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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9

: 3부 1권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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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07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516쪽 | 134*194*35mm
ISBN13 9791130699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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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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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면서 두만네는 앞서가는 남편을 부른다. 두만아비가 돌아서며 마누라 오기를 기다린다. 다듬잇살이 잘 오른 옥양목 치마저고리를 입고 명주 수건을 쓰고 고동색 비단으로 겉을 싼 털토시에 두 손을 낀 두만네가 어기적어기적 걸어간다. 몸이 비대하고 모처럼의 나들이 차림이어서 그런 모양이다. 털토시 말고는 여전히 농가 늙은네 차림이나 어딘지 모르게 부골스런 태가 난다.
---「겨울 혼사」중에서

진주에서 여덟 달 동안 징역살이를 하고, 마중 나와준 강쇠를 따라 짝쇠는 지금 평사리를 향해 걷고 있다. 해동(解冬)하여 강물은 풀렸으나 논바닥에는 아직 살얼음이 남아 있었다. 짝쇠는 사흘 전까지만 해도 감옥에 있었는데 지금 활갯짓을 하며 걷고 있는 자기 자신이 믿기지 않아 부지런히 사방을 살핀다. 농촌의 풍경은 변함이 없다. 한결같은 겨울 풍경이다.
---「출옥」중에서

기이한 광경이었다. 중늙은 사내가 혼자 술을 마시면서 실신한 것처럼 웃고 있어서가 아니다. 이 고장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훌륭한 차림새의 사내가 주점에서 술을 마신다. 하긴 그래서 기이하긴 한데……. 퇴기 앵모(櫻暮)의 주점이 오가는 길가 술꾼들을 불러들이게 꾸며져 있다고는 하나 결코 시시한 목로주점은 아니었다. 서장대(西將臺) 촉석루(矗石樓)가 근처에 있었고 본성동의 길목이어서 옛적부터 풍류객, 벼슬아치들 내왕이 잦은 곳인 만큼 유서가 깊다면 깊은 주점이다.
---「악랄한 처방」중에서

평사리에 있는 최참판댁으로 용의 거처를 옮기는 일이 주변에서 생각했던 것처럼 그리 쉬운 것은 아니었다. 여름이 다 지나도록 해결을 보지 못하였던 것이다. 여러 칸의 행랑 중에서 육손이 부녀가 한방을 사용하고 있을 뿐 나머지 방들은 먼지가 쌓인 채 텅텅 비어 있었고 김서방 내외가 살던 채마밭 너머 뒤채도 비워둔 채 있었으므로 가려고만 하면 언제든지 갈 수 있으리라, 그러나 그렇지가 않았다.
---「옛터」중에서

용정촌에 한복이가 내려섰을 때는 가을이 한창이었다. 시끄러운 역두, 괴이스런 풍물에 놀랄 겨를도 없이 꼬깃꼬깃 접은 종이를 하나 품에서 꺼낸 한복이는 골똘히 그것을 들여다본다. 허술한 상민 차림의 옷이, 그것이나마 때가 묻어서 남루한데 괴나리봇짐을 늘어뜨린 모습은 누가 보나 품팔러 온 떠돌이다. 한복은 너덜너덜 해어진 종이를 보면서 목적지에 당도한 것을 가슴 아프게 느낀다. 평사리에서 떠나올 때부터 여기까지 오는 동안 얼마나 많이 이 종이쪽지를 꺼내어 들여다보았는지 알 수 없다.
---「용정행」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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