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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언어들

[ 포레스트 에디션, 개정증보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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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연예인 에세이 20위 | 에세이 top100 18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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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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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9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150*205*20mm
ISBN13 9791168127616
ISBN10 1168127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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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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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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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만인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다. 하지만 역으로 말하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인 소수와의 관계는 견고한 것이다.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고서는, 나는 누군가와 진실로 가까울 자신이 없다. 우리, 마음껏 실망하자. 그리고 자유롭게 도란거리자.
--- pp.21~22

열 명의 사람 중 두세 명에게서 미움을 받는다면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게 백 명, 천 명이 넘어가면 두렵다. 퍼센티지로는 동률이어도 숫자로 세어지는 마음이 미움이다. 살면서 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어느 순간 이에 대한 선택을 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긴 대로 살아야겠다는 것’ 말이다. 방송을 하면서부턴 더더욱 그랬다. 어쩔 수 없이 호불호의 평가를 받아야 되는 일을 시작한 이상, 내 방향성은 더 명확해졌다. 그건 바로 대충 미움받고 확실하게 사랑받는 것이다.
--- pp.23~24

‘지친다’는 말의 앞에는 각자만의 외롭고 긴 시간이 널려 있다. 너무 쉽고 이른 지침이 아니라면, 지침을 느낄 때가 바로 스스로를 인정하고 당근을 줘도 될 때라는 말이다. 말에는 힘이 있는데 이 ‘지친다’는 말은 그 힘이 유독 세다. ‘지친다’고 말을 뱉는 순간, 멘탈을 잡고 있던 모든 코어 근육에 힘이 풀리는 느낌이 드니 말이다. 보통 저 말을 뱉으며 주저앉거나 눈물을 터뜨리는 것도 그 때문일 테다.
--- p.99

나의 인생을 극으로 본다면 작가는 나고 주인공도 나다. 작가가 위기에 빠진 주인공 곁에 같이 앉아 ‘어떡해, 어떡하면 좋아’ 하고 발을 동동 굴러선 안 되는 법이다. 걱정에 빠진 내 인생의 주인공인 나를 위해 작가인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음 회차로 이야기를 진전시키는 것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순리에 모든 걸 맡기는 것.

생각에 갇혀 잠 못 이루는 밤, 긴 숨을 쉬어보자. 숨이 나가고 들어오는 것에만 집중해보자. ‘나는 숨을 쉬고 있다. 이렇게 잘 살아 있다. 걱정에 빠진 나를 구원하기 위해, 가만히 숨을 쉬며 누워 있다.’ 이렇게 생각이 정리된 다음, 주인공을 위한 최선의 다음 화를 써내려가는 거다. 주인공이 방치될 순 없으니까.
--- pp.150~151

누군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많은 표현들 중 ‘매력 있다’는 말은, 한 사람이 가진 여러 면들의 다름이 기분 좋은 밸런스를 이루고 있다는 걸 느낄 때 나오는 말이다. ‘멋지다’, ‘예쁘다’, ‘착하다’와 같은 말 보다 여운이 짙은 말. 누군가를 ‘매력 있다’라고 표현하는 나의 기분조 차 좋아지는 건, 한 사람의 다양한 면을 보게 될 때 느끼는 일종의 해소감 때문이다.
--- p.157

내 지난날들엔 비굴하고 비참했던 순간들이 많았다. 모르긴 몰라도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시선도 많았을 것이다. 중요한 건, 빛나는 재능만으로는 할 수 없는 게 ‘살아남기’라는 것이다. 금 밖으로 나가면 게임이 끝나는 동그라미 안에서 변두리로 밀려나 휘청거리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고, 아마 앞으로도 몇 번은 더 올 것이다. 그때 볼품없이 두 팔을 휘저어가며 다시 균형을 잡으려고 애쓰는 것, 그 멋없는 순간 스스로 겸연쩍어 선 밖으로 나가떨어진다면 잠깐은 폼 날지언정 더 이상 플레이어가 될 순 없다. 기억하자. 오래 살아남는 시간 속에 잠깐씩 비참하고 볼품없는 순간들은 추한 것이 아니란 걸. 아무도 영원히 근사한 채로 버텨낼 수는 없단 걸.
--- p.182

자존심과 자존감의 차이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차이만큼이나 크다. 자존심이 꺾이지 않으려 버티는 막대기 같은 거라면, 자존감은 꺾이고 말고부터 자유로운 유연한 무엇이다. 자존심은 지켜지고 말고의 주체가 외부에 있지만 자존감은 철저히 내부에 존재한다. 그래서 다른 누가 아닌 스스로를 기특히 여기는 순간은 자존감 통장에 차곡차곡 쌓인다. 선행에는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욕망이 부록처럼 딸려온다. 어릴 때 칭찬에 길들여졌을 수많은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내성이고, 특별히 나쁠 것도 없는 점이기도 하다. 허나 선행이 누군가의 칭찬과 거래되는 순간 자존감 통장에는 쌓일 것이 없다. 나의 대견함을 ‘알아주는’ 주체를 타인에게 넘겨버릇하는 게 위험한 이유다.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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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하게 수집한 단어로 감정에 이름표를 붙여주는 사람, 그 단어들로 연결된 문장으로 감각을 노래하는 사람. 김이나의 글에서는 풍경이, 속삭임이, 향기가, 씁쓸함이, 따뜻함이 느껴진다. 4분 남짓의 가사가 아닌 한 권의 책으로 그녀를 만날 수 있다니 두근댄다. 아니지, 설렌다. 들뜬다. 떨린다.
- 유희열 (작곡가)
언어가 필요 없는 섬에 표류될 때가 있다. 그때 김이나를 만났고, 음악을 빌미로 가사를 통해 겨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는 그 섬의 내 모습도, 섬에서 보이는 아득한 세상도 전부 아름답다는 걸 가르쳐주었다. 이제는 내가 꿈만 꾸던 것보다 더 넓고 멋진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준 그녀의 언어가 당신에게 닿길 바라며.
- 박효신 (가수)
노랫말은 시와 달라서 너무 생경한 단어를 쓰기도 어렵고 지나치게 난해한 표현을 써서도 안 된다. 들을 때 귀에 쉽게 감겨 와야 하니 누구나 쓸 법한 일상어가 주재료다. 작사가의 개성과 철학을 화려하게 드러낸 가사는 오히려 어색하고 쉽게 질리니 참 묘한 장르다. 그럼에도 어떤 노랫말은 설명하기 힘든 힘을 갖고 있어 어느 날 우연히 듣다가 눈물을 쏟게 하고,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비로소 마음에 들어오기도 한다. 그런 힘은 어디서 비롯될까?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비로소 보통의 언어들이 지닌 힘을 깨닫는다. 관계의 어긋난 ‘시차’를, ‘이해가 안 간다’는 말이 품은 공격성을, ‘찬란하다’의 미묘한 음절을, ‘분노’와 ‘용기’가 지닌 비슷한 방향성과 차이를 짚어내는 이 시선은 지적이면서도 다정하다. 김이나 씨가 만드는 노랫말이 그토록 많은 사람의 마음을 정확하게 어루만지는 이유를 조금 알 것도 같다. 말을 쓰고 다루는 방식은 결국 삶을 사는 방식과도 닿아 있어, 나는 책을 덮으며 이 섬세하고 솔직한 사람이 진심으로 좋아졌다.
- 김하나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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