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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터지다

: 납득할 수 없는 세계를 터뜨리고 새로 피워내는 여성 만화가 5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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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230g | 110*180*18mm
ISBN13 9791197235689
ISBN10 119723568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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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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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만화를 떠나있었으면서도 나는 자신을 만화인이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나는 이 책을 쓰면서 인권기록의 현장에서 얻은 시선을 만화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던 것 같다. 만화의 너른 세계 어디쯤에서 세상이 준 지도와 불화하고 있을 이들을 떠올리며 이 책을 썼다.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긴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만화의 세계에서는 누구나 자기 말을 가질 자격이 있다. 그러니 당신의 이야기를 그리면 된다. 나는 그 이야기를 기다린다. 이 책에 기꺼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눠준 만화가 이하진, 다드래기, 송송이, 국무영, 소만(천정연) 씨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자기 가슴을 터트려버리는 대신, 기어이 자기 말을 터트리는 여자들이 세계를 새로 쓴다.
---「12쪽(펼치며: 그러니 당신의 이야기를 그리면 된다)」중에서

좋은 만화가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프로 만화가의 세계는 실력으로 승부한다고 흔히들 말한다. 일견 맞는 말이다. 그러나 갈고 닦인 재능이 오롯이 한 인간의 의지와 노력으로 얻은 성취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어떤 이는 실력을 조각해내는 시간보다 현실의 차별이나 억압에 맞서 자기 삶을 조각해내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도 한다. 만화가로서 살고 싶은 하진의 소망은 공적 세계보다 사적 세계의 간섭과 방해를 더 크게 받았다. 하진이 딸이었고, 며느리였고, 아내였고, 엄마였기 때문이다. 한 여성이 재능을 펼친다는 것은 얼마나 복잡한 사회적 그물을 뚫고 이루어지는 일인가를 하진의 삶은 잘 보여준다.
---「52-53쪽(목숨 붙어 있는 한, 그냥 그릴 거야)」중에서

“내가 실패를 하도 많이 해서 그런가, 되는대로 살자는 마음이야. 이제 나이도 많은데 뭐. 인생이라는 게 그렇게 계획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난 목숨 붙어 있는 한 그냥 그릴 거야. 만화 그리면 만화가 아닌가. 내 사주에 ‘수’기가 없다고 했잖아. 그건 내가 예술가로 성공할 사주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해. 만화가로 성공하지 못할 사주라고 하니까 마음이 편해지더라. 그래, 나는 원래 디폴트가 그거지(웃음).”
---「58쪽(이하진 인터뷰)」중에서

요나는 그 목소리들을 책망하기보다 그들에게 귀 기울인다. 흩어져 각각 고여있던 고통이 세상으로 흘러나와 이야기의 강과 바다를 이루도록,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 목소리들과 대화한다. 이 대화에서 요나가 한 일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의 속이 시원해질 때까지 들어주기? 이 장면에서 나는 나와 동료들이 함께해온 인권기록활동의 여러 장면들을 떠올렸다. 생애를 뒤흔드는 종류의 사회적 고통을 경험한 사람들이 그저 말하는 것만으로 치유될 거란 생각은 통하지 않았다. 적어도 내 경험으로는 그랬다. 사랑하는 사람을 느닷없이 잃은 사람들, 수용 시설에 갇혀 가혹한 폭력을 당한 사람들, 끔찍한 사고에서 생존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나는 늘 죄의식 비슷한 감정을 느껴야 했다. 그들이 자신의 상처에 대해 말한다는 건 그 상처를 다시 헤집기를 무릅쓰는 일이었으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우리가 대화를 그만두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72쪽(덜덜 떨면서도 기어이 용기를 내는)」중에서

“저는 여성서사를 시도한다기보다는 순정만화나 소녀만화의 계보에서 그려간다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부터 여자들이 득실득실한 이야기를 되게 좋아했어요. 이갈리아의 딸들 같은 페미니스트 서사도 좋아하지만 〈세일러문〉도 진짜 좋아해요. 제가 즐겨 보며 자라온 여자들의 이야기가 제 만화의 베이스예요. 그러니까 제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어떤 부분은 아주 현실적이기도 하고 또 어떤 부분은 내가 보고 싶은 모습이기도 한 거죠. 저는 여성들이 자기가 원하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여성이지만 여성이기 전에 ‘자기’(自己)인 면도 있어요. 자기의 욕망이 ‘올바른 여성’이라고 말해지는 것들과는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것 또한 여성들의 이야기인 거죠.”
---「79~80쪽(송송이 인터뷰)」중에서

