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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비빔밥’이라는 정신이 있다. 비빔밥은 장르의 크로스오버(cross over), 퓨전(fusion)의 기술을 일찍이 가르쳐준 셈이다. 표준화, 획일화로 대표되는 모더니즘과 달리 다양성과 개성을 강조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미학이 비빔밥에 있다. 비빔밥은 밥 위에 놓인 각종 재료를 과감히 해체하고, 먹는 이가 고추장이나 소스로 직접 퍼포먼스 하듯 비벼서 융합되며 시너지 효과를 내는 건강식이다. 일본에서는 예쁘게 나온 음식 섞는 것을 금기로 여긴다. 하지만 한국인은 자기 앞의 그릇 안에 담긴 다양한 식재료를 섞어 비비는 것이 자연스러운, 주체성 있는 민족이다.
--- p.24 우리가 이룬 ‘한강의 기적’ 밑바탕에는 우리 민족의 근면성과 ‘빨리빨리’ 정신이 깔려 있었다. 사실 경제개발 계획 이전부터 이미 빨리빨리 사고(思考)는 생활 속에 깊이 뿌리 박고 있었다. 사계절이 뚜렷한 농경사회에서는 못자리-모내기-제초-추수를 제때 해야 한다. 시기를 놓칠 수 없기에 1년을 사계절과 24절기로 나누어 ‘빨리빨리’ 부지런히 일해야 먹고살 수 있었던 것이다. --- pp.32~33 한국인은 ‘레지스탕스 민족’이다. 역사적으로 주변 강대국들에 의해 끊임없는 침입을 당해오면서 우리는 생존하는 법을 터득해왔다. 우리 민족은 외세에 맞선 독립운동부터 독재와 부정부패에 항거하는 민주화운동까지 불의에 저항해왔다. 레지스탕스 정신은 우리의 DNA다. 우리 민족의 특기가 ‘국난 극복’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저항 정신은 비판 의식으로 이어진다. --- p.50 파란만장한 역사 속에서 우리는 고대 그리스 비극만큼이나 처절한 현실의 드라마를 체험한 민족이다. 트라우마가 많은 우리는 웬만한 드라마에 감동하지 않는다. 한국의 TV 시청자, 영화 관객의 기대 수준은 높다. 구태의연하고 진부한 드라마나 영화에는 만족하지 않는다. 이에 드라마, 시나리오 작가들은 더 자극적이고, 더 흥미진진하며, 반전과 스릴 넘치는 이야기를 발굴하고, 감독들은 더 빼어난 연출력을 발휘해야 했을 것이다. 박찬욱, 봉준호 감독의 잔혹 미학도 그 영향일 것이다. 오늘날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가 한국 관객들의 눈높이를 겨냥하며 수준을 높였고, 결국 세계인들을 매료시키지 않았을까? --- p.76 신축성과 융통성의 보자기, 기동력 있게 휴대할 수 있는 보따리, 무엇이든 싸먹는 건강식 보쌈……. 보자기는 생활용품에서 의복이 되고, 보따리는 정착지를 찾아가는 피난민의 애환에서 현대작가의 예술품이 되었다. 보쌈은 한국인의 밥상에서 뉴요커, 세계 미식가들의 테이블로 진화했다. 이처럼 의생활, 주생활, 식생활까지 우리 민족은 늘 ‘복(福)’을 기원해왔고, 보자기, 보따리, 보쌈 등 일상에서 마음을 담아갔다. 한국인의 의식주, 소품 하나하나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세계인들은 지금 한국의 맛과 멋과 함께 심오한 철학을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 p.121 오늘날 K-팝과 K-드라마를 비롯한 한류의 열풍 속에서 세계인은 한글 배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23년 1월 CNN은 “한국은 세계에 K-팝과 K-드라마를 가져왔다. 한국어는 다음이 될 수 있다(South Korea brought K-pop and K-dramas to the world. The Korean language could be next)”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CNN은 외국어학습 앱(APP) 듀오링고(Duolingo)의 조사를 인용해 중국어보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의 수가 많다고 전했다. 2022년 최다 다운로드 언어 앱 1위는 영어, 2위는 스페인어, 3위는 프랑스어, 이어서 독일어, 일본어, 이탈리아어 그리고 한국어가 7위였다. 그 뒤로 중국어, 러시아어, 힌두어 순이었다. 