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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묻고 생명과학이 답하다

: 호모사피엔스에서 트랜스휴먼까지,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찾는 열 가지 키워드

묻고 답하다-05이동
리뷰 총점10.0 리뷰 29건 | 판매지수 7,803
베스트
생명과학 25위 | 자연과학 top100 1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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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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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50 (10% 할인)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7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20g | 148*210*20mm
ISBN13 9791197637971
ISBN10 1197637974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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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들어가며 인공지능 시대의 긴박한 질문, 생명이란 과연 무엇인가?

1. 아기를 디자인할 수도 있을까? : 출산
임신은 여성의 몫이기만 할까? | 사람의 출산은 어쩌다 위험한 일이 되었나? | 출산 통제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일까?

2. 우월한 유전자란 존재할까? : 유전
이중나선이 ‘자연의 사다리’로 유명해진 배경은? | 유전 현상의 물질적 실체는 어떻게 찾아냈을까? | 생명공학으로 생명체를 창조할 수도 있을까?

3. 영혼은 어디에, 과연 있을까? : 마음
‘간’에 욕망이 담겼다는 생각은 어디서 비롯했을까? | 사랑의 상징은 왜 ‘심장’ 모양일까? | 감정은 ‘뇌’의 생화학적 작용일 뿐일까?

4. 맞춤 치료로 무엇까지 가능할까? : 질병
질병이 징벌이라는 믿음은 언제 깨졌을까? | 해부학은 어떻게 예술을 의술로 바꾸었나? | 의학을 왜 불확실성의 과학이자 확률의 예술이라 했을까?

5. 몸을 기계로 갈아 끼우면 어디까지 나일까? : 장기
사람 머리만 떼어내도 다시 살아날 방법이 있을까? | 인류는 왜 오래전부터 이식을 꿈꿔왔을까? | 장기이식은 기계의 부품 교환과 무엇이 다를까?

6. 백신으로 인류를 구할 수 있을까? : 감염
세계사 격변의 순간마다 어째서 역병이 돌았을까? | 전염을 완벽히 차단할 방법이 존재할까? | ‘마법의 탄환’은 어떻게 백발백중 치료제가 되었나?

7. 고통 없는 삶이 가능할까? : 통증
진통제와 마취제가 없는 시대는 어떠했을까? | 마비 혹은 환각, 웃음가스는 정말 안전할까? | 마취제를 발견한 공적은 과연 누구 몫인가?

8. 입과 몸이 좋아하는 맛은 왜 다를까? : 소화
음식이 인류 진화의 원동력이었다고? | 맛있는 음식은 어째서 몸에 나쁠까? | 소화는 생물학적 문제이기만 할까?

9. 노화를 막거나 되돌릴 수 있을까? : 노화
늙음은 죽음을 향한 자연스러운 과정일까? | 노화를 치료할 과학적 방법이 있다고? | 불로장생이 정말로 현실이 될 날이 올까?

10. 생명의 비밀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 실험
인류는 언제부터 실험을 시작했을까? | 비판과 논쟁은 어떻게 공동체의 무기가 되었나? | 첨단기술은 과학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나가며 사실을 배우는 일보다 생각하는 훈련이 더 필요한 시대

부록
미주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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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여러 학문적 전통과 만나고 섞이면서 복잡하고 독특한 특징을 띤 과학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렇다면 생물학을 역사 그 자체라고 불러도 그리 어색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생명의 역사는 우연한 변이와 자연선택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이 일어난 역사이니 말입니다. 그래서 생명현상이나 생리작용이 역사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놓친다면 생물학적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기란 어렵습니다. 그만큼이나 생물학에는 역사적 속성이 듬뿍 담겨 있습니다.
---「21쪽 (들어가며: 인공지능 시대의 긴박한 질문, 생명이란 과연 무엇인가?)」중에서

2015년 4월 중국 연구자들이 크리스퍼 기술을 사람 배아에 적용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상황은 또 다른 국면을 맞았습니다. 이러한 연구는 배아를 착상시키는 데까지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엄청난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착상만 시키면 바로 유전자가 조작된 아기가 태어날 수 있음을 의미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단순히 배아를 선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변형한 맞춤아기의 탄생이 현실화된 것입니다.
---「46쪽 (아기를 디자인할 수도 있을까? : 출산)」중에서

2001년 국립 초상화 미술관에서는 설스턴의 초상화를 제작하기로 결정하고 영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인 마크 퀸에게 작품을 의뢰했습니다. 그런데 퀸은 설스턴의 모습을 보이는 대로 그리지 않았습니다. 대신 설스턴의 정액에서 추출한 DNA를 조각내어 대장균 안에 집어넣은 다음 스테인리스 액자로 표구했습니다. 얼굴 모습이 아닌 추상적 정체성을 담아낸 새로운 의미의 ‘유전체 초상화’가 탄생한 것입니다.
---「63쪽 (우월한 유전자란 존재할까? : 유전)」중에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은 심장을 마음의 장기로 여겼습니다. 마음을 뜻하는 한자 ‘心’은 심장의 모양을 본떠 만든 상형문자라고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대 문명사회에서 심장을 마음의 장기로 생각한 것은 비교적 나중의 일이었습니다. 심장 이전에는 간이 영혼과 마음을 상징하는 장기이자 욕망과 생명이 자리 잡고 있는 장기라고 생각했습니다.
---「74쪽 (영혼은 어디에, 과연 있을까? : 마음)」중에서

최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질병을 이해하는 방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개인의 유전 정보, 생활습관 정보, 임상 정보 등을 결합하여 질병을 정밀하게 진단 및 예측하고 그에 따라 최적의 치료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바로 ‘정밀의학’이 등장한 거지요.
---「110쪽 (맞춤 치료로 무엇까지 가능할까? : 질병)」중에서