박씨와 같은 죽음은 얼마든지 더 일어날 수 있다. 어젯밤 멀쩡했어도 밤사이 죽을 수 있는 게 노인의 삶이다. 누군가의 존엄이 훼손되는 일을 마주할 때 느끼는 마음의 고통이 방덕수를 움직인다. 죽음은 막지 못해도 시신이 오래 방치되는 일만은 막고 싶다. 이 윤리적 결단은 중대한 전환 하나를 더 이루어낸다. 바로 ‘공동체’의 확장이다.
공동체는 ‘우리’라는 의식을 기반으로 한다. ‘문안동 안녕 연락망’ 역시 구성원이 누구이냐는 질문과 가장 먼저 마주한다.
“우리만 하는 거가?”
---「116쪽(세상에 그런 작가는 없다)」중에서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이사하느라 화순 집에 있던 가구를 버리려고 밖에 내놨어요. 상 치른 지 얼마 안 됐으니 그 옆에 조용히 있었는데, 할머니 한 분이 오셔서 아주 발랄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누가 죽었어? 맞잖아요. 네, 그랬더니 가구로 눈길이 옮겨가시더라고요. 어… 안 쓰겠네? 이러고는 휙 가져가셨어요. 그 동네에서는 흔한 모습이에요. 괴담 같은 거 보면 누가 쓰던 장롱 가져갔다가 귀신 붙고 그러잖아요. 현실 세계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적어도 노인들의 세계에서는. 노인들에게 죽음은 미지의 세계가 아니라 현실 세계니까. 장롱 주워 가서 귀신 봤다는 사람도 가만 보면 다 젊은 사람이에요(웃음).”
---「153~154쪽(다드래기 인터뷰)」중에서

돈 버는 유세. 그것은 미묘한 공기로 존재하는 강한 압력이다.
---「185쪽(왔다 갔다 하면 멋진 그물이 짜이지)」중에서

만화는 늘 빈 공간에 끄적인 낙서로부터 시작된다. 이 다정한 만만함은 내가 만화를 사랑하는 여러 이유 중 앞 순위에 적힐 것이다. 웹툰의 시대, 그것도 SNS가 중요한 플랫폼의 역할을 하는 시대라는 점도 소만에게 고무적이었다
---「199쪽(왔다 갔다 하면 멋진 그물이 짜이지)」중에서

“저는 무언가를 새롭게 알았을 때 누군가한테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이 큰 사람이에요. 이걸 이렇게 체계화해서 가르쳐주면 잘 이해되겠다는 생각이 자동으로 들어요. 만화를 그릴 때도 항상, 볼 사람이나 받는 사람을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정체성이 늘 혼란스럽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교사인지 작가인지 활동가인지 모르겠다. 어느 때는 이쪽에 좀 더 치중했다, 어느 때는 저쪽에 좀 치중했다, 도대체 난 뭐야? 그런데, 그냥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 나인 것 같아요. 특히 교육은 아마도 평생 제 베이스에 있지 않은가 싶어요. 〈봄이와〉도 약간 교육 만화 같지 않아요?”
---「209~210쪽(소만 인터뷰)」중에서

“작가와 작품이 별개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저에게는 별개가 아니거든요. 작품을 만들면서 제가 성장하는 것 같아요. 『똥두』를 펴낸 직후에 지금 사는 집에 이사 왔거든요. 그때 김연수 작가의 책을 읽었는데, 어떤 책이었는지 기억은 정확히 안 나지만 이런 뜻의 문장이 있었어요. 작가가 한 작품을 끝내면 그 이전과 이후가 같을 수 없다. 읽는 순간 눈물이 나더라고요. 펑펑 울었어요. 내가 가장 못하는 걸 해낸 느낌이었어요. 친구가 그러는데, 내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대요. 내가 『똥두』 같은 이야기를 잘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해보고 싶다고. 내 안에 어떤 도전 의식이 있었나? 저는 항상 부끄러움이 있어요. 지금도 빨리 작품을 내고 싶은 이유가 만회하고 싶어서예요. 할 때는 최선을 다했지만 지나고 나면 보이잖아요, 내가 미흡한 부분들이. 그래서 성장만화하고 어울리나봐요. 누군가 내 유일한 장점이 그거라던데. 계속 성장하려고 하는 마음.”
---「240쪽(국무영 인터뷰)」중에서

