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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에서 온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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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326g | 120*205*20mm
ISBN13 9791190533324
ISBN10 1190533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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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는 내 안에서 솟아 나온, 나의 바탕에 씨를 뿌린 언어이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항상 거기에 있었던 것이고, 말하자면 수직적으로 구성된 것이다. 프랑스어는 내가 인내심과 초조함을 동시에 간직하며 밟아 갔던 언어이다. 나는 프랑스어를 향해 나를 이동시켰다. 나는 그 언어를 채취하러 갔고 그 언어는 나를 받아들여 주었다. 프랑스어는 멀리서, 18년이라는 상당한 지체 후에 나에게 왔다. 그것은 나에게 수평적인 언어인지라. 아직 탐사되지 않은 드넓은 구석들, 채워야 할 빈 곳들, 정복해야 할 공간들을 갖고 있다.
--- p.17

문학은 나에게 또 다른 차원의 말에 소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것은... 침묵을 향하고 있었다. 문학에는, 통화체계로 변형되고 과도한 유통으로 마모된 사회 담론의 반복적 기능에서 벗어난 또 다른 언어가 있었다.
--- p.24

모리는 경험의 개념을 체험된 사실들과 수행된 행위들의 단순한 축적으로 오해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다. 경험에 대한 그의 입장은 우리가 쉽고 너그럽게 칭송하는 그런 주관척 축적과는 거리가 멀다. 앞서 인용한 모리의 글을 읽어 보면 그가 정의하려는 경험은 진정한 말에 대한 근복적인 경험, 가차 없는 금욕적 노력이 요구되는 희생적 차원을 전제로 하는 것임이 단박에 드러난다. 그것은 1969년 가을, 열아홉 살 청년의 마음에 비할 데 없는 힘으로 내적 지진을 일으키며 격동을 불러일으켰다.
--- p.27

나는 음악을 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에 피아노는 나의 동반자이긴 했지만 강요적인 것은 아니었다. 나는 음악에 매달리지 않았다. 금세 나는 이 성가신 친구를 치워 버리고 다른 놀이들에 집착했다. 싸우다 지친 부모님은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렇지만 음악이 나를 떠나지는 않았다. 프랑스어가 그것을 대신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프랑스어가 특별한 음악으로 노래하게 했던 도구였다. 나는 형이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에 오랜 세월 동안 해 왔던 의미로서의 음악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나만의 음악, 오로지 나에게만 가능한 음악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바로 프랑스어였다. 우리 가족 중 누구도 그 점을 알아채지 못했다. 다른 곳에서 온 그 언어는 나에게 벅찬 작업의 대상, 인내심을 요구하는 훈련의 대상이었고, 나의 형이 날마다 고행하듯 갈고 닦아 자기 것으로 만들어 그로부터 음악을 방출시킴으로써 자신과 혼연일체를 만들었던 바이올린과 같은 것이었다.
--- p.55

나는 종이에 연필로 모든 것을 적었다. 사실 나는 루소의 훌륭한 문장들을 베껴 쓰는 일을 좋아했고 문학에 관한 글과 문학에 대해 말할 줄 알았던 몇몇 비평 글을 옮겨 적는 일도 좋아했다. 그것은 돈이 들지 않는 훈련이었다. 오히려 그 일에서 즐거움, 즉 동행과 동일시의 즐거움을 길어 올렸다. 어떤 작가의 글을 다시 배껴 쓰는 일은 담론의 형성과정을 함께 하는 일이었고, 사유의 여정을 따라가는 일로 느껴졌다. 그것은 사랑의 제스처였다.
--- p.102

아름다운 계승. 그야말로 허구의 형식으로만 표현될 수 있는 진실들, 눈에 보이지 않고 귀로 들을 수 없는 것을 위해 유령의 힘을 빌려 전달되는 진실들이 있다. 예술... 그리고 문학은 아마도 그런 것이리라.
--- p.126

몽펠리에의 첫해가 끝날 무렵 프랑스어에 대한 나의 사랑은 감히 말하건대 천사의 날개를 달게 되었다. 그것은 부드럽고 과감하게 날아올랐고 그때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높이까지 올라가 고요한 문학의 하늘을 떠돌았다. 그것은 또한 깊은 곳에도 가닿았다. 지붕 아래로, 거리들, 정원들, 도시와 시골들 그리고 온갖 구석진 곳들에서 펼쳐지던 삶의 어두운 부분까지 뿌리내렸고, 그 언어로 말하는 남녀노소들 사이로, 거주민들과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 사이로, 마침내 그 다른 사람인 나와 타자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 p.133

그랬다. 프랑스어는 나에게 악기였다. 그것은 오래 전, 프랑스어를 배우던 초기부터 진녀온 감정이다. 도구를 잘 사용하려면 규율, 심지어 고행의 감각이라고 할 만한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오늘날 나의 학생들에게 하는 말이다. 프랑스어를 완전하게 숙달하는 것은 바이올린이나 피아노를 연주하듯이 언어를 구사하는 일이다. 좋은 음악가에게 악기는 그의 몸의 일부가 된다. 그러니 프랑스어는 그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기로 선택한 발화자 안에서 그의 몸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음악에는 초심자부터 아마추어를 거쳐 전문가에 이르는 모든 수준이 있다. 언어도 마찬가지다. 전문가의 수준은 이삼 년 만에 도달되지 않는다. 수 년에 걸친 공부와 언어를 유지하기 위한 평생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당신은 프랑스어를 좋아한다. 그렇다. 그러나 ‘프랑스어를 좋아한다’는 말이 당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진정한 음악가가 되기 위한 것처럼 프랑스어를 대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가? 왜냐하면 음악가가 매일같이 연습을 하듯 나 자신도 그렇게 하기 때문이다. 나와 음악가의 차이는 나는 청중이 없이 도구를 다룬다는 점에 있다. 아무도 나의 연주에 관심이 없으며 레퍼토리도 없고 청중을 앞에 두고 보여 줄 유명한 작품도 없다. 내가 하는 연주는 상품화된 것이 아니다. 나는 나 혼자만을 위해 연주하며 그래서 좋다.
--- p.153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은 언어라는 거대한 거주지에서 우리는 구석진 작은 곳만을 점유할 뿐이다.
--- p.161

고유의 언어로든 다른 곳에서 온 언어로든 말을 한다는 것은 인간의 이상한 기벽이며 근본적으로 수줍음에 도전하는 어떤 행위 아닌가? 말을 한다는 것은 자기 목소리를 그대로 내는 일., 완전히 독자적인 자신의 존재 방식을 제 목소리를 통해 드러내는 일, 그러니까 자기를 맨몸으로 전시하는 일, 일종의 노출이다.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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