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기후 변화와 자연재해에 잘 대처하고 살아남기 위해 인류는 크다와 작다, 덥다와 춥다, 길다와 짧다, 높다와 낮다, 멀다와 가깝다, 빠르다와 느리다처럼 크기와 길이, 높이 등의 변화를 느끼고, 그 차이를 아는 비교 감각을 가지게 되었어요. 만약 평지를 걷다 낭떠러지 앞에 도달했을 때 높고 낮음을 파악하지 못하면, 그대로 걷다가 떨어져서 죽을지도 모르죠. 어느 날 기온이 갑자기 영하로 떨어졌는데도 불을 쬐거나 옷을 더 껴입지 않아도 문제가 생길 거고요. 이러한 단어는 인간이 무언가를 비교하는 행동에서 나왔으며, 양量과 관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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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변화를 느끼고 비교하는 감각을 바탕으로 양 감각이 생겨났습니다. 양 감각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안전과 큰 연관이 있습니다. 우리가 도로를 건너려고 하는데 멀리서 차가 달려오고 있는 경우를 생각해 보세요. 도로를 건널지, 말지를 판단할 때는 먼저 차가 어느 정도 빠르기로 오고 있으며, 도로 폭이 어느 정도 되는지 직감적으로 파악합니다. 그 뒤에는 걸어서 건널지, 달려서 건널지, 차가 지나간 후에 건널지를 판단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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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큰 수를 세기 위해 처음엔 2개씩 묶어서 세거나 3개씩 묶어서 세는 것처럼 일정 수만큼 묶어서 세는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하나씩 수를 세기도 하고, 묶어서 수를 세기도 하다 보니 낱개와 묶음의 차이를 이해하게 되었죠. 낱개와 묶음을 이용해 수를 세는 과정에서 그다음엔 이것을 어떻게 기호로 나타낼지 고민했습니다. 수없이 수 세기를 반복하고 수를 기호로 나타내 보면서, 시간이 지나 이를 바탕으로 숫자를 만들고 수 표기 방법까지 만들었습니다. 생활에서 마주치는 불편과 문제를 해결하려던 노력이 수 세기에 이어 수를 표기하고, 기록하는 방법으로 이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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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적 사고가 가능해지면서 인류는 수를 세고, 셈한 수를 표현하려고 여러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일대일 대응이라는 원리를 이용해 원하는 개수만큼 표기하는 거예요. 일대일 대응이란 각 물체(대상)에 대해 하나의 수 단어를 붙이는 원리를 말합니다. 이를테면 지우개의 개수를 셀 때, 지우개 하나마다 수 단어도 하나씩만 붙여야 해요. 매우 원시적이긴 하지만, 당시 인류가 일대일 대응 원리를 이용해 수를 세고 셈을 했다는 증거물이 발견되었어요. 바로 동물 뼈에 새겨진 눈금이나 모양의 흔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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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추상성입니다. 추상성은 손가락 5개, 돌멩이 5개, 염소 5마리, 바나나 5개, 어린이 5명과 같이 모두 다른 데도,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5’라는 특성을 파악해 기호로 나타내는 거예요. 인간이 동물보다 지적으로 뛰어나다는 증거 가운데 하나가 추상적으로 셈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동물은 2개에서 3개로 바뀐 것은 구분할 수 있지만, 바나나 3개와 잠자리 3마리에서 3이라는 공통점을 찾을 수는 없다고 해요. 반면 인간은 개수를 셀 때 1, 2, 3, ……에 맞는 단어를 만들었고, 그 단어를 모든 대상에 똑같이 적용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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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수를 셀 때 다양한 도구를 활용했어요. 주로 자연에서 얻은 동물 뼈, 나무, 돌, 구슬, 조개껍질, 상아, 코코넛 열매 등이었습니다. 뼈, 돌, 나무에 눈금을 새기거나, 조약돌이나 막대기를 배열하거나, 끈에 매듭을 묶어 세는 방법을 사용했어요. 또한 자신의 몸 부위에 하나씩 수를 대응시켜 세기도 했습니다. 수 세기를 할 때 도구를 이용했다는 근거는 언어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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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인간은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큰 수를 세고 기호로 표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수를 알지 못하는 원시인이 59마리의 양 떼를 세어야 한다고 가정해 볼까요. 원시인은 많은 수의 양 떼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셀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이들이 생각한 방법 가운데 다음과 같은 방법이 있을 겁니다. 주변에 있는 작은 자갈돌과 큰 돌을 몇 개 주운 다음, 1단위는 작은 자갈돌, 10단위는 큰 돌을 사용해 셉니다. 이렇게 1씩, 10씩 자릿수를 나타내는 방식을 사용하면 점점 큰 수를 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적은 수의 기호로도 수를 표기할 수 있어요. 이렇게 큰 수를 자유롭게 세고 표기하기 위해 인류는 묶음을 이용한 기본수를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기본수base란 수를 묶어서 셀 때 묶음의 단위로, 큰 수를 세고 표기하기 위해 생각해 낸 것입니다. 사과 10개를 셀 때 2개씩 묶어서 센다면 기본수는 2입니다.