특히 필리핀에서 가장 많이 배우는 외국어 1위이며, 태국, 인도네시아, 파키스탄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CNN은 이 같은 한국어 붐은 한류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 pp.132~133 세계를 선도하는 한국의 IT 인프라 덕분에 광대역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되어 모든 가정이 잠재적인 게임 스테이션으로 변모했다. 비디오게임을 통해 겨루는 E스포츠(Electronic Sports) 분야에서도 한국인의 게임 실력은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한국은 E스포츠 종주국이 되었다. 2013년 베스트셀링 PC 실시간 전투게임 ‘스타크래프트(StarCraft)’ 시리즈의 톱 15를 모두 한국인 게이머들이 차지하며 ‘대한게임국’으로 공인받았다. “프로게이머는 서울대 입학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 p.162 〈워싱턴포스트〉는 (……) 한국 요리의 세 가지 원칙을 소개했다. 첫째는 자연과 시간이 핵심이다. 김치와 장류 등 발효식품처럼 1년 내내 즐길 수 있도록 재료를 보존하는 방식으로 필수 영양소를 제공하며, 소화기 건강에 유익하다고 전했다. 둘째는 ‘음식이 약〔藥食同源〕’이라는 철학이다. 김치는 건강한 섬유질과 프로바이오틱스(유익균)를 함유할 뿐만 아니라 장내 생물군계와 면역체계 활성화를 돕는다. 또한 심장에 좋은 해산물과 인삼 등 균형 있고, 영양가 있는 채소와 허브가 식단에 기여한다. 셋째는 균형의 개념이 녹아 있다. 비빔밥 같은 대표 요리는 탄수화물, 섬유질, 단백질의 균형을 한 번에 만족시킨다. --- p.189 2021년 7월 〈워싱턴포스트〉는 「K-팝은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나(How K-Pop Conquered the Universe)」에서 K-팝 성공의 비결을 중독성 있는 노래, 현란한 포인트 안무, 유튜브 마케팅, 능수능란한 SNS 활용, 헌신적인 팬들의 활동 등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팬들이 안무를 따라하면서 SNS에 공유한다”면서 국제 수화를 차용해 만든 BTS의 「퍼미션 투 댄스」 안무를 예로 들었다. BTS, 제니퍼 로페즈와 작업했던 가수 시에나 라라우도 “트렌디한 댄스는 K-팝을 만드는 요소”라고 말했다. --- pp.209~210 미국 대도시 어느 동네에서든 태권도장을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오래전 필자가 맨해튼 첼시의 한 태권도장에 갔을 때 어린이부터 성인 그리고 여성까지 뉴요커들이 흰 도복을 입고, 한국어로 외치는 것을 보니 짜릿했다. 태권도(跆拳道/ Taekwondo)의 한국어 용어들은 김치나 불고기보다 훨씬 전부터 미국인에게 퍼졌다. 미국에서 태권도가 인기를 끈 이유 중 하나는 인성을 강조하는 수련체계에 있다. 철학이 있는 무술 태권도는 정직성(honesty), 성실성(integrity), 존중심(respect), 인내심(perseverance), 자신감(confidence)과 리더십(leadership) 등 인성교육을 강조했으며, 그 뿌리는 ‘미국 태권도의 아버지’ 이준구 대사범이 내렸다. --- p.246 미국 각 주(State)에선 속속 ‘김치의 날(Kimchi Day)’을 선정하고 있다. 2022년 2월 17일 뉴욕주의회는 11월 22일을 뉴욕주 ‘김치의 날’로 제정했다. 2020년 2월 버지니아주, 2021년 캘리포니아주에 이어 세 번째다. 뉴욕주의회는 론 김 하원의원이 발의한 ‘김치의 날’ 결의안에서 “뉴욕주에서 김치의 인기와 수요 및 수출 증가, 김치의 역사, 건강식품으로서의 우수성과 함께 한국이 김치의 종주국이며 2013년 유네스코가 김치 준비·보존 과정인 김장을 무형문화유산으로 인정, 매년 11월 22일을 뉴욕주 ‘김치의 날’로 제정한다”고 명시했다. 2022년 6월 워싱턴 DC 의회는 ‘김치의 날’ 제정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11월 22일은 배추와 무 등 각종 김치 재료 하나하나(11월)가 모여 면역증강, 항산화, 항비만, 항암 등 22가지(22일) 효능을 낸다는 의미로 지정되었다. --- p.264 은근과 끈기라는 DNA를 갖고 있는 한인 여성은 경쟁이 심한 스포츠에서 죽도록 연습하는 자세로 극기 훈련을 통해 정신력을 배양한다. 