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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큰글자도서)

나는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큰글자도서)

큰글자도서라이브러리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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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175*244*20mm
ISBN13 9791159351396
ISBN10 1159351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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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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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에서 깨끗이 벗어나고 싶어 선생님을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떠났습니다. 일주일 만에 목숨을 잃을 뻔한 사고가 나고, 친구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게 될 줄은 몰랐지만요. 세계여행이 오랜 병원여행이 될 줄도요. 몸도 마음도 극한의 고통을 겪어봤습니다. 그래서 비교할 수 있었어요. 우울증이 얼마나 힘든 병인지 그제야 절절히 알 수 있었어요.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내 아픔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된 거예요. 천천히 순례길을 걸었습니다. 끝없이 걷는 동안 왜곡된 관념의 지도를 고쳐나가며 새로운 눈으로 나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 강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더라고요. 이젠 적이 아닌 친구로서, 강아지처럼 작고 귀여워진 우울증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주 긴 혼란과 고통의 터널을 지난 후에야 남들처럼 일상을 평범하게 아파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된 겁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상담 과제를 위해 한 것들. 자고 싶으면 온종일 잤다. 잠을 줄여서라도 뭔가를 하려고 했고, 늦잠이나 낮잠이라도 자면 죄책감 먼저 느꼈던 이전과는 달랐다. 키우던 고양이들 앞에서 말도 안 되는 노래를 지어 부르기도 했다. 그냥 그 순간 그렇게 하고 싶어서. 몇 시간 동안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거나 웹툰을 보기도 했다. 시간 낭비라는 자책감 없이. 무너진 세상의 주인이었던 ‘해야만 해’ 대신 ‘하고 싶은 걸 할 거야’에 서서히 힘을 실어 갔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뮤지컬을 보러 다닌 것도 그때부터다. 가난 콤플렉스로 습관처럼 보다 저렴하고 효율적인 것만 찾던 내가 VIP석을 아낌없이 구매해보기도 했다. 더 보고 싶은 작품은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반복해서 봤다. 자금 사정상 많은 작품 을 보지는 못했지만 정말 색다르고 흥분되는 경험이었다. 손이 좀 떨리긴 해도 나를 위해 아낌없이 돈을 쓰는 건, 내가 아주 소중한 사람이라는 아직 나에겐 생소한 느낌을 선물로 주었다.
--- pp.61~62

한 친구를 오랫동안 미워했다. 마음속에 독을 품고 살아 스스로가 괴로워도, 억울함이 커 미움을 쉽사리 놓지 못했다. 내가 괴로웠던 만큼 그 친구도 괴롭기를 그래서 본인이 나에게 얼마나 상처를 줬는지 알게 되길 바랐다. 그래서 어쩌라고. 죽음 앞에서 미움은 힘을 잃었다. 이미 삭은지 오래라 들어올리면 조각조각 힘없이 흩어져버릴 것들이었다. 나 혼자 착각하고 있었다. 그 미움 평생 꿈틀대며 살아있을 거라고. 계속 붙잡고 늘어져 생명을 불어넣고 있던 건 나였다. 어제만 해도 남은 시간이 무한할 줄 알았지. 분노와 질투, 억울함에 마음 한자리 내어줘도 아까운 줄 몰랐지. 애써 미워하며 사는 게 얼마나 어리석인 일인지 어제만 해도 몰랐지. 몰랐지. 하나도 몰랐지. 죽음 앞에 미움이 이리도 허무하게 될 줄은.
고마워. 미안해. 죽음 앞에 남은 건 이 두 개가 전부였다. 날 사랑해준 모든 사람이 고마웠다. 그리고 미안했다. 함께 마음과 시간을 나눈 사람들의 삶에 나도 스며들어 있겠지. 내가 사라지면 그들의 삶도 뜯겨나갈 거야. 나 때문에 아프겠지, 아주 많이 아프겠지. 고맙고 미안한 마음 외에 다른 것들은 죽음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었다.
--- pp.91~92

