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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가 바꾸는 세상

: 니체와 아인슈타인이 사랑한 생각도구

북클럽 은유-열매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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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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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년 06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354쪽 | 452g | 140*205*22mm
ISBN13 9791190413527
ISBN10 1190413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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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누엘 칸트가 《순수이성비판》에서 천명했듯 ‘사물 자체Ding an sich’는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니체에 의하면, 우리가 ‘어떤 사물’을 그것이 ‘무엇’이라고 언어적으로 표현 하는 일은 사실인즉 ‘동일하지 않은 것을 동일한 것으로’ 만드는 자의적이고 작위적인 행위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모든 언어적 표현은 A를 A라고 칭하는 것이 아니라, A를 B라고 표현하는 작업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언어는 애초부터 동일률(A=A)과 모순율(A≠~A)이 이끌어가는 논리적 사고의 결과가 아니라, 은유적 사고(A=B)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 pp.28~29

플라톤은 누구나 쉽게 납득할 수있는 태양의 비유를 통해 만물의 궁극적 근거가 선의 이데아라고 주장했는데, 그는 이 말을 “세계는 선의 이데아에 의해 선하고 아름다운 성과물로 창조되었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럼으로써 “하나님께서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다]”라고 가르친 기독교가 생기기 400여 년 전인 고대사회에서 ‘세상 만물과 인간의 생사화복을 주관하는 신은 선하다’라는 생각이 이론적으로, 그리고 공적으로 가능하게 만들어주었다. 요컨대 플라톤은 태양의 비유를 통해 불운, 재앙, 질병, 죽음 등 모든 불가항력적 악한 세력에 대한 불안에 속절없이 노출되어 있던 당시 고대인들에게 더없는 위로와 용기 그리고 희망을 던져주었던 것이다.
--- pp.43~44

은유로 인문학을 분석하고자 하는 우리의 이야기와 연관해, 여기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토마스 아퀴나스를 비롯한 중세 신학자들이 왜 그리스 형이상학이 낳은 관념적 은유인 ‘자연의 사다리’ 개념을 히브리 종교의 구원의 길인 ‘야곱의 사다리’와 동일한 것으로 규정했는가 하는 것이다. 단지 그 둘이 지닌 유사성, 곧 지상에서 천상으로 연결된 사다리라는 점 때문이었을까? 아니다! 중세 가톨릭 신학자들에게는 다른 간절한 염원이 있었다. 그것은 그들이 오직 신의 은총에 의해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구원의 길(야곱의 사다리) 외에 인간의 지성에 의해 땅에서 하늘에 이르는 구원의 길(자연의 사다리)을 새로이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수동적인 구원의 길 외에 능동적인 구원의 길을 찾았던 것이다. 이 점에서 보면, 자연의 사다리는 인간의 이성과 노력으로도 구원에 이르고자 염원했던 중세 사람들이 만들어낸 인문적 은유다.
--- pp.56~57

우리는 근대인들이 자연을 하나의 거대한 ‘시계’로 간주하고, 필요에 따라 그것을 제작, 분해, 수리가 가능한 물적 대상으로 파악하기 시작했다는 것, 그 결과 자연과학이 발전하는 긍정적 효과도 나타났지만, 자연을 아무 거리낌 없이 정복하고 괴롭히고 고문하며 파괴하는 부정적 결과도 가져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400년 동안 인류의 삶과 사회에 이보다 더 큰 영향력을 끼친 은유적 표현은 없었다. … 바로 이 같은 은유적 사고가 대변하는 기계론적 세계관에 의해 자연과 환경의 파괴가 거침없이 진행되었고, 400여 년이 지난 지금 어쩌면 인류를 종말로 몰아갈지도 모르는 팬데믹과 기후변화라는 재앙이 잉태되고 있는 것이다.
--- pp.64~65