대개 취미로 골프를 시작하는 외국 여자 선수들과 달리 한국 선수들은 프로 세계에서 성공하는 것을 목표로 집념을 보인다. 프로의 성공에는 돈이 따르기 마련이다. 여기에 끈기, 오기, 강단, 배짱, 평정심, 집중력, 목표, 침착성으로 똘똘 뭉친 정신력은 체력이라는 열등함과 악조건에서도 버틸 수 있는 비장의 무기다. 강한 정신력은 다른 민족이 따라잡을 수 없는 한인의 근성이다. --- p.296 풍자(諷刺, satire)와 해학(諧謔, humor)은 우리 민족의 DNA다. 한민족은 오래전부터 예술을 통해 부조리한 사회와 도덕적 모순을 가차 없이 풍자해왔다. 억눌림을 인내하면서 쌓인 슬픔인 한(恨)을 복수로 대응하지 않고, 그로부터 흥(興)으로 풀어내서 춤과 노래로 신명 나게 대중과 소통해왔다. 탈춤(가면극), 판소리, 그리고 풍속화와 민화는 각각 무용, 음악 및 미술이라는 장르에서 우리 민족의 고유한 유머를 담은 예술이다. 속담과 수수께끼 역시 한민족의 지혜와 유머, 한국어의 기교가 어우러진 구비문학의 일종이다. 한국인은 한의 민족이자, 흥의 민족이다. 그 한을 흥으로 승화시키는 재능이 바로 오늘의 한류(Korean Wave)를 일으킨 원동력이 아닐까? --- pp.307~308 오늘날 ‘클래식 한류(K - Classic)’가 음악계를 흔들고 있다. 세계 주요 콩쿠르에서 젊은 음악가들이 연달아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한때 러시아와 일본 출신 연주자가 휩쓸던 클래식계에서 한인 은하수가 빛을 발하는 중이다. 한국이 클래식 강국으로 부상한 것에 대해 세계 음악계는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국의 클래식 음악가들은 1960년대부터 국제무대에서 기량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 첫 연주자는 1965년 피아노 신동 한동일이었다. 이후 김영욱, 정경화, 정명화, 강동석 등 제1세대 음악가들이 국제무대에서 활동했다. 1980년대엔 바이올린 천재 사라 장이 등장했으며, 1990년대엔 첼리스트 장한나가 데뷔했다. 이 즈음 피아니스트 김대진과 백혜선, 바리톤 최현수, 첼리스트 조영창이 메이저 콩쿠르에서 수상하며 이름을 날리던 2세대의 주역이었다. 2000년대 이후엔 피아니스트 김선욱으로 시작, 조성진 · 문지영 · 선우예권 · 임윤찬, 성악가 박종민 · 서선영 · 홍혜란 · 황수미 등이 메이저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쥐면서 제3세대가 K-클래식의 물결을 이어가고 있다. --- p.345 BTS는 코로나 팬데믹 중에도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미국 언론은 그들의 경이적인 인기와 기록에 열광하며 대서특필했다. 〈롤링스톤〉은 2021년 6월호 잡지 54년 역사상 최초로 아시안 그룹을 표지로 BTS를 싣고, 그들의 성공 스토리를 소개했다. 「BTS의 대성공: 어떻게 이 젊은 슈퍼스타들은 음악산업의 규칙을 다시 쓰고, 세계 최고의 밴드가 되었나(The Triumph of BTS: How seven young superstars rewrote music-biz rules and became the biggest band in the world)」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롤링스톤〉은 “마법의 카리스마, 장르를 초월하고, 매끈하면서도 개인적인 음악, 심지어는 무해한 남성성에 피부관리에 집중하는 남성성”을 지목하며 “이 모든 것이 마치 더 밝고 희망적인 시대에서 온 것처럼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 p.377 한국인은 음식의 맛을 (눈으로) 보고, (식탁에서) 냄새를 맡고, (보글보글 끓는 전골이나 지글지글 익는 불고기) 소리로 들으며, 입 안에서 음미하고 온몸으로 (매운맛을) 느끼는 민족이다. 우리는 식사 후 “개운하다”, “시원하다”고 말한다. 마치 사우나에서 방금 나온 것처럼 온몸의 신경을 자극하는 것이 한식이다. 한국인에게 식사는 이처럼 총체적인 체험이다. 