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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무녀

사악한 무녀

리뷰 총점9.8 리뷰 16건 | 판매지수 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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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8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141*205*30mm
ISBN13 9788967997823
ISBN10 8967997825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프롤로그 죽도록 스스로에게 시달리기
제 1 장 죽도록 이웃에게 시달리기
제 2 장 죽도록 귀신에게 시달리기
제 3 장 죽도록 무당에게 시달리기
제 4 장 죽도록 기억에 시달리기
제 5 장 시달리기에서 벗어나기
제 6 장 악마를 시달리게 하기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소음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그도 잘 기억하지 못했다. 코어힐에 거주한 지 어느 때부터 존재를 야금야금 갉는 소음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복싱 챔피언도 잔 펀치를 계속 맞다 보면 결국 쓰러진다는 이치를 깨우쳐주는 살인적인 공격이었다. 건강미 넘치고 멀쩡하던 청년 민규가 신경쇠약에 강박증 환자가 된 것은 동서남북 소음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나서였다.

그의 집 왼쪽에 603호 오른쪽에 605호가 있었고, 위에 704호 아래에 504호가 있었다. 이들 네 가구는 민규가 집에 있을 때면 소음 공격을 가했다. 일반적인 생활 소음이 아니었다. 특정 상대를 공동의 표적으로 삼아 뼛속까지 침투시킨 뒤 사람의 내면을 손상시키는 흉기 같은 소음이었다. 네 집이 동시에 그랬다. 시달림을 참지 못한 민규가 집요하게 확인해 온 사실이었다. 그는 이 집에서 단 한 번도 깊은 잠에 빠져본 적이 없었다. 더 이상 신작 집필도 할 수 없었다.
--- p.21

그 여자의 음성 같았다. 천지선녀. 민규의 지식에 의하면 무녀는 ‘귀신을 부리는 여자’였다. 코어힐 아파트에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낯선 공포가 엄습했다. 방금 무녀가 흥얼거린 주문은 자신을 향한 저주일지도 몰랐다. 천장에서 찌이익 소리와 함께 허연 풀이 흘러내렸다. 갓 붙인 도배지가 너덜거렸다.
“죽어죽어 죽어죽어… 빨리빨리 죽어라아….”
추용수는 좋은 분이라며 천지선녀를 칭찬했다. 그게 거짓말이라면?
추용수의 성급한 이사 이유가 다른 것이었다면?

흥얼거리는 주문이 다시 들려왔다. 벽지의 너덜거림이 심해졌다. 찌익 하고 푸른색 벽지 귀퉁이가 활짝 펼쳐지면서 아래로 휘어졌다. 그러자 뻥 뚫린 위층이 드러났다. 검은 한복에 은비녀를 꽂은 무녀가 아파트 바닥에 입을 바짝 댄 채 엎드려 있었다. 번쩍거리는 눈이 민규의 뜬 눈과 마주치자 깜짝 놀란 그녀는 주문을 중단했다. 가위에 눌려 움직일 수 없는 민규의 눈과 천장의 구멍 사이로 내려다보는 무녀의 눈이 정확히 서로를 응시했다. 무녀 곁에는 검은 가방이 있었는데 뭐가 들어있는지 꿈틀거렸다. 무녀의 얼굴은 시체처럼 하얗고 입술은 앵두처럼 새빨갰다.
--- p.47

민규는 아픈 머리를 잡고 거실로 걸어갔다. 살랑거리는 커튼을 젖히자 밝은 태양 아래 피를 흠뻑 뒤집어쓰고 서 있는 사람이 있었다.
장군이었다.
이쪽을 노려보는 장군은 눈알을 뺀 모든 것이 새빨갰다. 갑옷에서도 수염에서도 칼에서도 피가 떨어졌다. 삼지창에 붙은 용머리에서도 피가 떨어졌다. 어찌 보면 그것은 코어힐의 꿈에서 본 불의 색상이기도 했다. 11시 방향, 1시 방향으로 죽 찢어진 눈과 정면으로 마주하자 민규의 몸에는 바늘로 찌르는 몸살기가 되살아났다.
“당신… 도대체 뭐야…?”
장군은 베란다 바깥에 서 있었으나 어제 목 잘린 닭이 피를 뿌렸던 지점 안으로 들어오질 못하는 것 같았다. 민규는 코어힐 아파트 504호 남자를 떠올렸다.
너 죽었어! 한번 만나기만 하면…
그 자식이 몸에 물감을 뿌리고 또라이짓으로 자신을 스토킹하는 게 아닐까? 거기서도 충분히 미친 짓을 했으니 사극 배우처럼 분장하고 희한한 짓을 해도 이상할 게 없잖아.
--- p.82

민규는 황당함과 무서움에 숨이 막혔다. 죽음을 흉내 내다가 정말 죽을지도 몰랐다. 남의 일 같았던 무속 행위 중 사망사고가 피부에 와닿았다. 그러자 이렇게 죽을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체의 통증을 덜고 정신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전의 방법이 떠올랐기에 그는 필사적으로 천지선녀에게 소리쳤다.
“뜻은 알겠지만 난 추리소설 다루는 작가예요! 이 일의 신빙성과 가능성, 그리고 내가 어떻게 될지에 대한 대책을 설명해줘요.”
“문자 쓰고 자빠졌네. 거기 들어간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지랄이야?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인간이 누군지 알아? 뭘 하겠다고 결심해놓고 돌아서자마자 도저히 못 하겠다고 질질 짜는 놈이야. 신이 관여하는 일은 인과관계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넌 이미 서약서에 사인했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견뎌!”
천지선녀가 웃어댔다. 담배를 많이 피운 쉰 웃음은 들개가 짖는 것과 비슷했다. 민규는 땅을 치고 후회했지만 때는 늦었다.
나는 돌이킬 수 없는 짓을 했어!
그 서약서에 피를 묻히는 게 아니었어!
--- p.132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추리소설 작가인 김민규는 거대한 불길에 휩싸여 육신이 사라지고 '재림(再臨)'이라는 두 글자만 남는 악몽을 반복해서 꾼다. 게다가 위아래, 양쪽 옆에서 계속되는 층간소음으로 신경증에 걸릴 지경이다. 정신과 전문의 구영훈을 찾아가 상담을 받아보지만,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환자를 경계하는 듯한 의사에게 신뢰가 가질 않는다. 결국 이웃들의 층간소음을 견디다 못해 환경을 바꿔보라는 구영훈의 제안에 따라 '동신아파트'로 이사를 간다. 하지만 층간소음에서 벗어났다고 안도한 것도 잠시, 무녀의 주문이 환청처럼 들리고, 갑옷 입은 장군이 자꾸 눈앞에 나타난다. 그런데 갑옷 입은 장군은 왜 하필 김민규에게만 보이는 걸까? 그는 장군을 피해서 계속 도망치고, 급기야 위층에 사는 천지선녀를 찾아가 그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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