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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고물상

행복한 고물상

[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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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12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215쪽 | 335g | 142*210*20mm
ISBN13 9788925551869
ISBN10 892555186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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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은 시간부터 비가 내리던 어느 날이었다. 산동네 조그만 집들을 송두리째 날려 보내려는 듯 사나운 비바람도 몰아쳤다. 칼날 같은 번개가 캄캄한 하늘을 쩍 하고 갈라놓으면 곧이어 천둥소리가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비 오는 날이 계속되면서 곰팡이 핀 천장에는 동그랗게 물이 고였다. 그리고 빗물이 한두 방울씩 떨어지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빗물이 방울져 내렸다. 엄마는 빗물이 떨어지는 곳에 걸레 대신 양동이를 받쳐 놓았다.
“이걸 어쩌나, 이렇게 비가 새는 줄 알았으면 진작 손 좀 볼 걸 그랬어요.”
엄마의 다급해진 목소리에도 돌아누운 아버지는 아무런 대꾸도 않으셨다. 아버지는 그 며칠 전 오토바이와 부딪쳐 팔에 깁스를 하고 계시는 형편이었다.
잠시 뒤 아버지는 한쪽 손에 깁스를 한 불편한 몸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엄마에게 천 원을 받아들고 천둥치는 밤거리로 나가셨다. 그런데 밤 12시가 다 되도록 아버지는 집에 들어오지 않으셨다. 창밖에선 여전히 천둥소리가 요란했고 밤이 깊을수록 우리들의 불안은 점점 더 커져갔다. 엄마와 누나는 우산을 받들고 대문 밖을 나섰다.
“우리도 나가 볼까?”
아버지를 찾으러 나간 엄마와 누나마저도 감감 무소식이자 형이 불쑥 말했다.
“그래.”
식구들을 찾아 동네 이곳저곳을 헤맸지만 비바람 소리만 장례행렬처럼 웅성거릴 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집 앞 골목에 이르렀을 때였다. 우산을 받쳐 든 엄마와 누나가 지붕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 저기 봐!”
누나의 목소리가 빗소리에 섞여 들려왔다.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폭우가 쏟아지는 지붕 위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검은 그림자는 분명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천둥치는 지붕 위에서 온몸으로 사나운 비를 맞으며 앉아 있었다. 깁스한 팔을 겨우 가누며 빗물이 새는 깨어진 기와 위에 앉아 우산을 받치고 계셨던 거였다. 형과 나는 엄마 뒤로 천천히 걸어갔다. 누나가 아버지를 부르려 하자 엄마는 누나의 손을 힘껏 잡아당겼다.
“아버지가 가엾어도 지금은 아버지를 부르지 말자. 너희들과 엄마를 위해서 아버지가 저것마저 하실 수 없다면 더 슬퍼하실지도 모르잖니.”
엄마는 목이 메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셨다. 아버지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눈에도 끝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가난을 안겨주었다는 생각에 아버지의 마음은 얼마나 쓰라리고 아팠을까.
그날 밤 아버지는 천둥치는 지붕 위에 앉아 우리들의 가난을 아슬아슬하게 받쳐 들고 계셨다. 우리 가족의 든든한 지붕이 되기 위하여 비가 그치고 하얗게 새벽이 올 때까지…….
---「우리들의 지붕, 아버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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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아무리 아름다운 낱말이라도 눈물에 적시지 않고 파종하면 말라 죽는다. 이철환의 낱말들은 모두 눈물에 젖어서 파종된 낱말들이다. 그래서 읽는 사람들의 가슴에 무성한 감동의 수풀을 만들어준다. 사람들의 가슴이 메마르면 당연히 세상도 메마를 수밖에 없다. 만약 그대가 메마른 세상을 향해 뻑큐를 한 방씩 날리고 싶다면 그때마다 이철환의 글들을 읽어보라. 적어도 우리들의 머리맡에 이런 작가와 글들이 있기 때문에 아직도 세상은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 소설가 이외수

“나는 이 책 속으로 들어가 밤새도록 눈물짓고 미소지으며 새벽이 환하게 밝아오는 줄도 몰랐다.” 가난한 우리 이웃들의 삶을 엮어 수많은 독자들을 울린 『연탄길』의 작가 이철환이 이번에는 자신의 삶과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엮어냈다. 가난하고 고달픈 생활 속에서도 마음만은 풍요롭고 아름답기 그지없는 가족들의 이야기는 한편한편 깊은 울림과 감동을 준다. 『행복한 고물상』이라는 제목조차 정겨운 이 책은 우리가 물질적으로 잘살게 되면서 정신적으로 잃어버린 따뜻함, 참을성, 용서하는 마음을 간절히 그리워하고 반성하게 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진정한 ‘사랑의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은 갈망을 갖게 해준다.
- 시인/수녀 이해인

『행복한 고물상』, 이 책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은 소리 없이 다가와 가슴을 흔드는 감동의 힘에 있다. 혹독하게 가난한 사람들이 그들끼리 만들어내는 가장 인간적인 아름다움과 따뜻함은 짧고 깊은 눈물로 우리의 가슴을 씻어낸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누추한 공간이 어떻게 행복한 시간이 될 수 있었는지, 이것이 왜 단순한 문학적 역설이 아니라 삶의 깨우침이 되어야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되어야 하는지, 우리는 책을 펴면 금방 알 수 있다. 버려진 것들이 모여 있는 곳, 낡고 천하고 더러운 자리가 왜 우리 영혼의 맑은 빈터가 되어 있는지 몇 편의 글만 읽어보아도 바로 알 수 있다.
시인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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