그래서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 음식에서도 이 짜릿한 흥분감, 한식이 주는 황홀경(food ecstasy)을 느끼지 못한다. 한식에 대한 욕구는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원초적인 욕망인 듯하다. --- p.414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2020년 3월 오피니언 칼럼 「한국은 민주주의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South Korea shows that democracies can succeed against the coronavirus)」에서 일부 논평가들이 중국의 코로나19 대응이 권위적인 통치와 위기관리 경영의 우수성을 입증한다고 논쟁하지만, 실제로 민주주의가 공중보건을 보호하는 데 훨씬 적합하다고 밝혔다. 그 예로 한국을 들며, 중국의 권위적이며 폐쇄적인 대응책과는 달리 한국은 교육, 투명성 및 자발적인 시민사회 참여로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 p.483 |
옛날 옛적 우리 조상들이 뿌렸던 씨앗과 자양분으로 맺어진 한류,
우리의 그 뿌리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 고국을 떠나 타국에서 살면 고국에 대한 마음이 더 애틋해진다고 한다. 나무가 아닌 비로소 숲이 보인다고도 한다. 그래서일까, 재외동포의 고국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열정적이다. 지난날 물리적인 거리와 심리적인 거리가 비례한다는 우스갯소리를 뒤엎고, 잊히고 멀어져 간 사람들이 아니라 지구촌 어딘가에서 늘 함께하는 사람이 되고자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얽혀 있는 연결망을 통해 SNS 등으로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손가락 하나로 르네상스 미술과 고대 이집트 유물은 물론, 세상 돌아가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디지털 시대의 중심에서 “역사상 최초”, “최초의 여성”, “최초의 아시안”, “최초의 한인”, “최연소 우승자”…… 극동의 작은 한반도, 분단된 나라 대한민국의 자손들이 21세기에 불러일으키고 있는 ‘한류 신드롬(K-Wave Syndrome)’, 이 거대한 한류의 물결, 한국 문화 르네상스를 목격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어가 되어버린 한류(Hallyu, Korean Wave)! 이 용어는 “한국(韓國)과 조류(潮流)를 합성해 만들었으며, 대중문화 용어로서의 한류는 1998년 12월 17일 대만의 신문 〈연합만보(聯合晩報)〉에서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중국어권에서 최초의 K-팝 밴드 H.O.T. 신드롬이 일어나고, 아이돌 댄스 그룹과 한국 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마치 정교하게 짜인 팀처럼 K-팝, K-드라마, K-영화, K-푸드, K-클래식, K-발레, K-골프, K-뷰티, K-패션, K-스파, K-게임…… 등이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대체 어떻게, 왜 한류가 세계를 뒤흔들고 있을까 정말 그것이 궁금했다. 그리고 그 뿌리를 알고 싶었다. 마침내, 1996년부터 뉴욕에 살면서 〈뉴욕중앙일보〉 문화 담당 기자로 일했고, 뉴욕의 문화정보 웹사이트 뉴욕컬처비트(www.NYCultureBeat.com)를 운영하고 있는 박숙희(Sukie Park) 씨가 ‘문화의 메카’ 뉴욕에서 취재하며 한류의 현장을 목격해온 결과물로 『한류를 이해하는 33가지 코드: 방탄소년단(BTS), ‘기생충’ 그리고 ‘오징어 게임’을 넘어서』를 펴내기에 이르렀다. “누구나 읽어야 하는 문화비평서, 한국 문화 르네상스의 나침판 같은 역할을 하기”를 기원하다! 지난 27년간 뉴욕에서 살아온 저자 박숙희 씨는 BTS, 「기생충」, 「오징어 게임」 외에도 한류에 공헌해온 수많은 한인에 주목하고 싶었다고 밝히면서 한국인의 정체성과 한국 문화의 역동성을 독해하는 키워드(keyword)를 33가지로 정리했다. 