한국 사회에서 그래픽 노블의 등장은 ‘어떤 작품이 시장에서 살아남는가’라는 질문으로만 구성된 작품 평가의 기준을, ‘어떤 작품이 시장에서 배제되는가’라는 질문으로 재구성하는 기획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시장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작품은 ‘부족한’ 작품이 아니라 ‘다른 가능성’을 지닌 작품이라는 시선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우리는 소중한 것을 잃는지조차 모른 채 잃게 될 것이므로.
---「246쪽(평생 성장하는 마음, 매이지 않는 만화)」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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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기록활동가와 만화가들의 만남이라니, 낯선 조합이다. 처음에는 그저 ‘인권운동의 관점에서 볼 때 이들 만화에 뭔가 흥미로운 점이 있나 보군.’ 했다. 대단한 오해였다. 내가 띄엄띄엄 읽어온 장쾌하고 명석하고 짠한 만화들 뒤에는 그걸 그린 이들의 간단치 않은 삶이 있고, 박희정은 바로 그 이야기에 잘 훈련된 겸손하고 예민한 귀를 기울인다. 그러고는 ‘여성만화가’를 심상한 직업군의 명칭이 아닌 도발적인 질문의 대상으로 만든다. 대체 ‘여성만화가’란 무엇의 이름일까. 자유롭기보다는 불안정한 프리랜서 노동자, 부당한 업무 환경에 근심하고 항의하는 동료, 초보 엄마, 부모의 인정을 갈구하는 딸, 옆 사람의 걸음에 보조를 맞추는 누군가의 파트너, 사회에 필요한 목소리를 내는 시민, 무엇보다 때때로 스스로를 신뢰하거나 혐오하는 자기 자신. 내가 애독해온 걸출한 만화들의 뒷얘기를 듣는 즐거움도 크지만, 이들이 만화 그리기를 멈춘 순간도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과연 고통받는 사람들은 고통을 만드는 세계를 어떻게 바꿀까? 만화로, 그리고 다른 모든 것으로. 교과서 여백에 끼적이던 낙서는 이제 그의 아프고 황홀한 사연들이 삶의 이정표로 각인된 매력적인 지도가 되었다.
- 오혜진 (문학평론가)
책 제목 『그리고, 터지다』 중 ‘터지다’는 출처가 있다. “만약 한 여성이 자신의 삶에 대해 진실을 털어놓는다면, 아마 세상은 터져버릴 것이다”(뮤리엘 루카이저). 이제는 무척 잘 알려진 뜨겁고 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이 독일 예술가 케테 콜비츠(1867~1945)의 일생을 그린 긴 시의 부분이라는 점은 드물게만 이야기된다. 제목부터가 ‘케테 콜비츠’인 시는, 말하자면 20세기 미국의 시인이며 전기작가이자 활동가였던 루카이저가 그 앞세대인 콜비츠의 삶과 예술을 깊이 인정하여 써 내려간 헌시다. 『그리고, 터지다』는 루카이저의 시와 닮았다. 박희정, 그리고, 다섯 명의 여성 만화가. 루카이저가 콜비츠에 대해 노래했듯, 박희정은 다섯 만화가의 삶과 작품을 이야기한다. 다섯 만화가 모두를 더없이 섬세히 살피고 인정하며 써나간 문장으로.

물론 박희정은 루카이저와 달리 다섯 작가 모두와 같은 시간대 닮은 삶의 조건 속에서 만났다. 그래서 루카이저의 시보다 훨씬 많은 큰따옴표를 직접 길어 올렸다. 그 사이를 잇고 채우는 박희정의 말들은 어떤가. 전기적 기술과 잠언, 사회/예술 평론, 만화론을 넘나드는 이 말들은, 그 자신 만화가이기도 한 박희정의 삶-예술을 투과해 이 책 전체의 ‘그리고’를 가득 담당한다. 만화와 만화가의 활동에 대한 동사이자, 세계와 만화가 사이에 자리한 접속사로서. 루카이저 시의 ‘터지다’는 영어로 SPLIT OPEN이다. 그러니 ‘터지다’는 폭탄이 터지듯 터지는 것이라기보다는 쪼개져 열리는 것에 가깝다. 금이 가 깨지는 알처럼, 새로운 세계의 탄생을 묘사하는 말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여성을 다시 만났고 만화를 다시 만났다. 그렇게 내 세계가 터졌다. 그러니 터짐은 세계의 트임이고 틔움이다. 이 책을 만나 터져나갈 많은 독자들의 세계에도 그럴 것이다.
- 조익상 (만화평론가, 『웹툰 내비게이션』 공저자)
만화는 네모난 칸에 그림이랑 말풍선이랑 있어서
읽기가 쉬워요.
그래서 만화가 좋아요. 저는 만화가가 되고 싶어요.
만약에 엄마가 “너 만화가 하지 마”라고 하면
저는 꼭 만화가가 될 거예요.
누가 하지 말라는 걸 해내려면 ‘착한 마음’이 필요해요.
“싫어”라고 말하는 게 착한 마음이에요.
이 책에는 만화가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있대서
저도 읽고 싶어요.
만화를 좋아하는 분들은 꼭 읽어주세요!
- 박민하 (장래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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