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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스 크로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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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소설 73위 | 소설/시/희곡 top100 7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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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9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340쪽 | 434g | 146*206*30mm
ISBN13 9791187886921
ISBN10 1187886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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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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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보는 곳, 가려는 곳은 사업과는 관계없었다. 그는 자유롭게 그리로 갈 것이다. 해 지는 곳까지 끝없이 펼쳐진 듯한 서쪽 지평선의 평원으로 자유롭게 갈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자신을 성가시게 할 마을과 도시들이 늘어서 있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이제 어디 살든, 그 후에 어디 살든, 도시와는 점점 더 멀어져 자연으로 들어갈 거라 느꼈다. 이야말로 인생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의미라고 느꼈다. 어린 시절에 일어났던 모든 사건이, 마치 날아오르기 직전의 상태처럼 저도 모르게 바로 지금 이 순간으로 자신을 이끌어 온 것 같았다. 다시 강을 바라보았다. 그는 생각했다. 이쪽에는 도시가, 저쪽에는 자연이 있지. 도시로 돌아가야만 하더라도, 다시 점점 더 멀리 떠나기 위해 돌아갈 뿐이야. 몸을 돌렸다. 앞에는 부처스 크로싱이 현실이 아닌 것처럼 자그마하게 놓였다. 마을을 향해 천천히 걸어 돌아갔다. 길 위에서 먼지를 내며 발을 끌었다. 눈으로는 발길이 만들어내는 먼지들을 쳐다보았다.

이렇게 감각이 없는 동안에는 자신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걸 의식하지 못했다. 몸 아래 말이 그를 구덩이부터 산마루까지 싣고 갔지만, 말보다는 오히려 땅이 마치 거대한 쳇바퀴처럼 땅의 다른 부분을 통해 그 움직임을 드러내며 싣고 가는 것 같았다. 무감각은 매일 매일 슬금슬금 파고들어 마침내는 그 자신이 된 것 같았다. 자기 자신이 개성도 형체도 없는 땅처럼 느껴졌다. 때로 일행 중 한 사람이 그를 마치 없는 존재인 양 쳐다보거나 살폈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인다는 걸 직접 확인하려고 고개를 급히 젓거나, 팔이나 다리를 들어 올려 쳐다보았다.

앤드루스는 시선을 들어 위로 가파르게 튀어나온 산의 지면을 따라갔다. 소나무들의 이미지는 사라졌다. 그리고 그 빽빽했던 이미지도, 심지어 산 자체의 이미지마저도 사라졌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솔잎과 가지로 이루어진 짙은 녹색 깔개뿐이었다. 바라보는 동안 그 깔개는 마치 메마른 바다처럼, 고요한 시간 속에서 특징이나 크기와 관계없이 얼어붙었다. 그 물결은 고르고 끝없이 잔잔해 잠시 그 위에서 걸을 수도 있겠지만, 그 위에서 움직이다 보면 가라앉을 것이다. 그 녹색 덩어리 안으로 천천히 가라앉아 마침내는 그 덩어리의 일부인, 공기 하나 통하지 않는 숲의 가장 중심부에 우울하게 혼자 있게 될 것이다. 앤드루스는 강가에서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시선과 생각은 그 상상에 사로잡혔다.

조금 전만 해도 당당하고 고귀하며 생명의 위엄으로 가득했던 존재가 이제 속절없이 가죽이 완전히 벗겨진 채 죽은 고깃덩이가 되어, 존재 자체 또는 그 존재에 대한 앤드루스의 개념을 완전히 빼앗긴 채 기괴하게 조롱하듯 눈앞에 걸렸기 때문에 구역질이 나서 도망쳤다. 그것은 들소 자신도, 앤드루스가 상상했던 들소도 아니었다. 그 들소는 살해당했다. 앤드루스는 그 살해를 통해 자기 안에 있던 무언가가 파괴되는 걸 느꼈다. 그걸 마주할 수 없었다. 그래서 도망쳤다.

“젊은 사람들은.” 맥도널드가 말했다. “언제나 상처를 받고 시작하고 싶어 하지. 알아. 다른 사람들은 자네가 하려는 일을 절대 모른다고 생각하지?”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앤드루스가 말했다. “저 자신도 제가 뭘 하려는지 모르기 때문이겠죠.”
“지금은 알겠나?”
앤드루스는 불안하게 몸을 움직였다.
“젊은 사람들은.” 맥도널드는 업신여기듯 말했다. “찾아낼 무언가가 있다고 늘 생각하지.”
“네.”
“글쎄, 그런 건 없어. (…) 자네는 거짓 속에서 태어나고, 보살펴지고, 젖을 떼지. 학교에서는 더 멋진 거짓을 배우고. 인생 전부를 거짓 속에서 살다가 죽을 때쯤이면 깨닫지. 인생에는 자네 자신, 그리고 자네가 할 수 있었던 일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자네는 그 일을 하지 않았어. 거짓이 자네한테 뭔가 다른 게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지. 그제야 자네는 세상을 가질 수 있었다는 걸 알게 되지. 그 비밀을 아는 건 자네뿐이니까. 하지만 그때는 너무 늦었어. 이미 너무 늙었거든.”

“서부는 오래 있을수록 감당이 안 돼. 너무 크고 너무 텅 비었어. 그리고 거짓이 자네에게 찾아오게 하지. 거짓을 다룰 수 있기 전에는 거짓을 피해야 해. 그리고 더는 꿈같은 건 꾸지 말게. 난 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것만 해. 그밖에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
--- 본문 중에서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가혹하고 가차 없지만 또한 고요한 정서의 작품. 코맥 매카시에게 길을 열어준 최초의 수정주의 서부극.
- 뉴욕 타임스
지금까지 쓰여진 서양의 이해할 수 없는 특성에 관한 가장 훌륭한 소설 중 하나. 고립된 사람들의 혼란에 대해 다룬 우아하고 잔인한 명작.
- 타임 아웃 뉴욕
서양의 잃어버린 지적 존엄성을 상징하는 주제를 보여주는 작품.
- 뉴욕 선
서부의 신화를 해체하고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공포만에 주목한 소설. 단순하지만 우아하고 정확한 산문을 보여준다.
-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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