그는 이 글쓰기를 통해 한국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더욱더 커졌노라 고백한다. 주제별로 6부로 나누고, 33가지 코드를 적절하게 배치한 이 책은 한국의 한인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살고 있는 한인과 2세, 3세, 그 후대에게 한국인의 정체성, 잠재력, 그리고 자부심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단서들로 촘촘하게 채워져 있다. ‘비디오 아트의 대부’ 백남준이 예찬한 비빔밥 정신과 한인 예술가들의 눈부신 성과, 한강의 기적을 이룬 빨리빨리 정신과 K-방역, 식민지와 분단의 역사 속에서 우리 민족의 한과 저항 정신, 그리고 드라마와 영화의 비판 정신, 한국인 특유의 눈치와 풍자와 해학, 쇠젓가락과 골프, 피아노, 반도체, 네일 사업의 연계성, 백의민족과 미국 이민자들의 주력 사업 중의 하나인 세탁업, 그리고 K-패션의 진화, 역사가 깊은 ‘한국의 슬로푸드’ 고추장, 김치와 미슐랭 스타 한인 셰프들, 보자기(의)-보쌈(식)-보따리(주)와 복을 기원하는 민족성, 그리고 유관순, 해녀와 박세리 등으로 대표되는 강인한 여성 롤 모델 등 오늘날 한국 문화의 르네상스를 만든 코드를 찾아본다. 지금 한류의 큰 파고를 일으키고 있는 K-팝, K-드라마, K-영화의 주역인 BTS, ‘기생충’, ‘오징어 게임’을 넘어서 1960년대 미국에 태권도장을 설립해 조 바이든, 무하마드 알리, 브루스 리(이소룡)에게 태권도를 가르친 원조 한류 이준구 대사범을 비롯, 현재 링컨센터 뉴욕공립도서관에서 전시 중인 토니상 2회 수상 브로드웨이 의상 디자이너 윌라 김, 〈타임〉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 100인’에 2회 오른 모모푸쿠 셰프 데이비드 장, 백남준의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 8인, 그리고 오페라-발레-클래식 음악-미술-영화-요식업계 등에서 성과를 거둔 코리안아메리칸과 입양 한인들의 이야기도 담았다. 이와 함께 비틀스와 BTS, 조선 르네상스의 세종대왕과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고대 이집트의 여성 파라오 핫셉수트와 신라 선덕여왕, ‘강남 스타일’의 싸이와 무성영화 배우 찰리 채플린,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과 한국의 ‘먹방’, 앤서니 보데인(‘Parts Unknown’, CNN 음식 기행 프로그램)과 최불암 씨(‘한국인의 밥상’, KBS), ‘아메리칸 아이돌’과 ‘전국노래자랑’ 등을 비교한다. 한편,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한국에 체류했던 노르베르트 베버 신부가 간파한 조선의 아름다움, 스튜어트 컬린 큐레이터가 집대성한 ‘놀이의 왕국’ 조선의 전래놀이, 호머 헐버트와 세계 언어학자들의 한글 예찬, 스코틀랜드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가 담은 조선인들의 모습, 소설가 펄 벅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 비교한 세종대왕까지 일찍이 문화강국의 잠재성을 발견한 서양인들의 통찰력을 되새긴다. 저자는 “지금 한류의 풍성한 열매는 우리 조상들이 오래전부터 뿌려온 씨앗과 자양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탁자 위에 예쁜 화보집도 좋지만 이 책 『한류를 이해하는 33가지 코드』를 올려놓고, 우리 민족의 그 뿌리 깊은 나무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어떨까요 이 책이 거실의 커피 테이블 북이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간과한 한류와 한국 문화의 키워드를 제시해주시면 더 좋겠습니다”라고 작은 소망을 밝혔다. 저자는 한국인과 재외동포뿐만 아니라 한인과 결혼한 타민족, 입양 한인들과 그 가족, 그리고 BTS 팬클럽 아미(ARMY)를 비롯해 한국 문화에 관심이 있는 누구라도 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영문판을 준비하고 있다. 