가만히 성당 안을 둘러보는데 한쪽 벽면 가득 붙여진 포스트잇이 눈에 들어왔다. 뭘까 다가가 보니 각국의 순례자들이 남긴 메모였다. 눈으로 천천히 훑으며 한국인 순례자의 흔적도 찾아보았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참 좋은 길이에요’‘힘들지만 끝까지 잘 걸어봐요’ 등의 여러 메시지가 있었다. 그러다 읽게 된 메모 한 장. 둥근 글씨체의 단정한 글자들이 가슴에 또박또박 새겨졌다.
당신을 이젠 떠나보낼 수 있을까요? 우리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웃으며 만나요.
심장이 덜그럭댄다. 탄산음료를 급하게 마실 때처럼 코와 목이 따가워진다. 통증은 눈물이 되어 흐른다. 아까는 없던 감정이 격하게 솟구친다. 성당엔 백발에 굽은 등의 할머니 수녀님이 남아 계셨다. 뭐라도 이야기를 해야 했다. 그래야만 했다. 온통 젖은 얼굴로 수녀님께 다가갔다. 울면서 말했다. “수녀님, 실은 죽어야 했던 건 저였을지도 몰라요. 친구는 저보다 훨씬 좋은 사람이었어요. 살아있었다면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정말 많이 줬을 친구예요. 왜 제가 살았을까요. 전 우울증에 죽기만을 바랐던 사람인데 왜 하필 제가 살았을까요. 도대체 왜…….”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수녀님이 입을 열었다.
“……신에게 물어봐요. 왜 친구가 아니라 날 살게 한 거냐고. 살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우리가 다 이해할 순 없어요. 하지만 이것들 모두 신의 손안에 있답니다. 신은 당신과 늘 함께하며 그리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언젠가는 알게 하실 거예요.”
--- pp.188~189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우울해지는 때가 온다. 기분 좋았던, 감사했던 모든 것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진심으로 죽기 만을 바라는 나만 남을 때가 있다. 우선 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고 있나 체크한 후 곰곰이 생각해 본다. 어떤 마음이 “죽고 싶어”로 번역돼버린 걸까. 여전히 내 마음은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제멋대로 작동해버린다. 이번에 튀어나온 “죽고 싶다”는 ‘ㅇㅇ한테 미움받고 싶지 않아’가 뿌리였음을 확인한다. 미움받고 싶지 않구나, 미움받으면 괴로우니까. 그런데 괴로워도 괜찮아, 미움받아도 괜찮고. 미움받아도 안 죽어, 여전히 널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 괜찮아, 괜찮아. 내 마음을 읽어주고 나의 감정을 수용한다. 생각을 차근차근 고쳐보고 스스로를 토닥인다. 과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본다.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는 건 아닌지, 일터에서 마음 상한 일은 없었는지 살펴본다. 우선 나를 지키기로 한다. 자기 자신을 짓눌러가며 착하게 살려고 했던 나는 이제 없다.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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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행해진 폭력과 상처, 세계여행 중 일어난 버스 사고로 겪게 된 큰 수술과 재활…… 사람이 겪어내기 어려운 고통 속에서도 몸보다 마음의 우울이 더 아팠다고 말하는 그녀 앞에서 정신과 전문의로서 깊이 반성했습니다. ‘이만큼 아픈 거였구나, 나조차도 놓치고 있었구나’ 싶어서요.
- 저자의 담당 정신과 전문의
작가의 오른팔에는 사고로 인해 생긴 큰 흉터가 있다. 누구나 숨기고 싶어 하는 그 흉터를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아 한다. 이 책이 그렇다. 적나라하지만 흉하지 않고 아름답다.
- 이필우 (목사)
아픈데 아프다고 말하지도 못하고 혼자서 끙끙대던 불쌍한 나를 작가가 솔직한 글로 따듯하게 품어주었다.
- 김유리
한 문장을 읽기도 벅찰 정도로 괴로웠던 내가 도무지 읽지 않고서는 참을 수가 없어서 반복해서 읽은 책. 열일곱의 나에게로 돌아가 해주고 싶은 말들이 가득 차 있었다.
- 서태경
죽음으로 향하는 육체의 고통과 마음의 고통을 모두 겪고 난 저자는 우울증의 깊이와 아픔에 대해 객관적으로 설명해준다. 누구에게도 듣지 못했던 진짜 위로가 담겨 있다.
- 서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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