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를 읽어보셨나요? 세상에 ‘논어’를 해석하고, 일러주고, 공부하도록 도와주는 책은 넘쳐나지요. 그런데 제대로 이해가 되던가요? ‘논어’는 읽는 책도 보는 책도 아닙니다. 먼저 이해하고 속 깊은 뜻을 알고 나야 참맛이 나는 고전(古典)이기 때문이지요. 일생을 ‘논어’ 한 번 제대로 익히지 않고 보낼 수는 없지 않을까요?ㅜ그러면 어떻게 ‘논어’를 공부하면 될까요? 우선 한자를 모르니 당장 읽을 수도 없고, 더듬더듬 읽는다 해도 뜻에 맞게 읽고 있는지 알 수도 없고, 문장을 하나씩 해석해도 시원하게 맞아떨어지는 느낌도 없고, 억지로 뜻을 알았다 해도 그게 무슨 말인지 감이 잡히지 않지요. 물론 좋은 선생님께 차분히 배워나간다면 그 분위기에 젖어 이해도 되고, 참된 맛도 알 수 있으며, 자신의 수양에도 큰 보탬이 되겠지요. 그러나 지금처럼 바쁘게, 정신없이 뛰어야 할 사회 분위기 속에 그러한 서당이나 공부 소모임에 시간을 낼 틈도 없을 겁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논어’는 반드시 읽어야 할 참 좋은 고전(古典)”이라 하고 있으니 다소 부담스러울 거예요. 자! 그러면 일생 한 번 그래도 ‘논어’는 보아야겠는데 제대로 짚고 넘어갈 수 있을까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필자는 항상 ‘손에 닿고 입술에 붙지 않으면 제대로 된 공부가 아닌 것’이라 여겨왔습니다. 즉 손으로 따라 써 보면 그 문장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고, 나아가 그 구절을 외우기까지 하면 온전한 나의 것이 되는 즐거움이 있지요. 따라 써보는 것은 서두르지 말고 차분히, 보고 그대로 옮겨 쓰는 겁니다. 신앙심이 깊은 신자들은 ‘필사(筆寫)’로 신앙심을 독실히 하잖아요? 이 ‘논어’도 그러한 방법으로 가까이 해보면 어떨까요? 다음으로 외우는 것은 우선 소리 내어 여러 번 읽고 눈에 익힌 다음, 눈을 감고 방금 보았던 글자를 떠올리며 읽어보는 훈련입니다. 옛날 안지추라는 사람이 쓴 ‘안씨가훈’이라는 책에는 “어릴 때 외운 구절은 죽 을 때까지 입술에서 떠나지 않는다”라고 했어요. 아울러 조선 시대 김득신(金得臣)이란 분은 “나는 남보다 우둔하니, 남들이 열 번 읽어 이해한다면 나는 백 번 읽을 것이요, 남들이 백 번 읽어 외운다면 나는 억만 번 읽어 외울 것이다”라 하여 자신의 당호를 ‘억만재(億萬齋)’로 지어 남다른 각오를 다졌다고 해요.
그마저도 어렵다면 자신에게 남다르게 와닿는 구절만 꼽아 입에 달고 다녀보면 어떨까요? 물론 ‘논어’에 모든 것을 걸고 공부하기는 힘들겠지만, 어찌 ‘논어’를 한 번 보지도 않고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요? 더구나 ‘논어’는 세대(나이) 별로 읽을 때마다 각기 느낌과 맛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20대에 읽은 ‘논어’와, 70대에 읽은 ‘논어’는 판연히 다른 것이지요. 어리고 젊을 때 공부해두면 일생을 마음 넉넉히 살겠다는 마음이 몸에 밴 인품을 간직하게 될 것이요, 노년이 되어 다시 이 ‘논어’ 공부를 해보겠다고 마주하면 천명을 알게[知天命] 될 것이라 믿어요.
이에 필자는 이제껏 ‘이미 한자를 알고 있는 독자’라는 가정하에 ‘논어’와 여러 한문 고전(古典)을 번역하고 주석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사회를 보니 한자를 아는 이들이 너무 적고, 아니 거의 없다시피 하고, 사람들은 너무 어렵다고만 여겨 관심조차 두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다면 따라 써보는 방법은 어떨까 하는 여러 생각 끝에 이 책을 내게 된 것이랍니다. 마치 절벽과도 같은 ‘논어’! 차분히 그 정상에 올라 보면 나의 삶 앞에 탄탄대로가 펼쳐질 것이며, 이제껏 소인 같이 살아온 나의 삶이 군자의 참된 삶으로 변화하는 기쁨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송나라 재상 조보는 “‘논어’ 반만으로도 천하를 다스릴 수 있다”라고 했는데 과연 그런지 이제 여러분들이 답을 한번 찾아보시지요. 직접 손으로 써보면서 익히면, ‘한자는 손에 익을 것이며, 구절은 입에 붙을 것이고, 뜻은 가슴에 담길 것이며, 가르침은 내 언행의 등불이 될 것’입니다. - 임동석.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도 아들 이건희에게 논어를 반드시 정독하도록 했다는 일화는 “논어를 반만 읽어도 천하를 다스릴 수 있다”는 송대 재상 조보의 말을 새삼 떠오르게 합니다. 논어는 처음부터 차근 차근 읽고 보고 느껴서 스스로 체득해야 합니다. 〈논어의 힘〉과 함께 새로운 논어 읽기에 동참하시기를 소망합니다.
[일러두기]
1. 이 책은 ‘논어’의 “학이편(學而篇: 16장), 위정편(爲政篇: 24장), 팔일편(八佾篇: 26장), 이인편(里仁篇: 26장)”을 완역하여 필사본의형식으로 만들었다.
2. 조선시대의 〈언해〉를 기준으로 문장에 토를 달았다.
3. QR 코드 : 강의 영상 무료 제공. 각 장의 상단의 큐알(QR)코드를 검색하면 줄포 임동석 교수의 유튜브 동영상 해설을 무료로 볼 수 있다. (‘부곽재TV’ 제공)
4. 해석은 가능하면 평이한 문장으로 조정하여 실었으며, 한자의 낱자와 낱말의 풀이를 자세히 실어 이해에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5. 우리말 독음 표기: 원문의 한자 아래에 우리말 독음을 함께 표기하여 읽기 쉽도록 하였다.
6. 중국어로 읽어보기: 각 장의 끝 부분에는 현대중국어의 간화자와 한어병음을 병기하여 중국어 원어 발음으로 듣고 읽어 볼 수 있도록 했다.
7. 풀이 순서: 한문 해석 공부에 도움이 되도록 해석순서대로 번호를 표기하였다.
8. 따라 쓰기: 오른쪽 페이지는 직접 따라 베껴 써볼 수 있도록 원고지 형태의 공간을 마련하였다.
9. 참고 사항: 더욱 자세한 낱자 풀이나 주희의 ‘집주’등을 공부하고자 하면 유튜브 〈부곽재TV〉의 임동석 교수의 논어 강독을 참고 할 수 있다.
---「머리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