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소식을 들었다. 몇 명은 승진을 하고 몇 명은 아기엄마가 되어 있다. 집안일이나 회사일이나 한창 바쁜 나이라서 만나지는 못한다. 그래서 전화가 자주 통화중이다. 옛애인이 결혼했다는 것도 전화를 통해서 들었다. 모임에 나왔는데 뒷목이 접히고 배가 나와 있더라고 한다. 주된 화제는 돌 지난 아들과 얼마 전 바꾼 자동차였고. 그에게는 시간을 살았다는 흔적이 있다.
모든 사람이 시간이라는 터널을 통과한다. 내가 마지막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그는 혼자 터널에 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나올 때는 셋이 되어 있다. 나는 삼 년 전 그 터널에 들어갈 때나 나올 때나 똑같다. 여전히 혼자이고 경제적 독립도 하지 못했다. 미망이나 외로움에 대해 아직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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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내 곁을 떠난 지 육 년째 나는 이제 삼십대의 강을 건너와 있다. 돌이켜보면 나의 삼십대는 내부의 전쟁이 치열하던 시기였다. 한 남자의 아내로, 두 아이의 어머니로, 순환하는 자연의 일부로 내 자신의 뿌리를 내리기까지 치러내야 할 끝없이 외로운 내 자신과의 싸움 속에 나는 있었다. 나의 전부를 의지하였던 아버지를 읽고서 나는 비로소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벗어나 자연의 일부로서의 미미한 내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서른일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