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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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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8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130*205*20mm
ISBN13 9791189282523
ISBN10 118928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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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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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 선인장을 선물 받았다.
도저히 옮겨 심을 데가 없어서
마음에 심어버렸다.
선물한 사람이 선인장이 잘
크냐고 물으면, 배시시 웃었다.
마음이 동요할 때면
야단을 맞거나 상스러운 일을 마주할 때면
마음이 간지러웠다.
긁고 싶었으나 닿을 수 없었다.
뿌리 탓이었다.
잎의 탓이었다.
마음의 부피, 결국 몸의 부피 탓이었다.
생활을 거듭할수록 나는 성장하였고
마음도 성장하자 선인장도 무럭무럭 커다래졌다.
흉부와 복부가
지속적으로 부풀어 올랐다.
갑갑해졌다. 자연스럽게 다짐할 수 있었다.

내가 죽는 날
우리는 함께 가루가 될 것이다.
---「몸과 마음」중에서

친애하는 이웃이 있었습니다. 건강한 이웃이 있었습니다. 그가 나를 훔쳤습니다. 자루에 담아 집 안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끄집어내 나의 머리를 수확했습니다. 도구는 그가 삼켰으며 나의 나머지는 지하실에 던져두었습니다. 나머지는 무수하게 많아졌습니다.
머리는 사과처럼 깎았습니다. 그러다 잘랐으며, 머리는 정말 사과가 되어 접시에 담겼습니다. 거실 탁자에 가득한 접시를 내려놓는 이웃이 있었습니다. 투구게의 멸종을 예언하는 텔레비전이 있었습니다. 정신처럼 반쯤 나간 전구가 번득이고 있었습니다.
사과는 시간이 흘러 변색하였습니다. 그의 가족이 탁구장에서 돌아와 사과를 찔러 먹었습니다. 먹다 물리자, 나의 가족을 초대해 나누어 먹었습니다. 접시가 바닥을 드러냈지만, 나머지는 여전히 무수했습니다. 나머지에서 절반은 정박지로, 절반은 섞박지로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실험실」중에서

*
신은 트럼프card로 빌딩을 지었다. 꼭대기에 옥탑을 만들었고, 2층에는 롯데리아가 입점했다.

롯데리아는 등산처럼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러던 중, 한 소년이 트럼프의 틈새로 떨어진 사고가 있었다. 다만 유실해버린 중심이었고 낙하지점에서 물풀이 자라났다. 아무도 비를 내리지 않아서 물풀이 더 건강해졌다는 이야기. 모든 틈새는 금세 메워져서, 기억이 달아난 사람들이 세고 셌다.

*
당신과 내가 손을 잡고 에스컬레이터에 오른다. 서로의 손에 서로의 손을 넣고, 다른 손에 조각 케이크를 들고. 연한 부위는 어디로 갔나, 묻지 않고. 이곳이 도마동 최대 쇼핑센터라는 선전과 더불어, 사람들이 정신처럼 들락날락한다. 2층에는 맥도날드도 생겼고, 유니클로도 생겼다. 다른 층에도 각양각색의 매장이 들어섰다. 양손 무거운 건 우리 뿐 아니구나, 의심하지 않고.

우리는 내일 오후, 7층 하이마트에 구경 가기로 약속한다. 세탁기를 작동시켜 보기로 한다.
목표가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여진처럼 종횡하고 있다.

*
우리는 옥탑 문턱에 앉아, 도마동에서 가장 먼저 비를 영접한다. 허공이 아닌 지상이 되자고 약속한다. 그러고는 다짐을 긁어모아 성냥처럼 만들어 쌓기 시작한다. 어두운 빛을 내며 높아지는데, 누군가 이 건축물을 오르기 시작하자 우리는 말을 줄인다. 얼굴이 하얘져서 들어가는 여중생 둘이 있다. 여전히 새파란 입술의 소년도 있다. 소년의 손에는 은방울꽃다발이 들려있고, 판 초콜릿 조각도 쥐어 있다.

*
우리는 닭고기를 뭉근하게 졸여 닭엿을 만들어 먹는다. 조각 케이크를 하나씩 차지해 먹는다. 박수를 치다가, 숟가락으로 가능한 일들을 생각하다가, 새싹보리를 손으로 비벼 갈아 먹는다. 발바닥이 덩달아 뜨거워져 시소를 생각한다.

*
눈알로 뒤덮인 바위가 나오는 꿈. 아무리 달려도 내가 나를 납득할 수 없었다. 당신은 당신의 망토를 놓쳤다.
나는 새벽처럼 깨어나 냉동만두를 입김 불어 녹인다. 견고해질 수도, 부수어질 수도, 더 이상 깨어날 수도 없다
---「타이타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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