두 성인은 외과의사의 수호성인으로도 유명한데, 이는 《황금 전설》에 나오는 ‘검은 다리의 기적’이라는 이야기 때문입니다. 산티 코스마 에 다미아노 성당의 한 관리인은 암 때문에 한쪽 다리가 완전히 썩어가고 있었습니다. 그가 잠들었을 때, 두 성인이 약과 수술 기구를 들고 나타나 관리인의 다리를 잘라내고 당일 바티칸 언덕의 묘지에 매장됐던 무어인(이베리아반도의 아랍인)의 다리를 가져와서 교체했습니다.
---「126쪽 (몸을 기계로 갈아 끼우면 어디까지 나일까? : 장기)」중에서

역사학자 윌리엄 맥닐은 《전염병의 세계사》에서 인류의 역사가 바로 전염병의 역사라고 강조했습니다. 인류는 새로운 서식지를 개척하고 기후 환경에 적응할 때마다 끊임없이 새로운 전염병과 싸워야 했기 때문이지요. 결국 인류의 끊임없는 이주와 교류가 전염병의 세계화를 불러왔던 셈입니다.
---「137쪽 (백신으로 인류를 구할 수 있을까? : 감염)」중에서

19세기 중반까지도 외과 수술에 관한 서적이나 논문에서 통증을 줄이는 문제에 대한 언급은 거의 찾을 수 없습니다. 성공적인 수술을 위해 가장 필요한 일은 최대한 빨리 수술을 끝내는 것이었습니다. 수술칼을 가장 빨리 휘두르기로 유명했던 19세기 초 영국의 외과의사 로버트 리스턴은 수술실에 들어가면서 늘 “시간을 재세요, 여러분!”이라고 외쳤다고 전해집니다.
---「164쪽 (고통 없는 삶이 가능할까? : 통증)」중에서

이 결과는 비만이 사회적 관계를 따라 전파된다는 증거입니다. 다시 말해 비만은 전염병과 유사한 속성이 있다는 거지요. 사실 사회적 관계가 가까울수록 식생활 습관에서 공통점을 지닐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한 사람이 살이 찌면 주변의 가까운 사람도 같이 살이 찔 확률이 올라갑니다. 그렇다면 개인 문제로 접근하기보다는 사회적 관계를 고려하여 접근한다면 비만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겠지요.
---「197쪽 (입과 몸이 좋아하는 맛은 왜 다를까? : 소화)」중에서

혈액순환이 공유되도록 두 쥐의 혈관을 연결하는 외과적 방법인 병체결합으로 늙은 쥐에게 젊은 쥐의 혈액을 공급했더니 늙은 쥐가 다시 젊어지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혈액이 생명력을 담고 있다는 오래된 생각이 완전히 틀리지 않음을 보여준 것으로 혈액 속의 어떤 인자가 노화를 제어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220쪽 (노화를 막거나 되돌릴 수 있을까? : 노화)」중에서

이러한 상황은 최근 들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이 과학 분야에서 주목받는 이유를 알려줍니다. 데이터 기술이 사람의 머리로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이질적이고 비전형적인 아이디어의 조합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지요. 그동안 교차적 아이디어의 생산은 직관이나 영감, 우연에 기댈 수밖에 없었지만 전산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창의성이 계산의 범주로 포섭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242쪽 (생명의 비밀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 실험)」중에서

일찍이 프랜시스 베이컨은 《신기관》에서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것에 더 감동하고 흥분하는 것은 인간 지성의 영원한 오류이다.”라고 말했죠. 임상 현장은 실제 세계의 한 부분인데, 출판된 부분은 미학적으로 정제되고 선별된 말끔한 세계를 표상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중개연구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연구의 현실과 한계를 잘 이해하는 일이야말로 성공적인 중개연구를 위한 문해력을 기르는 지름길인 셈입니다.
---「260~261쪽 (부록: 실험실에서 병상으로, 이론을 현실로 만드는 중개의학의 의미)」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최첨단 생명공학 기술이 인간의 정의를 뒤흔드는 지금,
생로병사의 역사를 바꾼 생명과학의 결정적 질문을 되짚다


2020년 제니퍼 다우드나와 에마뉘엘 샤르팡티에는 크리스퍼/캐스9(CRIPSR-Cas9)이라는 유전체 편집기술을 개발한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유전자가위’라고도 불리는 이 기술을 활용하면 살아 있는 세포의 염색체에서 유전자를 정교하게 조작할 수 있다. 이 기술은 2015년 발표 당시 ‘맞춤아기’에 대한 우려로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실제로 2018년 중국에서 CCR5 유전자 변형 아기가 태어나며 현실이 되었고, 수많은 과학 관계자들의 강력한 비판을 받았다. 사실 출산 통제를 둘러싼 논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78년 세계 최초로 시험관아기가 태어나자 가톨릭교회는 체외수정 기술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다는 이유로 거센 비판을 가했다. 그러나 시험관 시술은 점차 널리 퍼져 대표적인 불임 치료 방법이 되었고, 시험관아기 탄생에 크게 공헌한 생리학자 로버트 에즈워즈는 201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그렇다면 크리스퍼 기술 또한 언젠가는 보조생식기술로 자리 잡는 날이 올 것인가?