--- pp.68~69
10진법은 인류의 문명이 탄생한 이후 고대 이집트, 그리스, 중국에서 널리 사용되었어요. 고대 이집트인이 기원전 3300년경부터 사용한 상형 문자는 10진법에 기초를 두고 있습니다. 중국도 오래전부터 10진법을 사용해 수를 표기하고 있고요.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10진법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10개 숫자로 모든 수를 나타낼 수 있고, 손가락과 발가락이 모두 10개씩이라 손발로 수를 세기가 편리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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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인도-아라비아 수 체계는 10진법에 기반한 위치 기수법이 적용됐어요. 위치에 따라 자릿값이 달라지므로 숫자 10개만으로 모든 자연수를 나타낼 수 있죠. 바로 1, 2, 3, 4, 5, 6, 7, 8, 9, 0입니다. 각각의 숫자를 결정했으면 이 숫자들을 어떤 식으로 조합해 수를 표현할지 생각해 봐야겠죠. 인도인은 0을 도입하면서 위치에 따른 자릿값으로 0을 사용했어요. 다시 말해 10을 나타내는 기호는 따로 만들지 않고, 대신 10의 자리에 숫자를 놓아서 자릿수를 나타냈어요. 10의 자리인지 어떻게 아냐고요? 인도-아라비아 숫자로는 1의 자리에 0을 적으면 1이 10의 자리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이렇게 100이나 1000 같은 10의 거듭제곱에 해당하는 나머지 수도 각자의 위치로 나타냅니다. 삼천칠백팔십칠이란 수는 3787이라고 나타낼 수 있죠. 여기서 숫자 7이 두 번 나오는데, 하나는 700이고 다른 하나는 7을 나타냅니다. 같은 숫자라도 자리에 따라 다른 수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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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는 길이를 표준화하려고 파라오의 몸 길이를 기본 단위로 설정했지만 왕이 바뀔 때마다 길이를 바꿔야 했습니다. 이집트인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왕립주 큐빗royal master cubit이라는 약 52cm의 검은 대리석 막대의 길이를 이용해 길이 단위를 표준화했습니다. 길이 단위를 표준화하자 거리, 넓이, 부피를 측정할 때도 적용할 수 있게 되었죠.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역 상인은 왕실에서 만든 표준 길이와는 별개로 자신만의 단위로 길이를 측정했어요. 이전에 사용했던 단위가 더 편리했던 데다 지역이 넓어서 표준화한 측정 도구와 단위가 곳곳에 빈틈없이 전파되지도 못했기 때문이에요.
--- pp.146~147
국제단위계International System of Units는 미터법을 기준 삼아 1960년 제11차 국제도량형총회에서 국제 표준으로 확립한 단위 체계입니다. 줄여서 SI라고도 해요. 미터법 단위계를 수정하고 보완해 현대화시킨 국제단위계는 오늘날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국제단위계는 전 세계 누구나 쓸 수 있는 객관적인 표준 단위계가 필요해지면서 만들었습니다. 국제단위계의 단위는 굉장히 복잡해 보이지만, 크게 기본 단위와 유도 단위로 이루어져 있어요. 기본 단위는 국제단위계에서 정한 7개 단위이고, 유도 단위는 국제단위계의 7개 기본 단위를 조합해 만든 단위입니다. 대표적인 기본 단위가 길이입니다.
--- p.181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는 국제단위계의 기본 단위로는 길이, 질량, 시간, 광도, 온도, 전류, 물질량이 있습니다. 길이는 미터meter(기호 m), 질량은 킬로그램kilogram(기호 kg), 시간은 초second(기호 s), 광도는 칸델라candela(기호 cd), 열역학 온도는 켈빈kelvin(기호 K), 전류는 암페어ampere(기호 A), 물질량은 몰mole(기호 mol)이라는 단위로 표현합니다. 이러한 단위는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수많은 논의를 거쳐 다양한 방법으로 정의되고 있습니다.
--- pp.182~183
밀도는 단위 부피당 분포된 질량을 뜻하는데, 부피와 질량이라는 두 외연량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도에 해당해요. 도는 대개 어떤 그릇 안에 내용물이 들어 있을 때, 혼잡한 정도를 말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밀도, 속도, 온도가 있어요. 반면 율은 같은 종류의 두 가지 양을 비교해 나온 비율로 정해집니다. 율의 대표적인 예로 확률, 이율, 농도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확률은 어떤 사건이 일어날 경우의 수를 그 사건과 관련하여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로 나눈 거예요. 이율은 돈으로 돈을 나눈 것이고요. 확률은 두 외연량이 모두 사건이고, 이율은 모두 돈이기 때문에 율에 해당합니다. 확률이나 이율은 단어 자체에 율이 붙어 있습니다. 농도는 도라는 이름이 붙지만 율입니다. 농도는 몇 g 속에 몇 g이 녹아 있는가를 나타내는 것처럼 어떤 물질의 성분이 얼마나 녹아 있는지를 나타내기 때문이에요.
--- pp.21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