 조시가 나가 보니 굴을 파놓은 현장 근처의 땅이 내려앉아, 인부들의 막사가 있던 자리에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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