유전자의 기능이나 역할에 대해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것이 너무나 부족하고, 아직까지 유전자는 사람의 특성이나 표현형을 아주 제한된 범위 안에서만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리스퍼 기술로 유전자 변형 아기를 탄생시킨다는 생각은 너무나도 위험합니다. 특히 치료를 위해서가 아니라 얼마든지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인체의 물리적?정신적 기능 향상을 목표로 한다면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 48쪽 (아기를 디자인할 수도 있을까? : 출산)

출생을 통제하는 기술이 이처럼 뜨거운 논란의 중심인 이유는, 인간의 본질과 맞닿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로 노화도 그렇다. 최근 생물학적 젊음을 되찾기 위해 자기 아들을 포함한 젊은이의 혈장을 수혈받은 미국 백만장자의 이야기가 크게 화제가 되었다. 노화는 사람이라면 거부할 수 없는 필연적인 과정처럼 여겨지며, 따라서 노화를 막고 젊음을 되돌리려는 시도는 터무니없는 헛수고처럼 생각되곤 했다. 그러나 실제로 노화 과정을 멈추거나, 심지어 되돌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차츰 발표되고 있다. ‘젊은 피’를 수혈하면 젊어진다는 생각 역시 실험실의 쥐 실험으로 일정 부분 효과가 확인된 가설이다. 기술과 과학의 발전으로 우리가 알고 있던 ‘인간’의 본질은 점점 더 그 경계가 확장되고 있다.

알코어 생명연장재단에서는 의료 기술이 더 발전한 미래에 병을 고치고 회복시키기 위해 사망 즉시 환자를 냉동보존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장기와 조직을 인공물로 대체해 신체 기능을 확장시킨 트랜스휴먼(transhuman)의 출현도 지켜보고 있죠. 더 나아가 인간의 뇌마저 인공지능으로 대체하여 정신 기능을 극대화하려는 포스트휴먼(posthuman) 등 새로운 인류의 출현을 바라보고 있기도 합니다.
- 220쪽 (노화를 막거나 되돌릴 수 있을까? : 노화)

과학기술의 힘을 빌려 노화와 죽음을 극복하고, 신체와 마음을 자유자재로 통제하는 날이 온다면 그 미래는 유토피아일까? 물론 과학 발전은 인간의 삶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리하고 안전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확실히 검증되기 전인 과학 이론이나 기술이 남용되어 사람들에게 해를 끼쳤던 사건도 역사에는 수없이 많았다. 게다가 지금껏 이해해 온 ‘생명’의 정의를 뒤흔들 법한 놀라운 발견들은 기존 세계관과 충돌을 일으키며 사회적 혼란을 가져오기도 한다.

신경세포와 생체분자를 바탕으로 뇌의 기능을 설명하려는 환원주의적 접근이 앞으로 얼마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낼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마음과 뇌의 생리 사이에 상관관계는 제법 단단해 보이지만, 고전적으로 마음을 다루어왔던 심리학과 새롭게 급부상하고 있는 뇌신경과학은 서로 잘 융화되지 못하고 대치하면서 긴장감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 90쪽 (영혼은 어디에, 과연 있을까? : 마음)

현재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과학적 사실’은 한때 당대의 상식을 뒤집는 논쟁거리였다. 이 경이로운 발견들이 탄생하고, 발전하고, 사람들에게 널리 인정되기까지의 과정을 되짚어보면서 과학이 바꿔 놓을 인류의 미래에 대비해 갖춰야 할 태도를 고찰해보는 것. 생명공학 기술이 인간의 본질을 뒤흔드는 지금, 생명과학의 역사를 되짚어보자고 제안하는 이유다.

“생물학은 지구와 그 모든 생명체의 역사다.”
역사와 철학, 예술이 교차하는 경이롭고도 논쟁적인 생명과학 이야기


질병이 발생하는 원인을 종교가 아닌 과학적 방법으로 탐색하기 시작한 후에도, 꽤 오랫동안 의학에서는 해부학 연구를 소홀히 했다. 몸에 있는 네 가지 체액의 균형이 깨진 상태를 질병이라고 믿었던 히포크라테스의 체액병리학이 주류 이론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부학을 발전시켰던 건 르네상스 시대의 지식인과 예술가들이었다. 온전한 신체에서 영혼이 부활한다고 생각했던 중세 기독교 사회에서 인체 해부는 쉽게 허용되는 일이 아니었지만, 12세기에 들어 부분적으로 시체 해부가 허용되며 본격적인 해부학 연구의 물꼬가 트인 것이다. 인체를 정확히 표현하고자 그 구조를 연구했던 예술가들의 성과는 곧 의학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다. 신체의 생물학적 구조가 정교하게 밝혀지면서 기존 체액병리학 이론 체계의 오류가 서서히 드러났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화가는 훌륭한 해부학자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인간의 나체 골격을 설계하고 힘줄, 신경, 뼈, 근육의 구조를 알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해부는 이단적 행위가 아니라 신의 작품을 잘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지요. “당신의 발견이 다른 사람의 죽음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괴로워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창조주께서 그런 탁월한 수단을 제공해 주심에 감사해야 한다.”라고 자신의 노트에 적어놓기도 했습니다.
- 102쪽 (맞춤 치료로 무엇까지 가능할까? : 질병)

질병을 바라보던 관점을 뒤집은 결정적 증거가 예술과 과학이 만나는 지점에서 탄생한 셈이다. 이처럼 생명과학이 발전한 과정은 그 발견을 둘러싼 역사적·문화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으면 완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한편 해부학의 발전으로 그 실체가 밝혀진 장기는 오늘날 장기이식 기술이 발전하며 또다시 뜨거운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2015년 이탈리아의 신경외과 의사 세르지오 카나베로가 세계 최초로 머리 이식 수술을 시도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 수술은 실제로 이루어지진 않았으나 과학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여러 논쟁을 일으키며 화제가 되었다. 인체, 특히 머리를 교체하는 행위는 그 사람의 정체성이 과연 어디에 있는지 판별하는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발전하는 중인 첨단재생의료나 인공장기 기술과도 연관하여 여러 철학적, 윤리적 생각거리를 던지는 문제다.

