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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스캔들 (큰글자도서)

키스 스캔들 (큰글자도서)

: 키스의 문화와 예술, 그 상상력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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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7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27쪽 | 200*295*20mm
ISBN13 9791169835404
ISBN10 1169835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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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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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스의 헤롯은 온통 살로메를 차지하려는 욕정으로 출렁댄다. 그는 살로메에게 자기를 위해 춤을 추도록 요구한다. 그러나 응하지 않자, 살로메가 원하는 소망을 들어주겠다고 꼬드긴다.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한 겹씩 베일을 벗어 던진다. 그 유명한 ‘일곱 베일의 춤’을 관능적으로 추기 시작하자 넋이 나간 헤롯은 그녀의 소원대로 은쟁반에 요한의 머리를 담아 등장한다. 살로메는 은쟁반을 붙잡더니 마치 요한의 머리가 살아 있기나 한 것처럼 퇴폐적인 몸짓으로 죽은 요한의 입술 위에 가문 날의 소나기처럼 키스를 퍼붓는다. 복수의 심연에 닿고자 발광하는 키스 장면은 작가 와일드가 지향했던 탐미주의의 극치를 보여준다. ---「04. 위험한 욕망의 키스」 중에서

붉은 입술로 가득하다. 묘지 위의 수많은 꽃과 장식과 조각은 본 적 있어도 이렇게 키스로 뒤덮인 무덤은 난생처음이다. 저 키스마크 중엔 남자의 입술도 있을 터. 다만 구분할 수 없는 게 조금 아쉬웠다. 같이 간 친구가 느닷없이 조엘 코엔감독의 영화 [사랑해, 파리]2006에서 오스카 와일드1854~1900의 묘비를 보았느냐고 묻는다. 영화 [굿 우먼]의 원작인 "원더미어 부인의 부채"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란 소설에 취한 적은 있지만 사실 그 영화는 아직이었다.
그의 무덤을 보고 있노라면 키스 퍼포먼스가 여행객들이나 참배객들의 장난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묘비 오른쪽 하단에 적혀 있던 “You are my star”라는 문장을 보는 순간 정신은 명징해졌다. 그 글은 한마디로 힘이 셌다. 그가 죽은 지 110여 년이 지났는데도 이렇게 키스를 해대다니…… 정승집 개가 죽으면 사람이 바글바글하다가 정작 정승이 죽으면 개 한 마리 얼씬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데 이곳 공동묘지는 지상의 낙원 그대로다. 산사람이 죽은 사람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죽은 사람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꽃으로 키스로 존경받고 사랑받는다. 죽어서도 사랑받고 사랑하는 사람들, 멋지다! --- 「07. 황홀한 광기의 키스」 중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이렇게 또 편지를 씁니다.
당신이 여기 있다고 생각하고 싶어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누워 있습니다.
하지만 눈을 뜨면 모든 것이 변해버립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더 이상 저를 속이지 말아주세요.
- 클로델, 로댕에게 쓴 편지 중

신화가 인류의 영생을 자극한다면, 종교가 인간을 사로잡는 것은 죽음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죽음을 끌어안고 있는 불연속적인 존재인 만큼 필사적으로 연속성을 갈망한다. 그러나 불연속적인 존재들의 삶에 모종의 연속성이 구현되는 기막힌 시간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생식b의 시간이다. 이 신비로운 시간의 출발은 바로 키스타임이다. 만일 어떤 행위가 강력한 금기의 대상이라면, 그것은 이전에 그 행위가 강렬한 욕망의 대상이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알몸 보이지 않기, 근친상간 금지, 시체와의 접촉 금지 등은 모두 동물성으로부터 멀어지려는 의지, 즉 인간성을 구현하고자 하는 의지의 산물이다. 금기와 위반도 외형상 서로를 물리치는 것 같지만 실은 서로를 필요로 하는 범주들이다. --- 「08. 공포의 키스」 중에서

관능과 공포가 동시에 느껴지는 그로테스크한 뭉크의 [죽음과 소녀]나, 벌써 숯이 된 해골과 키스하는 한스 발둥의 [죽음과 소녀], 죽음보다 더 깊은 삶과 사랑을 표현한 에곤 쉴레의 [죽음과 소녀]를 보고 있으면 1997년 캐나다 영화 [입맞춤]이 오버랩된다. 칸 영화제에서 감독들의 시사회 때 영화 [입맞춤]의 비밀은 드러났다. 주인공 샌드라 라손은 죽음에서 성적 유혹을 느끼는 특이한 여자이다. 시체들만 보면 그녀의 내부에서는 격렬한 타나토필리아thanatophilie, 죽은 이를 사랑하는 도착증가 들끓는다. 죽음을 동반하는 사랑을 그린 이 작품에 대해 “죽음과의 섹스는 꺼져버린 욕망을 드러낸 우리 사회의 궁극적 최음제인지도 모른다. 시체와 간음하는 성욕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양식화된 작품”이란 평을 얻었다. 이처럼 인간의 에로티시즘 속에는 에로스와 타나토스가 동전의 양면처럼 한 몸을 이루고 있다. 일찍 이 점을 깨달은 사람은 삶에 끌려 다니지 않고 자신의 삶을 끌고 간다. --- 「11. 거짓말 같은 죽음의 키스」 중에서

시대에 따라 키스의 가치도 많이 변질되었다. 19세기에 여성의 볼에 키스를 하는 것은 청혼의 표시였다. 그러던 것이 현대에 와서는 청혼이란 깊은 의미대신 작별인사로 전락하였다. 철학자 겸 문학가인 올리버 W. 홈스는 “키스하는 소리는 대포 소리만큼 크지는 않다. 그러나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파장은 메아리처럼 오래 남는다.”고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불러일으키는 키스에 대해 가치를 부여했다. 첫사랑의 키스, 거칠고 굶주린 키스, 장난 같은 키스, 운명적 키스, 앵무새의 깃털처럼 부드럽고 가벼운 키스, 도둑맞은 키스를 하든 인간은 키스만으로는 세상의 물을 전부 다 갖다 부어도 축일 수 없는 목마름을 느낀다. 20% 부족!
--- 「12. 환희 키스, 그 아우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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