『한류를 이해하는 33가지 코드』 저자 박숙희 작가와의 대화 · 왜 이 책을 쓰게 되었나? → 2019년 12월 31일 타임스퀘어의 ‘신년 전야제 행사’에서 BTS가 공연하며 2020년을 열었다. 그리고 2월 9일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이 4개 부문상을 휩쓸었다. TV로 오스카 시상식을 보면서 흥분했다. 영화를 전공했었고, 영화 기자로 일했고, 1996년 뉴욕에 온 것도 1년간 영화를 실컷 보고 싶어서였다. 한국 영화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쥐다니. 한국 영화감독이 자본주의 사회비판 영화 ‘기생충’이 세계인들을 매료시킨 것도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불타게 했지만, 시상식 자체에서 봉준호 감독과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소감도 감동적이었다. 정말 한국적인 매력이 듬뿍 담겼다. “오늘 밤엔 술이나 마셔야겠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에게 헌사하는 소감 등 한국인의 술 사랑, 눈치와 재치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모습이라니! 참으로 신선했다. 한때 한국에서 ‘딴따라’로 치부했던 연예인들이 활화산이 폭발하듯 전 혁혁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K-팝, K-영화, K-드라마는 물론 K-클래식, K-발레, K-골프, K-푸드, K-뷰티, K-패션……. ‘문화의 메카’ 뉴욕에서 한류의 허리케인을 목격하면서 한국인들은 어떻게 세계 문화를 제패했을까? 미국의 한인 이민자들은 어떻게 식료품점, 세탁소, 네일 살롱 등 특정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 생겼다. 결국 한국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아카데미상 시상식 1개월 후쯤 뉴욕이 코로나19 팬데믹 봉쇄에 들어갔다. 뉴욕의 문화정보 웹사이트 뉴욕컬처비트(www.NYCultureBeat.com)를 운영하는 내가 늘 취재하러 다니던 메트, MoMA, 구겐하임, 휘트니 등 미술관, 링컨센터, 카네기홀, 브로드웨이 극장 등 공연장, 그리고 레스토랑까지 모든 활동이 중단됐다. 그래서 집콕하면서 한류의 뿌리를 생각하며 조사하고, 쓰게 되었다. · 왜 33가지 코드인가? → 2011년 12월 31일 〈뉴욕중앙일보〉를 그만두고, 2012년 3월 1일 웹사이트 ‘뉴욕컬처비트’를 시작했다. 안정된 직장을 포기하고 뉴욕에서 살아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독립선언과도 같았다. 3·1 운동, 민족대표 33인을 생각하며, 삼삼하다는 말도 좋아서 33으로 정해놓고 구상했다. 생각해보니 내가 1990년 편집했던 책 『나를 움직인 이 한편의 영화』에 기고한 영화인과 문인도 33인이었고, 뉴욕에 온 것도 서른세 살이 되는 해였다. · 뉴요커로서 한류 책을 쓴 장점이라면? → 한국을 떠난 ‘아웃사이더’이지만, ‘문화의 메카’ 뉴욕의 인사이더, 미국에서 문화를 취재하며 한국어로 글을 쓰고 있는 사람로서 독특한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고나 할까. 한국에서 대학 졸업 후 약 10년간은 주로 대중문화를 다루는 연예잡지, 영화잡지, 라디오와 TV 등에서 일했다. 1996년 뉴욕에 와서 링컨센터, 카네기홀, 메트뮤지엄, MoMA 등을 취재하면서 고급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오페라, 발레 한번 못 보았던 나에게 뉴욕은 환상적인 문화학교였다. 예술가들은 뉴욕에서 검증받고 싶어한다. 뉴욕에서 전시하고, 공연하고, 판매한다. K-팝, K-드라마, K-영화 외에도 K-클래식, K-오페라, K-발레 등에서도 한인들의 활동이 눈부셨다. 그러다 보니 뉴욕 문화 속에서 한국 문화를 생각해보고 비교할 기회가 많았다.