머리 이식은 기술적 문제에 대한 논쟁뿐만 아니라 철학적, 윤리적, 법적 논쟁을 피할 수 없습니다. A의 머리를 B의 신체에 이식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 사람은 A라고 봐야 할까요? 아니면 B라고 봐야 할까요? A나 B에게 배우자와 자녀가 있다면 법적으로 누구의 배우자와 자녀가 되는 걸까요? 건강보험은 A의 기록에 근거해 적용해야 할까요? 아니면 B의 기록에 근거해 적용해야 할까요?
- 116쪽 (몸을 기계로 갈아 끼우면 어디까지 나일까? : 장기)

과학자에게 통합적 인식이 중요함을 일러주는 논쟁거리는 또 있다. 마취제로 사용되는 에테르의 최초 발견자가 누구인지 가리는 논쟁이다. 에테르를 이용한 마취가 고통 없는 수술을 현실로 만들면서 이 마취 방법을 최초로 고안했다고 알려진 윌리엄 모턴은 엄청난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이후 그는 금전적 이익에 집착해 동료 의사들의 비난을 샀으며, 모턴에게 에테르의 마취 효과를 연구해 보라고 조언했던 찰스 잭슨 역시 지나친 사익 추구로 비판받았다. 그러나 이들과 관련 없이 에테르 마취 수술에 최초로 성공했음에도 자신의 업적을 내세우지 않았던 의사 크로포드 롱은 사후에 오히려 크게 인정받는다. 1990년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은 롱이 처음 에테르 마취에 성공한 3월 30일을 ‘국가 의사의 날’로 지정하기도 했다.

롱은 자신의 우선권과 공적을 인정받으려고 웰스처럼 애써 호소하지도 않았고 잭슨처럼 술책을 쓰지 않았으며 모턴처럼 상업적 욕심을 부리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였는지 현대 산부인과의 아버지 제임스 마리온 심스는 롱의 성과를 자세히 조사한 논문을 《월간 버지니아 의학》에 발표해 큰 찬사를 보냈습니다. 역사적 평가를 거쳐 롱은 사후에 더욱 빛나는 명성을 얻게 된 것입니다.
- 177쪽 (고통 없는 삶이 가능할까? : 통증)

에테르 발견자 논쟁은 현대의 이익 추구 풍조를 되돌아보게 함과 동시에, 과학적 발견에 따라야 할 윤리 의식을 일깨우는 생생한 역사적 예시다. 로켓 공학의 선구자 로버트 고더드가 “어제의 꿈은 오늘의 희망이고 내일의 현실이기에, 무엇이 불가능한지 말하기란 어렵다.”라고 이야기했듯, 생명과학의 발전은 언제나 상상 속에 존재했던 일을 현실로 만드는 역사였다. 이 책이 제시하는 이정표를 따라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순간, 혁신적인 발견이 널리 인정되는 과정, 그 발견이 가져온 여파를 탐색하다 보면 현대 기술이 가져온 인식의 충격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스스로 생각할 힘을 얻을 것이다.

혁신적 과학 발전의 열쇠, ‘이질적인 아이디어의 조합’
인문학과 과학의 만남이 더욱 절실한 이유


‘신속한 발견 과학(rapid discovery science)’이라고 표현되는 오늘날의 과학 연구는 최대한 빨리 많은 발견을 이뤄내고자 하나, 혁신적 발견을 이뤄내는 데엔 오히려 이전보다 못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그 원인을 단정해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저자는 “완전한 과학자는 이론과 실험적 실천을 모두 포용하는 사람”(클로드 베르나르)이라는 말을 “완전한 과학자는 이론과 실험적 실천과 데이터 분석을 모두 포용하는 사람”이라는 말로 바꾸며 오늘날 변화한 환경을 짚어낸다. 《역사가 묻고 생명과학이 답하다》에서 과학자와 의학자, 예술가의 생각이 만나 놀라운 발견을 해낸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한 현대일수록 통섭적이고 창의적인 사고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데이터 기술은 아이디어를 만드는 과정을 보조할 순 있지만, 그 스스로 과학적 소양이나 내적 동기를 갖추고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요한슨은 이질적인 아이디어가 만나는 지점인 ‘교차점’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두고 ‘메디치 효과’라고 불렀습니다.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실증적 연구를 통해서도 이질적인 아이디어가 비전형적인 방식으로 조합되었을 때 혁신적이고 영향력 있는 연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음이 확인되었습니다.
- 241쪽 (생명의 비밀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 실험)

이 책은 사려 깊은 인문학적 시선으로 인간의 정의를 바꿔 온 생명과학의 발견을 조망한다. 생명과학이나 의학 전공을 지망하는 청소년에겐 과학 연구와 윤리에 관한 특별한 통찰을 전하며, 성인 독자들에겐 기술 발전으로 숨 가쁘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를 고찰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앞서 말했듯 과거의 혁신적 발견은 오늘날 논란이 되는 생명공학 기술들과 마찬가지로 온갖 실패와 논쟁을 거쳐 ‘사실’로 인정된 것들이다. 따라서 모든 과학적 발견을 열린 자세로 점검하되 한 가지 이론에 지나치게 골몰해서는 안 된다.
저자는 과학 이론에 대한 맹목적 믿음을 경계하고, 과학 연구가 근본적으로 현실 세계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나아가 기초연구를 통해 얻은 지식이 저절로 유용한 응용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어떤 지식이 임상 현장에 적용될 수 있느냐 없느냐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예측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자가 책의 뒷부분(부록)에서 ‘중개연구’의 어려움을 고백하며, 성공적인 중개연구를 위한 문해력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험을 통해 얻은 생물학 지식은 왜 그렇게 불안정할까요? 실험실이라는 통제되고 이상화된 공간에서 유도한 현상은 실제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근접할지언정 동일하지 않습니다. 실험실 연구는 대략적 추정과 가정에 의존하여 실제 세계를 모방하기에 필연적으로 내재적 한계가 발생하지요.
- 257쪽 (부록)

