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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것이 오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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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7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364쪽 | 402g | 128*188*30mm
ISBN13 9788925576268
ISBN10 8925576260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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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코는 몸을 웅크리고 오열을 토해냈다. 딸은 놀라고 무서웠는지 한순간 울음을 멈추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다시 엄마에게 달라붙어 한층 소리 높여 울었다. 엄마를 무서워하면서도 엄마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는 딸. 나쓰코는 목이 콱 멜 듯 안쓰러운 마음으로 딸의 입에 젖을 물렸다. 이 아이의 앞길에 행복만 있기를.
--- p.15

그저 믿기지 않았다. 사랑에 빠진 십 대나 나눌 만한 이야기를 자기 남편과 다른 여자가 하고 있다는 사실이.
“네가 직접 말하지 못할 것 같으면 내가 대신 너희 남편한테 말해줄까?”
나쓰코가 사에 쪽으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
“무슨 말을?”
사에가 일부러 모르는 척 되묻자 나쓰코는 장난스럽게 어깨를 으쓱했다.
“너도 참 남자 운이 없구나.”
말로는 너무하다고 반박했지만 사에는 못마땅한 기분이 든 건 전혀 아니었다. 나쓰코의 말투에는 부정적인 어감이 전혀 없었다. 어쩐지 친근감 어린 비하라 공범 같은 느낌이었다.
“이제 그만 헤어져.”
“그렇게 쉽게 말하지 마.”
사에는 말끝을 길게 늘여서 대답하고 하늘색 바탕에 베이지색 물방울무늬가 들어간 이불을 끌어당겼다. 몇 년 전 나쓰코의 생일에 사에가 선물한 이불로, 똑같은 것이 사에네 집에도 있다. 그래서인지 사에는 자기 집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눈을 감자 기분 좋은 잠기운이 천천히 스며들 듯이 밀려왔다.
“뭐 어때, 이혼하고 나랑 같이 리리를 키우면 되지.”
--- p.39

남편은 아이를 키우면서 기저귀를 갈아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안고 있다가도 아이가 울면 나쓰코를 불러 기저귀 갈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할 따름이었다.
나쓰코는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걸 참았다. 지금도 단물만 쪽 빨아먹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더러워진 속옷을 빠는 것도, 다다미방에서 욕실까지 바닥을 닦는 것도 전부 나쓰코가 할 일이다.
“나라고 처음부터 종이 기저귀를 쓴 건 아니잖아. 하지만 괜히 천 기저귀에 연연하는 것도 의미가 없고 힘에도 부치니까…… 그래서.”
나쓰코는 겨우 목소리를 짜냈다. 내가 딸을 위해 내내 천 기저귀를 사용하며 애써왔음을 남편도 모를 리 없다.
--- p.59

사에는 어릴 적부터 모두에게 인기가 있었다. 밝고 착해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에게 두루두루 사랑받았던 사에. 하지만 사에가 주저하지 않고 제일 소중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늘 나쓰코였다.
내 귀여운 사에.
나쓰코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 순간 떠오른 생각에 등골이 오싹했다.
저놈만 없으면.
왜 이제 와서 그런 생각이 드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사에가 행복하면 그만이라고 스스로를 타일러 왔다. 사에의 결혼을 누구보다도 축복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그런데.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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