\ 뉴욕 생활 초기에 타임스퀘어 대형 광고판에서 애플의 ‘Think Different’를 보면서 뉴욕은 다르게 생각하는 이를 왕따시키지 않고, 포용하는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4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에스티 로더 가문의 아트 콜렉터 레오나드 로더 회장이 피카소, 레제 등 입체파(큐비즘) 컬렉션 78점 기증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3~4백여 명의 기자들이 참석했던 것 같다. 내가 기자단의 규모를 포착하려고 기자석 반대쪽에서 홀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때 저 멀리서 메트 미술관 큐레이터가 내게 미소 지으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때 기뻤다. 아마도 다른 각도로 보는 것이 입체파의 본질이라 그랬던 것 같다. 이런 자그마한 격려가 뉴욕에 사는 즐거움 중의 하나다. · 한국과 뉴욕에서의 경력이 책 쓰는 데 도움이 되었나? → 아마도 한국 역사와 문화를 알고, 뉴욕에서 문화 여러 분야에 대해 접근할 수 있었던 게 책 쓰는 데 도움을 주었을 것 같다. 뉴욕의 한인 언론사는 규모가 작아 문화 담당 기자가 전 문화예술계를 취재해야 했다. 덕분에 미술, 클래식, 오페라, 재즈, 영화, 뮤지컬, 연극, 무용 등 전반에 걸친 예술을 접하고, 주류 문화에서 성공한 한인들을 인터뷰할 기회도 있었다. 링컨센터 뉴욕필하모닉엔 한인 연주자가 열댓 명이고,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역사상 최초의 아시안 남녀 주연을 한인들(홍혜경, 김우경)이 기록했으며, 아메리칸발레시어터 최초의 아시안 수석 남녀 무용수가 한인들(서희, 안주원)이다. 오페라와 발레 부문에서 중국계나 일본계보다 인구수도 훨씬 적은데, 톱 클래스 아시안 예술가들은 대부분 한인들이다. 정말 우리는 음주가무를 좋아하는 민족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뿐만 아니라 1960년대 워싱턴 DC에 태권도장을 열고,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을 비롯, 이소룡(브루스 리), 무하마드 알리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며 한류의 뿌리를 심은 이준구 대사범, 토니상을 2회나 수상한 뮤지컬/무용/오페라 패션디자이너 윌라 김 등 한류의 숨은 공신들도 기록하고 싶었다. · 이 책의 독특한 시각이라면? → 19세기 말 미국인 윌리엄 E. 그리피스에게 조선은 ‘은자의 나라(Corea, the Hermit Nation)’, 퍼시벌 로웰에겐 ‘고요한 아침의 나라(The Land of the Morning Calm)’였다. 하지만 오늘날 21세기 초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역동적이며, 한인들은 빛나는 재능을 만방에 떨치고 있다. 그 뿌리를 찾아 한과 음주가무를 비롯해 빨리빨리, 눈치, 풍자와 해학, 저항 정신, 한글, 백의민족, 전통놀이, 김치와 고추장, 비빔밥, 쇠젓가락, 보자기, 보따리, 보쌈, 그리고 유관순, 해녀와 박세리로 대표되는 강인한 여성들에 이르기까지 키워드를 생각해봤다. 이와 함께 100여 년 전에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과 잠재력을 발견한 노르베르트 베버 신부, 선교사 호머 헐버트, 스튜어트 컬린 큐레이터,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 소설가 펄 벅 등 서양인들의 통찰력에 주목할 필요를 느꼈다. 그리고 고대 이집트 여성 파라오 핫셉수트와 신라 선덕여왕, 조선 르네상스의 세종대왕과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 ‘강남 스타일’의 싸이와 찰리 채플린,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과 한국의 ‘먹방’, 앤서니 보데인(Parts Unknown, CNN 음식 기행 프로그램)과 최불암 씨(한국인의 밥상, KBS), 아메리칸 아이돌과 전국노래자랑 등을 비교해보았다. · 쓰면서 새로 발견한 것은? → ‘미국 태권도의 아버지’ 고(故) 이준구 대사범이다. 한류의 씨앗을 뿌리신 분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이 6·25 후 폐허가 됐을 때 이준구 대사범은 미국으로 이주 1960년대 워싱턴 DC에 미국 최초의 태권도장을 열었다. 