경이로운 과학 발전 뒤에는 늘 역사적 맥락이 존재했으며, 과학 이론이 비판과 논쟁 속에서 사실의 지위를 획득하는 과정은 그 자체가 극적인 역사였다. 이 책 《역사가 묻고 생명과학이 답하다》에서 독자는 동전의 양면 같은 두 분야가 주고받는 이야기를 읽으며 사회를 보는 시야가 넓어지는 순간을 경험할 것이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인간이 ‘생각하는 동물’인 비결은 ‘이야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의 흐름을 따라 지식이 만들어지고 전달되는 과정도 그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일 터. 이 책은 생명현상, 특히 인간을 중심으로 열 가지 물음을 던지고 그 답을 구하는 과정을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들려준다. 굵직한 아이디어와 발견과 실험 이야기가 옥석을 가려 잘 꿰어진 구슬처럼 이어진다. 명화와 명언을 감상하고 되새기며 책장을 넘기는 과정에서, 시야가 넓어지고 생각이 자라는 희열을 맛본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하여 진한 여운을 남기는 잘 만든 영화 같은 책이다.
- 김응빈 (연세대학교 시스템생물학 교수, 『생물학의 쓸모』 저자, 유튜브 채널 〈응생물학〉 운영)
인간의 몸은 문자와 기록으로 남은 것 그 이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수십만년을 이어온 호모사피엔스의 몸에는 그 긴 역사만큼 많은 순간이 아로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로제타석에 새겨진 상형문자가 샹폴리옹의 해독으로 인해 비로소 완전해진 것처럼, 저자는 인류의 몸에 얽힌 역사를 읽어내는 뛰어난 사가(史家)로 생명과학을 제시한다. 그렇게 역사(문자적 기록)가 묻고 생명과학(몸의 기록)이 답하는 이야기가 완성되었다.
- 이은희 (하리하라,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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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주간우수작 생명과학을 역사의 맥락에서 보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e*a | 2023.08.17 | 추천29 | 댓글32 리뷰제목
언뜻 상당히 신선한 제목이라 생각했는데, 이미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다. 그래, 『역사가 묻고 화학이 답하다』라는 책이 있었다. 장홍제 교수의 책으로, 읽은 책이다(전주홍 교수의 책도 몇 권 읽어봤던 터이다). 뒷날개를 보니, 이 책이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이다. 모두 우리나라 저자의 책이다. 나름 의미 있는 기획이라 생각한다. 또 내가 읽어본 장홍제 교수의 화학과 이번 전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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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상당히 신선한 제목이라 생각했는데, 이미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다. 그래, 역사가 묻고 화학이 답하다라는 책이 있었다. 장홍제 교수의 책으로, 읽은 책이다(전주홍 교수의 책도 몇 권 읽어봤던 터이다). 뒷날개를 보니, 이 책이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이다. 모두 우리나라 저자의 책이다. 나름 의미 있는 기획이라 생각한다. 또 내가 읽어본 장홍제 교수의 화학과 이번 전주홍 교수의 생명과학은 기획에 걸맞는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다(물론 이번 전주홍 교수의 책은 장홍제 교수의 책과는 다른 서술 방식을 택하고 있긴 하다).

 


 

 

제목 그대로 역사의 맥락 속에서 생명과학, 사실 더 정확하게는 생의학의 발달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생물학에 두 가지 전통이 있다고 하는데, 하나는 히포크라테스와 갈레노스에 뿌리를 둔 의학의 전통이고, 또 하나는 아리스토텔레스에서 비롯된 자연사의 전통이다. 처음 듣는 것이긴 하지만, 충분히 납득이 가는 구분이다. 이 가운데 이 책은 앞의 것, 즉 의학적 전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소는 겸손하게, 저자가 모든 분야를 아우를 만큼의 앎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그게 겸손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을 만큼 다양한 분야, 특히 인문학과 관련되어 저자의 앎의 폭과 깊이가 있다.

 

그렇게 히포크라테스와 갈레노스에서 비롯한 의학적 전통과 맞닿아 있는 생명과학, 생의학의 주제 중 저자가 뽑은 것은, 출산, 유전, 마음, 질병, 장기, 감염, 통증, 소화, 노화, 실험, 이렇게 열 가지다. 그러니까 우리가 태어나서, 살아가면서, 생각하고, 아프고, 늙어가는 과정들에 대한 과학인 셈이다. 끝의 실험은 저자가 전에 냈던 책 논문이라는 창으로 본 과학등에서 다루었던 내용을 요약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앞의 내용들을 정리하는 것이기도 하다.

 

전주홍 교수는 이 내용들을 차분하고, 친절한 목소리로 전달하면서, 몇 가지 강조하는 게 있다. 한 가지는 연구들의 연속적 맥락이다. 갑자기 나타난 연구는 거의 없다. 앞선 세대의 연구를 계승하거나 비판하면서 새로운 개념의, 새로운 의미의, 새로운 응용의 연구가 나타나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것은 해당 분야에 대해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으면 좀처럼 깨달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런 관점을 갖지 않으면, 연구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또 한 가지는 인문학의 관점이다. 과학자는 과학만, , 실험만 잘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연구 주제를 선택하고, 연구의 과정을 계획하고, 연구 결과를 해석하고, 그리고 응용 분야를 설정할 때, 모두 인문학적 맥락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물론 그런 인문학적 깊이를 가지지 않은 과학자들도 많고, 또 훌륭한 연구를 하는 과학자도 많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인문학적 관점에서 과학을 해석할 수 있는 과학자가 없다고 한다면, 과학의 의미는 무척이나 축소될 것이다. 그리고 과학은 단순한 지식의 집합으로 형해화될 것이다. 저자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

 