오늘날 경제학 분야에서 자주 쓰이는 은유적 표현을 살펴보면 이런 것들이 있다. 한 사람이 먼저 상품을 사면 이를 따라 다른 사람들도 물건을 사는 구매 행태를 풍자한 ‘펭귄효과’, 기업에 불리한 내용을 장 마감 후나 주말을 틈타 공시하는 것을 뜻하는 ‘올빼미 공시’, 쓸모없는 재화나 서비스가 거래되는 시장을 빗댄 ‘레몬마켓’, 자신 보다 규모가 큰 기업을 인수하는 현상을 빗대어 표현하는 ‘보아뱀 전략’, 경기과열 또는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시장 개입이 과도하거나 변덕스러울 경우 발생하는 역효과를 경고하는 ‘샤워실의 바보’,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화폐를 발행하여 시중에 공급하는 정책을 뜻하는 ‘헬리콥터 머니’ 등 나열하자면 한이 없다. 은유가 없으면 경제학도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 pp.121~122

‘사회는 게임’이라는 은유는 ‘시장’ 은유처럼 사회의 본질을 이기심을 가진 개인의 총체로 본다. 동시에 ‘전장’ 은유처럼 전략과 전술, 대외적 적대성과 대내적 유대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 한 마치 ‘법질서’ 은유와 같이 규제를 통해 공유된 규칙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 점에서 ‘게임’은유는 이 세 가지 은유의 종합이라 할 수 있는데, 리그니 교수는 이 은유가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에서 가장 인기 있고 영향력 있는 은유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 p.136

일반상대성원리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그 누구의 이론으로도― 예컨대 뉴턴 물리학으로는 물론이거니와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으로도―중력이 왜, 어떻게 생기는지를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1907년 어느 날 중력은 단순히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끌어당김’이 아니라, 마치 ‘그물망’처럼 펼쳐져 있는 물리적 장의 휘어짐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는 생각이 아인슈타인에게 번쩍 떠오른 것이다. 그것에서 무쇠공과 같이 무거운 물체를 그물망 위에 올려놓으면 그물망이 휘는 것처럼, 질량이 큰 물질의 주변에서는 중력장이 휜다는 것, 그에 따라 시공간도 휘어진다는 것, 따라서 중력은 물체의 ‘끌어당김’이 아니라 휘어진 시공간을 가장 짧은 거리로 이동하는 현상 때문에 생긴다는 것, 또 휘는 경사도에 따라 가속도가 결정된다는 것과 같은 생각이 연이어 떠오른 것이다. … 한마디로 아인슈타인은 ‘중력장은 그물망’이라는 은유적 사고를 했던 것이다.
--- pp.164~165

더 시터르가 우주 팽창을 대중에게 설명하기 위해 직접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보면, 누군가가 풍선에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데, 풍선에는 많은 점이 박혀 있다. 더 시터르가 성운을 가진 우주를 ‘표면에 동전이 붙어 있는 거대한 풍선’ 이미지를 사용해 은유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그럼으로써 그는 표면에 붙어 있는 동전들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 풍선이 팽창한다는 증거이듯이, 성운들 사이가 멀어진다는 사실이 우주가 팽창하고 있는 증거라는 것을 대중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설명한 것이다.
--- p.170

일본은 태평양전쟁 중 미국인과 영국인을 기치쿠鬼畜(귀신과 짐승)로 부르며 뿔 달린 괴물로 묘사했다. 일본군은 중국인을 벌레나 짐승보다도 못한 존재라는 뜻이 담긴 ‘찬코로淸國奴’(청나라 노예)로 불렀다. 그리고 남성을 학살하고 여성을 강간했다. 기치쿠, 찬코로와 같은 은유적 표현을 사용해 인간을 비인간화하도록 교육받은 결과다. … 어디 그뿐이겠는가. 연합군도 일본군을 ‘잽스Japs’라는 속어로 부르며, 나아가 매양 원숭이, 침팬지, 쥐 같은 동물로 묘사했다. 때로는 “무장한 거대 개미”로도 표현했다. 이런 은유적 표현에 의한 차별과 혐오는 태평양전쟁 후에도 이어졌다. 그 외에도 세계 각처에서 제노사이드가 일어날 때마다 이같이 인간을 혐오스러운 짐승으로 표현하는 비인간화가 선행되었다고 스미스 교수는 지적한다. … 그렇다. 비인간화가 폭력과 살상에 심리적 면죄부를 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동서양을 구분하지 않고, 예부터 지금까지 인간을 혐오스러운 또는 끔찍한 짐승으로 형상화한 은유적 표현을 사용해 비인간화하는 작업을 부단히 해온 것이다.
--- pp.279~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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