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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는 어디로 갑니까

걷는사람 시인선-088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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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7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72쪽 | 184g | 125*200*20mm
ISBN13 9791192333915
ISBN10 1192333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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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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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숨는 데 자주 실패했다

얘야, 저기 문에 귀가 붙어 있으니
얼른 떼라 시간이 뒤죽박죽되어
없는 죄가 씌워지기 전에 올가미에
발이 걸려 거꾸로 매달린 산짐승처럼
옴짝달싹 못 하기 전에

유서 깊은 잔혹극이 막을 내려야 할 텐데

그늘진 표정의 아버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려줄 것이 겨울밖에 없어서 미안하다고

나를 밀어내려 애썼지만 나는 좀처럼
마음을 놓지 못하고 오랜 겨울을 살고 있는
아버지에게 뿌리보다 깊고 질긴

심장을 밀어 넣었다
---「겨울 유산」중에서

서랍을 열자 아버지와 어머니
얼굴이 어제 아침처럼 선명하다

(중략)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빠져나가는지

모르는 노을을 헤매는 동안 통증은
사라지지 않고

우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내 옆에서

아버지가 바다의 말을 통역해 주고
어머니는 노을의 행선지를 일러 주다가

부딪쳐 포말을 일으키기도 했다

서랍 안의 여름을 이해하고 나면
다른 계절들이 다투어 쏟아질 것이다
---「서랍 안의 여름」중에서

남평 정류장에 버스가 멈추자
서둘러 한 사람이 다가와
묻는다 이 차는 어디로 갑니까
상행입니까 하행입니까
다른 승객의 승하차를 살피는 기사 대신
내가 고작 알고 있는 단어 몇으로 알려 주자
그는 조심스럽게 차에 올랐다

버스가 진월동으로 향하는 동안 그는
흔들리는 눈으로 자주 고개를 돌려
노선도를 살피고 이따금 내 쪽을 바라본다
그의 눈 안에 있는 도시도 따라서 흔들린다
버스는 대강의 짤막한 외국어로 길과 위치를
안내하고 있지만 나는 그가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옆집에 이사 온 지 삼 년이 된
네팔 부부도
저렇게 꼭 마음을 두지 못하고
흔들려서 매번 아침과 저녁을 태우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저
음식 냄새가 좋다고 한 번도 만난 적 없지만
어쩐지 오래 알고 지낸 것만 같은 사람들이
생각난다고 말해 줬는데

어느 사이에 간격이 넓어진 도시는
몇 마디 말로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서성이는 마음들이 모여 함께 밥을 먹고
흔들리는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한때 나를 살았던 도시가 흔들리면서
멀어지고 있다
---「도시6─이주민」중에서

나는 수수께끼의 사람 억양이 왜
그 모양이니 그건 들어 보지 못한 말인데

궁금해하며 다가오는 또래들을

경계했다 꼬리를 흔들며 얼굴을 핥는
강아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발톱으로

냅다 할퀴는 고양이처럼 행동하고

엄마에게 물었다 나는 왜 광주에서
태어났는데 광주에서 자라지 않았나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광주와
가까워지려면 어떡해야 하나요

지나온 도시들의 거리만큼 광주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어라

광주와 가까워지기 위해 네가 지냈던

도시들을 일부러 버리지 않아도 된단다
그것이 광주를 사랑하는 일 광주에서

사는 일, 광주를 이해하는 일

집을 자주 옮겨 다니게 된 이유를
알게 될수록 광주와의 거리가 좁혀졌다
---「이사」중에서

사람이 사라진 자리는 저렇게
로봇이 차지할까

모양새가 꼭 사람이다 웃긴다 말하지만

시를 읽을 사람까지 결국 사라진다면
읽히지 않는 시를 써야 할까

도시는 소멸되어도 나는 도시에 있는데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보겠다는 단골 식당
사장의 말이 모스 부호처럼 다가온다
---「도시10─소멸위기지구」중에서

장사가 되지 않자 간판을
바꿔 달았다 장례식장에서 횟집으로

장의차가 울음을 밀어 넣으며 침묵하던
주차장엔 해수를 가득 채운 활어차가 서 있다

고인과 상주를 알리는 전광판이 있던
자리에 놓인 수족관을 유영하는 활어들

간판과 함께 죽음도 교체되었나

주방이 된 빈소에서 주방장이
주문 들어온 회를 뜬다

손끝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잎과 꽃은 언제나 끝에서 돋는다

과연 장사가 되는가 죽음은

검은 양복을 입은 조문객은 오지 않고
밤새 조명을 밝혀 분위기는

어둡지 않지만

죽음은 이어지고 있다 모두들 죽음을
향하고 있다

남겨진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사진 속
망자처럼 제 살점을 집어 입안에 넣는
사람들을 물고기가 바라보고 있다

밤이 늦도록 조명이 꺼지지 않고 있다
---「도시4─교체」중에서

오직, 그는 유일한 자산이자
목숨이나 다를 바 없는 그늘만으로
폭염보다 요란하게 울었을 것이다

고단했을 몸을 근처 풀숲에 놓아주었다
그늘이 된 그가 그늘을 베고 눕는다

모든 그늘은 누군가 울다 간 흔적
내 안에도 그늘이 자라고 있었다
---「매미」중에서

벤치에 앉아 조는 일이 부쩍 늘어난 너는 이제 죽음 예행연습 중이라고 말한다

햇볕뿐만 아니라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내리는 비에도 손이 있다는 사실을 죽은 별을 세던 중에 새로 알게 되었다고 막다른 길이라고 여길 때마다 악력이 세진다고

세상에서의 마지막 악수를 나누며
너의 고백을 듣던 벤치에는 이제 나만 남았다
---「죽은 별을 세던 벤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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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인의 시는 담과 벽 그리고 어둠과 죽음에 닿아 있다. 하지만 그의 시가 침울이나 암울에 빠져 있다는 말이 아니다. 유년과 현재를 오가는 오성인의 시적 환기는 결국 미래의 어느 지점을 향하고 있다. 이를테면 그는 자신보다 늦게 태어나 먼저 버려지는 바지를 믿는다. 단 한 번, 끝을 향해 가는 인생의 긴 시간 동안 중심을 잃고 곤두박질치기도 하고, 메워지지 않는 구멍 난 마음을 들여다볼 줄 안다. 시는 표피의 미세한 감각과도 같아서 상처를 상처로 남겨 두는 법이 없다. 스스로 치유하는 법을 안다. 그러므로 오성인 시인은 뿌리보다 깊고 질긴 절망 속으로 자신의 심장을 밀어 넣기도 한다. 심장은 시인이 겪었던(겪고 있는) 어둠과 죽음을 살려내기 위한 슬픈 울음이기도 하고 통증을 견디는 안간힘이기도 하다. 오성인 시인은 자신이 통과한 어둠의 옵스큐라(obscura)를 통해 시라는 명징함을 드러냄으로써 인간의 보편적 동질성을 회복하려고 한다. 그의 시가 개인의 불행과 불운을 넘어 피폐한 도시와 사람에게로 확장되는 것도, 시가 곧 울분과 슬픔을 나누어 가지려는 인간애의 본령이기 때문이다. 시는 상처이기도 하고 흉터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를 쓰는 행위는 새살이 돋는 시간이라는 것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세상의 소리와 몸짓들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먼지 같은 슬픔까지도 기꺼이 끌어안는 시인으로 살아가기를 기원한다.
- 김명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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