저자는 그림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 책의 앞 부분에는 각 장을 대표할 만한 그림을 하나(혹은 두 개) 보여주고 있고, 각 장에서도 내용을 보완하거나, 잘 설명할 수 있는 그림을 적지 않게 보여주고 있다. 이 역시 과학이 각 시대에서 그림이라는 예술의 맥락, 나아가 인문학적 맥락을 가지고 존재하고, 향유되어 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 많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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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역사와 생명과학의 만남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달**러 | 2023.08.07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역사와 생명과학의 만남" 전주홍의 <역사가 묻고 생명과학이 답하다>  를 읽고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찾는 10가지 키워드" -역사와 철학, 예술이 교차하는 경이롭고 논쟁적인 생명과학 이야기-   인간이란 무엇인가? 생명이란 무엇인가? 인공지능이 발전하고 있는 지금 이 상황 속에서 우리는 인간에 대한 본질과 인간이라는 생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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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생명과학 만남"

전주홍역사 묻고 생명과학 답하다>  를 읽고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찾는 10가지 키워드"

-역사와 철학, 예술이 교차하는 경이롭고 논쟁적인 생명과학 이야기-

 

인간이란 무엇인가? 생명이란 무엇인가? 인공지능이 발전하고 있는 지금 이 상황 속에서 우리는 인간에 대한 본질과 인간이라는 생명의 특징에 대해 질문할 필요가 있다.

이 책 『역사가 묻고 생명과학이 답하다』에서 저자는 아기를 디자인할 수도 있을까와 관련된 인간의 출산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하여 노화를 막거나 되돌릴 수 있을까와 관련된 노화에 대한 질문까지 인간의 탄생부터 인간의 죽음과 노화에 이르기까지 10가지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인간의 역사와 생명과학은 별개의 분야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역사와 생명과학 모두다 '인간'이라는 존재와 생명을 공통으로 두고 있다. 역사와 생명과학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역사학자와 과학자는 각기 자신의 분야에서, 그들 나름의 시선으로 인간에 대해 정의 내려왔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인간을 비롯한 생물들을 그 연구 대상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생물학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복잡하고 독특한 특징을 띤 과학으로 발전해왔음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또한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과학적 사실이 실제로 얼마나 수많은 논쟁의 결과인지에 대해, 그 사실이 하나의 과학적 실체로 인정받기까지 과학자들이 얼마나 수없이 연구하고 노력해왔는지를 여러가지 사례들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DNA의 이중나선구조의 발견과 DNA의 유전적 현상이 인정받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걸렸다. 유전 현상의 실체를 발견하고 난 후, 우생학이라는 사이비 과학으로 변질되어 홀로 코스트와 같은 끔찍한 역사적 비극을 낳았고 유전작 조작이라는 윤리적, 철학적인 문제를 야기시켰다. 

 

출산, 유전, 질병, 장기, 감염, 통증, 소화, 노화, 실험이라는 열 가지 키워드를 통해 저자는 인간의 생로병사를 생명과학적 측면을 넘어 역사적 문화적 측면과 연결하여 살펴본다. 과학적 현상들이 어떻게 인간에게 역사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발전해왔는지를 고찰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적 전통에서 시작하여 현대 분자생물학에 이르기까지 관련된 연구와 수많은 실험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특히 의학적 전통에서 발전한 생명과학 분야인 출산, 해부, 마취, 유전, 장기, 전염병 등에서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발견하고 발명해 낸 페니실린, 백신 등은 인간의 수명뿐만 아니라 인간의 역사까지도 바꿨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이런 의학적 성과와 발견들이 많은 과학자들의 피나는 노력의 산물임을 다시금 깨닫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들의 노력과 수고로 우리가 지금은 100세까지 수명을 연장하며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것이리라. 

 

192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샤를 니콜은 "새로운 사실의 발견, 전진과 도약, 무지의 정복은 이성이 아니라 상상력과 직관이 하는 일이다." 라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과학과 인문학의 만남이 왜 중요한지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말입니다.

-p. 240, (생명의 비밀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 실험)

 

과학적 사실 자체는 옳다, 그르다라는 가치 판단이 없고 중립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원자의 발견과 핵분열 등의 과학적 사실의 발견이 인류의 치명적인 무기인 원자폭탄 개발까지 이어진 역사적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생명과학 분야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해 100세 시대를 맞았고 연장된 수명으로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 

 

우리는 이 책  『역사가 묻고 생명과학이 답하다』을 통해경이롭고 눈부신 과학의 발전 이면에는 동전의 양면처럼 역사적 맥락이 존재해왔음을  깨닫게 된다. 그 과학이 우리의 역사에 있어서 신의 선물이 될지 재앙과 비극이 될 지는 오직 우리 인간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과학과 역사의 만남! 역사가 묻고 생명과학이 답하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인간의 존재에 대해 탐구하고 인간에 대한 근원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갈매나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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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찾는 열 가지 키워드, 역사가 묻고 생명과학이 답하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하***장 | 2023.08.17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하나, 책과 마주하다』   지난 달, 국제학술지에서 100일간 냉동 보관했던 쥐의 신장을 다른 쥐에 이식하는 데 성공한 실험 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었다. 과거 이러한 소재들을 통해 만들었던 영화를 보면 당시에는 먼 미래의 이야기같았겠지만 지금은 곧 다가올 이야기로 느껴진다. 특히 생명공학의 기술 발달은 그 끝이 어딜지 몰라 한편으로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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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지난 달, 국제학술지에서 100일간 냉동 보관했던 쥐의 신장을 다른 쥐에 이식하는 데 성공한 실험 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었다.

과거 이러한 소재들을 통해 만들었던 영화를 보면 당시에는 먼 미래의 이야기같았겠지만 지금은 곧 다가올 이야기로 느껴진다.

