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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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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2월 2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616쪽 | 817g | 136*202*35mm
ISBN13 9788954624039
ISBN10 8954624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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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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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김태성(金泰成)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타이완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학 연구공동체인 한성문화연구소漢聲文化硏究所를 운영하면서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대학에 출강하고 있다. 『노신의 마지막 10년』, 『굶주린 여자』,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목욕하는 여인들』, 『딩씨 마을의 꿈』, 『핸드폰』, 『눈에 보이는 귀신』, 『나와 아버지』,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등 90여 권의 중국 저작물을 한국어로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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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부총장님, 저의 저서 『풍아지송―「시경」 정신의 근원에 관한 연구』가 완성되었습니다. 이 책이 있는 한, 저는 세상 모든 걸 다 가진 셈입니다. 더는 아무것도 필요치 않다는 말씀입니다. 부총장님께서 정말로 마음속으로 잘못을 깨닫고 이 양커에게 미안한 짓을 했다고 생각하신다면, 진심으로 뉘우치고 회개하고 싶으시다면, 저는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첫째, 저는 사상이 해방되지 못한 사람이니 다음부터는 절대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해주십시오. 둘째, 저는 신식 관념을 갖춘 사람이 아니니 다음부터는 절대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해주십시오.”
이렇게 말하는 사이 가슴 깊은 곳에서 갑자기 슬픔이 솟구쳐올라와 울고 싶어졌다. 그러나 얼굴이 눈물로 잔뜩 젖었을 때 마음 한구석에 뭔가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귀신에게 홀리듯(또한 마음속 느낌에 따라)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청천벽력처럼 그의 면전에 무릎을 꿇었다(아주 힘차게, 마치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쓰러져 산 전체를 정복하려는 것처럼). 무릎을 꿇고서 그를 바라보았다. 또 그 옆에 놀란 표정으로 서 있는 내 아내 자오루핑을 바라보았다. 내가 반복해서 말했다.
“지식인으로서의 명예를 걸고 말하건대 첫째,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주십시오. 둘째,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말아주십시오. 셋째, 무릎을 꿇고 간청하건대 제발 다음부터는 이런 짓을 하지 말아주십시오.”---pp.22~23

깊은 눈 속에서 무릎을 빼내면서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나는 쓸쓸히 걸어갔다. 새로운 시성과 『시경』에 누락된 옛 시와 노래를 찾으러 갔다. 이곳 시성보다 훨씬 더 멀고 귀신도 모를 외진 곳으로 가다보면 이곳보다 훨씬 더 휘황찬란한 『시경』의 고성과 시편들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공자가 『시경』에 수록하지 않고 삭제해버린 시가 거의 삼천 수 정도 되는데, 내가 이곳에서 찾은 것은 겨우 이백 몇십 수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도 유실된 채 찾지 못한 시 수천 편이 어디선가 외롭게 또는 호호탕탕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내가 외롭게 그것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나는 이렇게 떠났다. 홀로 그림자만 남기고 떠났다. 흰 눈이 교교한데, 옛 시성은 연기처럼 사라지듯이 내 뒤로 멀어져갔다.---pp.586~587

여기 후기에서 한 가지 일을 또다시 얘기하고자 한다. 그 일이 이 소설의 구상과 앞으로의 내 글쓰기에 있어 피할 수 없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2004년 늦겨울과 초봄 사이, 팔순의 큰아버지께서 병환으로 돌아가셨다. 나는 서둘러 장례에 참석하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갔다. 출상하는 과정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그날 아침 출상 과정에서 백 명이 넘는 우리 효자들이 상복을 입고 허리에 삼끈을 맨 채 눈보라를 무릅쓰고 삼배구고의 예를 행하고 있을 때, 여동생 하나가 내게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놀라운 사실을 알려주었다. 뒤쪽 사촌 동생의 영붕 안에 안치된 두 개의 관 위로 화려한 색깔의 나비들이 무수히 날아와 가득 내려앉아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러고 나서, 방금 사라져버린 희한한 광경 속에 멍하니 서서 생각해보았다. 혹한의 날씨에 눈송이마저 흩날리는데 이 나비들은 대체 어디에서 날아온 것일까? 또 어디로 날아간 걸까? 왜 내 동생의 영혼혼례를 치르고 있는 영붕 안에만 내려앉고 바로 옆 큰아버지 장례를 위해 마련된 순백의 영붕 안에는 내려앉지 않은 것일까? 중년이 되어 이미 뚜렷한 인생관과 세계관, 문학관이 형성되어 변하기 어려운 이 시기에, 어째서 내가 이처럼 ‘진실이 아닌 진실’, ‘존재하지 않는 존재’의 장면을 만나게 된 것일까? 이 한 컷의 진실과 기이한 장면은 앞으로 나의 세계관과 문학관에 어떤 형태의 영향을 미치고 어떤 기능을 하게 될 것인가? 이것이 나의 글쓰기가 더이상 갈 곳이 없는 미궁에 빠져 있을 때, 하늘이 내게 처음으로 열어준 문학적 깨달음인 것은 아닐까?
---pp.594~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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