그리고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 국회의원, 세계 여러 나라 대사들의 자녀들을 가르치며 태권도를 미국 전역, 세계에 보급하신 분이다. 이준구 대사범은 이소룡(브루스 리), 무하마드 알리에게도 태권도를 가르쳤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고향 멤피스에서 이강희 사범에게서 태권도를 수련했다. · 책 쓰는 데 걸린 시간은. → 처음부터 책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취재를 못 하게 되어 나의 웹사이트 뉴욕컬처비트에 칼럼으로 연재한 것이다. 2020년 2월 아카데미 시상식 후 쓰기 시작해서 약 2년쯤 걸렸다. 뉴욕컬처비트 뉴스레터(catch of the day) 독자분들에 대한 임무가 있어서 팬데믹 중에도 문화정보를 매일 업데이트하면서 진행했다. ‘한류 33 코드’는 670회가 넘는 뉴욕 스토리 섹션에 올렸다. · 이 책은 누가 읽어야 할까? →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뿌리에 대해서 알고 싶을 것이다. 이 시리즈를 쓰면서 나는 누구인가, 한국인은 누구인가를 곰곰이 생각했다. 한인들의 타고난 재능과 열정과 치열함은 타민족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 같다. 이 책은 한국에 사는 한인들을 물론, 세계 곳곳에 살아가는 한인들과 2세, 3세들에게 자신의 정체성, 잠재력, 그리고 자부심을 느끼게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신문사에서 한인 2세 예술가들을 취재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부모님과의 갈등이었다. 1세대 이민자인 한인 부모들은 자녀가 의사, 변호사, 교수 등 안정되고, 존경받는 직장에서 일하기를 원한다. 그 시절엔 주변에 성공한 아시아계 예술인이 ‘브루스 리’ 정도였으니 당연하다. 한인 자녀들에겐 롤 모델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배우, 영화감독, 뮤지션, 코미디언, 작가, 요리사 등 예술 분야를 열망하는 한인 2, 3세들은 때로 부모의 희망대로 대학에 진학했다가 포기하고, 자신의 꿈을 찾아가기도 했다. 나는 한인 2, 3세들이 그들의 재능으로 얼마나 성공할 수 있나를 보여주고 싶었다. 또한 한인 입양아를 기르는 미국인들은 자녀의 나라에 대해 알고 싶어하고, 자녀들에게 교육시키고 싶을 것이다. 그들에게도 이 책이 한국인과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세계 어느 나라 사람에게도 흥미로운 책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인 2세, 입양 한인과 그 가족, 한인과 결혼한 타민족, 한국문화에 관심이 있는 이 세상의 모든 이들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내용을 담았다. 그래서 영문판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 한류의 풍성한 열매는 우리 조상들이 오래전부터 뿌려온 씨앗과 자양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탁자 위에 화려한 화보집도 좋지만 『'한류를 이해하는 33가지 코드』를 올려놓고, 우리 민족의 그 뿌리 깊은 나무와 열매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이 책이 거실의 커피 테이블을 위한 책이 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제가 간과한 한류와 한국문화의 키워드를 제시해주시면 더 좋겠다.” ** 『한류를 이해하는 33가지 코드: 방탄소년다(BTS), ‘기생충’ 그리고 ‘오징어 게임’을 넘어서』의 저자 박숙희(Sukie Park)는 뉴욕에 살고 있어서 시차로 인해 통화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어 가상 ‘저자와의 대화’를 준비했습니다. 그 외의 질문은 nyculturebeat@gmail.com으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