특히 생명공학의 기술 발달은 그 끝이 어딜지 몰라 한편으로 불안해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저자는 생명공학 기술이 불러올 충격에 대비하여 과학의 발전사를 더 넓게 인문적 시선에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혜안은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

 

저자, 전주홍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교수로 분자생리학 연구실을 운영한다.

호기심과 교차적 아이디어가 혁신적 과학연구의 밑거름이며, 패러다임을 전환하거나 새로운 경로를 개척하는 핵심 요소라고 생각한다. 대전환의 시대를 맞이한 지금 절실히 필요한 것은 인문학적, 예술적 소양이 풍부한 과학자를 양성하는 일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저자’로서 논문을 쓰고 ‘독자’로서 논문을 검토하고 ‘실험자’로서 가설을 세우며 실험하고 ‘예술가’로서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토론자’로서 자료와 해석을 두고 열띤 토론을 펼치는 과학자를 희망한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평가전문위원회 위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제도혁신기획단 위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위원, 제4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 기획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보건복지부 연구윤리심의위원회 위원, 서울대학교 의학연구원 부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마음 HEART

 

스페인 한 동굴에 남겨진 후기 구석기 시대의 벽화를 보면 고대인들이 심장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벽에 그려진 매머드의 모습을 살펴보면 겉모습뿐만 아니라 몸 안에 있는 심장까지 그린 것을 볼 수 있는데 희한한 것이 몸속 장기 중 오직 심장만 그렸다는 것이다.

「길가메시 서사시」에서도 심장에 관한 생각을 살펴볼 수 있다.

사랑과 전쟁의 여신 이슈타르가 길가메시에게 구애하지만 그는 거절했고 이에 화가 난 이슈타르는 하늘의 황소를 보내 응징하게 된다.

길가메시와 친구 엔키두는 날뛰는 황소를 죽여 배를 갈라 심장을 꺼내 태양의 신 샤미쉬에게 제물로 바친다.

하늘의 황소가 죽었다는 사실에 신들은 엔키두를 죽이는데, 이때 길가메시는 엔키두의 가슴에 손을 얹어 심장이 뛰는지 확인부터 한다.

엔키두의 죽음에 충격 받은 길가메시는 영생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길을 나선다.

여기서 나오는 심장은 신과 연결되는 통로이자 길가메시와 엔키두를 하나로 묶어주는 매개물이라 볼 수 있으며 동시에 삶과 죽음의 경계를 구분 짓고 영혼과 마음을 담고 있는 장기였다.

 

이집트는 바다와 사막에 둘러싸여 있어 외세를 막기에 유리한 지리 조건을 갖춘 덕분에 통일국가를 유지하면서 내세의 삶과 영혼의 영원함에 관한 고유한 사상 체계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예컨대 부유층이 사망하면 <사자의 서>라는 파피루스 책을 미라와 함께 석관에 넣었다.

이집트 사람들은 영생의 신인 오시리스 앞에서 죽은 자의 영혼이 심판을 받는다고 믿었으며 그 심판이란 심장의 무게를 재는 것이었다.

이러한 내용들은 무덤의 벽화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자칼의 머리를 가진 죽음의 신 아누비스가 죽은 자를 안내하고 따오기 머리를 가진 지혜와 정의의 신 토트가 서기를 본다.

저울 위에는 토트의 아내이자 정의의 여신인 마트를 상징하는 깃털이 올려져 있는데 이 저울이 심장의 무게와 평형을 이루면 죽은 자의 영혼은 내세인 두아트로 갈 수 있다.

반대로 심장이 깃털보다 무거우면 죽은 자는 사자, 하마, 악어가 합쳐진 모습을 한 괴물 암무트에게 잡아먹힌다.

이렇듯 살아생전의 마음과 행실이 고스란히 담긴 심장은 심판을 받는다고 생각했기에 사후에도 심장이 그들에게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카밀로 골지는 우연히 발견한 염색법으로 뇌 조직을 염색하여 신경세포가 그물망 모양으로 연결된 체계를 이룬다는 신경그물설을 제안했다.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은 골지가 개발한 염색법을 개선해 신경그물설의 오류를 밝혀, 신경세포가 서로 분리되어 있으며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신경세포설을 주장했다.

서로 다른 이론이지만 이들은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하게 된다.

실제 증명하기 어려운 부분이기에, 염색법을 개발한 공로와 모든 신경 연구의 근간이 된 센경세포 이론을 밝힌 공로를 모두 인정해 준 것이었다.

이후 신경전달물질과 신경전달물질 수용체가 발견됨으로써 신경세포의 활성이 스냅스라는 신경세포 사이의 접합부에서 일어나는 생화학적 반응으로 나타난 것을 알게 된다.

"신경세포는 시냅스를 통해 여러 신경전달물질을 주고받는데, 이것이 우리의 마음과 감각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즉, 이러한 생물학적 발견은 마음도 생화학적 작용의 일부임을 증명하는 셈이다.

 

 


 

통증 PAIN

 

통증이란, 자극이나 손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아픈 느낌을 의미한다.

통증은 몸의 이상을 알려주기도 하고 회피반응을 일으키기도 하는 등 경고 장치, 보호 장치로서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2006년, 한 소년의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나트륨 이온 채널의 기능이 사라져 통증에 무감각해지고 만다.

그 소년은 어떻게 되었을까?

통증이 무감각해진 소년은 지붕에서 뛰어내릴 때 입은 부상으로 14살 생일을 맞이하기도 전에 사망하게 된다.

이렇듯 통증에 대한 경험과 연상은 위험을 회피하고 자신을 보호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늘날 의료 서비스를 찾는 주된 이유가 바로 통증으로 인한 것이다.

이때 통증을 완화하거나 차단하기 위해 진통제와 마취제를 주로 사용한다.

