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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게 부친 여름

걷는사람 시인선-089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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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8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140쪽 | 160g | 125*200*20mm
ISBN13 9791192333984
ISBN10 119233398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아이가 던진 장난감
소파 밑으로 사라진다
무릎 꿇고 귀를 바닥에 붙여
밑바닥 어둠을 본다

불이 밝지 않아도
어둠은 밑으로 흐르게 마련이고
모여 흘러드는 것들은
다시 가슴에 고이게 된다

아이 성화에 못 이겨
소파를 힘껏 밀어젖히자
알게 모르게 조금씩 흘려 두었던
무언가가 먼지 더미에 엉켜 있다

찾다가 포기했던 안경
이미 버린 양말의 다른 짝
한 쌍이라 부를 수 없는 젓가락
아이는 냉큼 장난감을 집어 간다

밑바닥에 남겨진 것은
오래 지키지 못한 약속이거나
신년 계획들의 다짐이거나
숨겨 오던 애인의 버릇이거나

세상 공연한 것들은 오늘도
먼지처럼 참으로 연하고 부드러워
새털처럼 가볍게 장롱 밑으로
냉장고 밑으로도 흘러든다
---「밑바닥에는」중에서

우리는 주기도문을 외우듯 서로의 저녁을 핥으며, 사랑보다 뜨거운 초록을 만들어요. 조용히 진저리 치던 여름의 잔허리를 베고 눕자 저녁 산들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와요. 고양이 울음소리가 대문 없는 마당에 들어서서 여름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저녁이라면 사랑할 수 없는 당신을 만나도 조금은 괜찮을까요. 지금은 체리가 익어 가는 계절이니까. 여름에게 부친 여름이 돌아오면 당신을 볼 수 있을까요. 고요한 뒤뜰에서 웃자란 사과나무는 어쩌자고 혼자서도 저리 많은 열매를 매달고 있을까요. 어제의 고양이는 열리지 않을 대문처럼 떠나갔어요. 이제 마당에는 여름만 남아 그날의 저녁을 기억해요.
---「여름에게 부친 여름」중에서

송년회가 파하자 허세와 불안만이 덩그러니 남는다. 그들은 돌아갈 빙판길을 두고도 눈꽃처럼 웃거나 구세군 종소리처럼 떠들었다. 결국 모두 구겨진 지폐처럼 택시에 담겨 사라졌다.

오지 않을 미래가 모의되고 그것을 사람들은 계획이라고 불렀다. 신년과 계획은 마지막까지도 어울리지 않았다. 오늘 밤도 어디서, 누군가는, 눈사람처럼 앉아 다이어리에 실존적 의지를 기록할 것이다. 밤새 소복이 내리는 눈처럼, 가련한 애도의 몸짓으로 세상을 덮을 것이다.
---「신년 계획」중에서

반성하는 마음으로 삼십 대를 편집자로 살아냈으나
나의 인생은 수정되지 않았고, 자꾸만 오탈자가 목에 걸렸다
읽히는 삶을 궁극으로 두었으나 나는 읽는 사람에 가까웠고
쓰는 일은 사치가 아니면 노역과도 같아
(중략)
서점에 깔린 책들에는 나와 같은 이름들이
명멸하는 불빛보다 희미하게 널렸지만
우리는 애써 서로의 존재를 외면하고 살았다
책 대신 빵으로, 커피로 도망치는 편집자들을 바라보며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말을 곱씹어 보지만
소나무재선충처럼 퍼진 출판계의 고질적 증상은
노동자를 대신해 독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차라리 간서치가 되어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나는 늘 마지막 페이지가 궁금하여 책을 덮지 못하고 있다
---「어느 편집자의 마지막 페이지」중에서

걷다가 문득 꿈이 깨었을 때
슬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알았다
죽음도 없이 생을 마감할 수 있다는 걸
---「소멸」중에서

철새들이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간다

지게차가 부지런히 달걀을 싣는 동안
이국의 사내는 웃는 얼굴로 내게 인사를 건넸다
한겨울 햇살이 한가득 양계장을 비췄다

들판 저 멀리서 장난감 같은 방역차가 안개를 뿌리며 지나간다
---「지구의 지배자」중에서

더 이상 떨어지지 않기 위해 나는 또
얼마나 많은 나를 놓아주어야 하는가
떨어지는 모든 것은
제 몸에 허공의 무늬를 만들고
조금씩 어둠을 게워내었네
핏빛으로 노을 너머로 사라져 갔네
---「떨어진다는 말은 얼마나 많은 중력을 가지고 있는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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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석의 시는 잃어버린 ‘고막’(「근황」)이나 ‘그림자’(「소멸」), 우주의 고혼이 된 ‘스푸트니크’(「유토피아 47번 우주정거장에서의 도킹」)에 그 기원을 둔다. 그 상실은 돌이킬 수 없이 영원한 것이어서 그는 다만 끝이 기억나지 않는 옛날 영화를 거듭 떠올리듯이(「옛날 영화가 어떻게 끝나더라」) 되풀이하여 그 잃어버린 것이 있던 ‘허공’으로 돌아간다. 그곳에는 분명히 상처가 있을 터인데 그 상처는 어느새 아물고 열매가 농익은 향기를 뿜어낸다. 그는 “밑바닥 어둠”(「밑바닥에는」)이나 “마음속 불모지”(「곶자왈」)에서 어떤 ‘소실점’을 찾아 헤맨다. 그가 찾은 것은 모두 “먼지처럼 참으로 연하고” 부드럽다. 그의 이 탐구는 “발목을 간질이던 등지느러미”(「은여울초등학교」)와 같이 감각적인 표현에서 괄목할 만한 성취를 이룬다. “시골집 마루에서/아버지와 겸상하며 바라본/초여름의 시퍼런 텃밭”은 그대로 ‘먼바다’가 된다(「먼바다를 바라보는 일」). 이토록 그리움이 청신한 빛을 띨 수 있다니! 그의 시에는 이 초록의 텃밭과 먼바다 사이의 아름다운 낙차가 언제나 있다. 그는 우선 이 낙차를 ‘첨벙!’ 하는 소리로 메우려 한다. ‘쓰르라미의 울음’(「그 끝자리를 어쩌지 못하고」), “자유 낙하하는 별빛”이나 “한밤의 울음빛”(「떨어진다는 말은 얼마나 많은 중력을 가지고 있는가」)으로 수놓으려 한다. 기어이 그는 상실의 슬픔을 그리움 쪽으로 저만큼 데려간다. 그가 내디딘 이 어려운 첫걸음이 언 하늘에 흰 발바닥으로 정하게 찍히는 것을 본다.
- 장이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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