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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육아

: 가장 나 다운 방식으로 육아의 여백을 찾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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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7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286g | 128*188*16mm
ISBN13 9791197157288
ISBN10 119715728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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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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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이를 낳고 종일 기저귀를 갈고 모유를 짜내는 나에게 20대에 누렸던 자유분방함은 외계의 시간처럼 느껴질 만큼 낯설고 아득했다. 아이만 있으면 이전의 어떤 행복과도 비교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건 오만이었다.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에서 쭈뼛쭈뼛 국적을 묻던 여행자들의 배낭 냄새가 그리웠다. 지네에 물리고 코브라와 싸워봤다는 히피들의 무용담을 다시 듣고 싶었다.
‘떠날 수 없으니 내 공간으로 히피 여행자들을 초대해보면 어떨까.’
---p.57

엄마표 육아는 거창한 게 아니었다. ‘가르쳐야겠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아이를 수평적 존재, 능동적 존재로 존중하고 공감하자 몸도 편해지고 나에게 여유가 생기니 아이도 더 예뻐보였다. 놀이하는 시간은 특별한 지식을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함께 웃으며 추억을 만드는 시간이라는 것을 깨닫자 아이도 나도 행복해졌다.
---p.67

나이를 먹으며 성과 없는 행동을 하는 게 줄었다. 취미를 배우기 전에, 사람을 만나기 전에 그것이 나에게 어떤 보상을 줄까를 먼저 생각했다. 개량된 수치나 효과로 나에게 보상이 될 일만 시작하고 싶었다. 아이와 잠깐 나들이를 할 때조차 의미와 효율을 따지려 들었고 더 많이 챙기고 더 많이 보여주려고 했다. 그러나 아이는 내가 가만히 기다려주기만 하면 나뭇가지 하나에서 수만 가지의 놀이와 게임을 생각해냈다.
---pp.97-98

“정글아, 네가 원하는 옷 입고 나와. 엄마도 제일 예쁜 옷 입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저가항공 수화물 규정에 맞춘 7킬로그램의 세간살이라 갈아입을 옷도 딱히 없었다. 어디서든 밥 말리 티셔츠와 반바지를 사는 것으로 여행을 시작했고, 깨끗이 빨아 새로 사귄 히피 친구들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여행을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아이가 미소를 가득 머금고 걸어 나온다.

“짜잔!”

아이는 알몸에 양말 한 켤레만 신고 나타났다. 여름 햇살 밑에서 담금질된 아이의 갈색 피부가 달빛 아래 빛났다. 아이가 타인의 하얀 피부를 부러워하는 대신 많은 도시의 이야기가 축적된 자신의 피부를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우리 춤출까?”
---pp.141-142

나는 내 아이들이 지극히 평범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또래보다 공부를 잘해 선생님들의 칭찬과 집중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타인의 칭찬이 없어도 괜찮다는 것은 내가 가르쳐주면 된다. ‘착하다’는 말로 양보와 배려를 종용하고 싶지 않다. ‘똑똑하다’는 칭찬으로 우월감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 ‘뭐든지 잘하는구나’라는 칭찬은 되도록 피한다. 뭐든지 잘하는 사람은 없고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아이가 지나치게 노력하지 않았으면 한다.
---p.180

내가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동안 무릎 밑에 담요를 넣어 높이를 맞춰주고, 젖가슴을 가려주고, 같이 얘기해주는 사람. 텃밭에서 금방 뜯은 상추에 갓 짠 들기름을 듬뿍 넣어 겉절이를 해주는 사람. 아침에 더 자라고, 낮잠 한숨 자라고 아이를 데리고 나가 놀아주는 사람. 나와 내 남편, 내 아이들을 위해 다 해주면서도 시종일관 눈치를 보는 사람. 나는 온종일 내 새끼 챙기느라 정신없고 엄마는 당신 딸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엄마의 노쇠한 눈빛과 핏줄만 선명하게 자리 잡은 손등, 작년보다 더 굽은 허리에 짜증이 났다가 미안했다가 마음이 시리다.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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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라는 노동은, 많은 순간 지치고 질린다. 똥 냄새가 난다. 모성 신화는 개뿔!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 세상의 엄마들은 매일 아침 새롭게 책임지고 헌신할 것을 결심할 뿐이다. 하지만 과장된 행복이 SNS에 경쟁적으로 전시되는 사이, 육아도 어느덧 예쁜 옷을 입은 허구가 되어버렸다. 이 시절에, 그래서 바로 이런 글이 필요했다. 뽀샤시한 앱을 사용하지 않은 육아의 정면, 필터링 안된 엄마의 내면이 적나라한 글. 당신이 아이를 키운다면 작가의 손을 덥석 잡고 “나도 그래!” 하며 커밍아웃하고 싶어질 것이다.

작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은 잘 돌보고 싶은 마음과 그것이 잘 안된다는 고백의 총합임을. 한없이 이타적인 헌신과 때때로 이기적인 자아 찾기의 줄다리기임을. 옳다! 그래야 100세 인생에서 달랑 20년 차지하는 육아 프로젝트에 여성이 인생 전부를 갈아 넣지 않고도 아이를 키울 수 있다. 또 그렇게 키운 아이들이야말로 더 건강한 어른이 된다. 그러므로 그녀가 나날의 소소함에서 충만함을 이끌어내는 순간마다 독자들은 엄청난 위로를 받을 것이다. 그 힘이 엄마가 되기 전에도, 이후에도 멈추지 않는 그녀만의 ‘일관된 탐험’을 기반으로 한다는 사실에서.

어서 이 글 속으로 들어오라. 진짜 육아의 땀과 웃음 속으로. 진실이 엄마를 자유케 하리라.
- 오소희 (『엄마의 20년』,『언니들의 마음공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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