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린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 : 생에 대해 강한 존재가 되고 싶어요, 막연한 두려움이 없는 사람.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는 그런 사람요. --- 모든 것은 하나의 태도였다. 허락할 수도 없고 단절되지도 않는 현실에 대한 완강한 불허의 태도,현실이 폭력적이면 그 태도도 폭력적이고 현실이 음험하면 그 태도도 음험하다. 그리고 행실이 터무니없이 비현실적이면 그 태도도 가공적일 수밖에 없다. 그들이 무어라 해도 이나의 눈에는 그랬다. ---
약해서지. 글이 단순히 표현이 아니라, 현실적인 무기가 되기를 요구하는 시대를 지나오면서 난 글을 잃었어. 내 체질 자체가 투사적이지 않았고 묵묵히 모멸을 겪으며 자기의 문학세계를 수호할 만큼 강하지도 않았던 셈이지. 글을 포기한 뒤로, 난 이제 모든 것에 대해 그다지 심각해지지 않아요. 그냥 존재하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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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전요, 이대로가 좋아요. 이대로 살다 죽고 싶을 만큼요. 왜냐면 전 세상의 삶을 믿지 않거든요. 전 이제 세상의 현실 따윈 믿지 않아요. 현실이란 저마다 달라서 저마다 환상이죠. 89년 그해에 투쟁하지 않았다면 전 다른 공장에 어찌어찌 들어갔을 것이고, 지금쯤 아이 둘쯤 허리에 달고 아귀처럼 남편에게 매달려 아득바득 적금을 부으며 살고 있을 거예요. 세상에 길이 그뿐인 줄로만 알 테니까요. 생물적 존재의 덫일 뿐인 삶이죠. 그거 생각하면 끔찍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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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전요, 이대로가 좋아요. 이대로 살다 죽고 싶을 만큼요. 왜냐면 전 세상의 삶을 믿지 않거든요. 전 이제 세상의 현실 따윈 믿지 않아요. 현실이란 저마다 달라서 저마다 환상이죠. 89년 그해에 투쟁하지 않았다면 전 다른 공장에 어찌어찌 들어갔을 것이고, 지금쯤 아이 둘쯤 허리에 달고 아귀처럼 남편에게 매달려 아득바득 적금을 부으며 살고 있을 거예요. 세상에 길이 그뿐인 줄로만 알 테니까요. 생물적 존재의 덫일 뿐인 삶이죠. 그거 생각하면 끔찍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