진통제는 마약성 진통제와 비마약성 진통제로 구분되는데, 마약성 진통제는 중추신경계에 자극하며 통증 자극을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억제해 진통 효과를 나타낸다. 다만, 효과는 크지만 오남용의 위험이 있다. 비마약성 진통제는 중추 억제 작용이 약하고 흔히 염증을 억제하여 진통 효과를 낸다.

마취제는 진통제와 달리 감각의 소실을 유도하여 통증을 못 느끼도록 하는 약으로 수술이나 시술 전에 통증을 차단하기 위해 사용되는데 전신마취의 경우 한시적으로 의식과 움직임이 없는 상태로 만든다.

그렇다면 과거 진통제와 마취제가 없는 삶은 어땠을까?

19세기 전까지만 해도 출혈과 감염도 심각한 문제였지만 수술은 엄청난 통증을 동반해 말그대로 잔혹 그 자체였다.

16세기 파라켈수스의 <외과 수술>에 나오는 그림을 보면 외과의사가 톱으로 무릎 아래 부위를 절단하는 모습이 나온다.

조수는 환자가 움직이지 않도록 꽉 붙잡고 있고 환자는 엄청난 통증에 몸부림치며 뒤로 넘어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마취제조차 없으니 당시 사람들에게 수술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으로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보스턴에 가면 에테르의 마취 효과를 발견한 업적을 기리는 에테르 기념비를 볼 수 있다.

"에테르 흡입이 통증을 무감각하게 만드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보스턴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처음으로 입증되다."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1846년, 에테르 돔이라는 이름이 붙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수술 극장에서 모턴이 에테르 마취에 성공을 거두게 되어 지금까지 10월 16일을 '에테르의 날' 혹은 '세계 마취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모턴은 화학자 찰스 잭슨의 조언에 힘입어 아산화질소 대신 에테르의 마취 효과를 연구하는 데 매진하였고 1846년 9월 30일 에베네저 프로스트를 에테르로 마취한 후 무통 발치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어 에테르의 날에 열린 공개시연에서 존 워렌은 모턴이 마취한 20세 환자 애벗의 목에 난 혈관종을 성공적으로 제거했는데 수술이 끝난 뒤 의식을 찾은 애벗은 어떤 통증도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1846년 11월, 헨리 비글로는 이 공개 시연 결과를 《보스턴 의학 및 외과 학술지》에 발표하는데, 그 덕분에 모턴의 발견은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보면 에테르 마취를 발견한 공적은 모턴에게 돌아가는 것이 마땅해 보이나 얽히고설켜 있다.

16세기 파라켈수스는 에테르를 닭에게 주입해 마취 효과를 확인하기도 했다.

다만 수술에 활용할 생각을 하진 못했지만 모턴은 에테르를 마취제로 사용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고 임상적 가치를 증명해냈다.

여기서 에테르에 대한 경제적 가치가 높아지자 명성과 금전적 보상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일어나게 되었다.

에테르 마취 연구를 조언한 찰스 잭슨은 특히 욕심을 드러낸 인물 중 한 명인데, 1846년 모턴과 잭슨이 공동명의로 특허를 발급받았지만 잭슨의 금전적 욕심이 과해지면서 둘의 관계는 틀어지게 된다.

조지아주 출신의 의사 크로포드 롱은 펜실베니아 의과대학을 다니던 중 에테르를 흡입하고 유흥을 즐기게 되는데, 그때 고통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을 주목해 마취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려 에테르를 이용해 한 환자의 목에 있는 낭종을 고통 없이 없애게 된다.

시기 상 2년 앞선 것인데,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지 않아 우선권과 공적을 인정받을 순 없었다.

그렇다면 최초 발견이라는 우선권과 공적은 누가 가지게 되었을까?

현대 의학의 아버지인 윌리엄 오슬러는 "과학에서 공적은 아이디어를 처음 낸 사람이 아니라 세계를 최초로 납득시킨 사람에게 돌아간다."라는 프랜시스 다윈의 말을 인용해 모턴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모턴은 금전적 이익에 골몰해 상당 기간 에테르의 정체를 밝히지 않아 과한 모턴의 행동에 대해 미국의사협회는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게 된다.

잭슨 또한 유럽 의학계에 호소해 프랑스 과학원으로부터 마취제 발견의 공로를 인정받긴 했으나 정치적 술수가 깊이 개입된 결과라는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에 롱은 술책도 쓰지 않고 상업적 욕심을 부리지도 않았다. 또한 현대 산부인과의 아버지인 제임스 마리온 심스가 롱의 성과를 자세히 조사한 논문을 발표에 큰 찬사를 보냈고 결국 역사적 평가를 거쳐 사후 빛나는 명성을 얻게 된다.

또한 조지아주를 대표하는 인물로 뽑혀 국회의사당 스태추어리 홀에 그의 조각상이 전시되었으며 1990년 조지 부시 대통령은 롱이 처음 에테르 마취에 성공한 3월 30일을 국가 의사의 날로 지정하게 된다.

 

 


 

역사적 흐름 속에서 생물학은 여러 학문과 만나 독특하고 복잡한 과학으로 발전하였다.

무엇보다 그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제는 질병을 생물학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면 치료제 개발에도 속도를 낼 수 없을 정도이다.

 

"역사적, 철학적 배경에 관한 지식은 과학자 대부분이 겪고 있는 당대의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준다." _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과학과 역사를 놓고 보면 뭔가 상이한 느낌이 든다고 생각했는데, 과학과 역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다.

특히 책을 통해 과학자에게 역사적 인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댓글 0

한줄평 (3건) 한줄평 총점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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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역사, 그림, 인문학, 그리고 생의학. 많이 배웠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YES마니아 : 골드 e*a | 2023.08.15
평점5점
지적 호기심을 충족 시켜주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쉽게 역사를 풀어 놓았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뚱* | 2023.08.03
구매 평점4점
읽다보니 흥미로워서 금방 완독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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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뭉* | 2023.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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