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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속에서 이룰 수 없는 일은 얼마나 많았던가

: 허수경 시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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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316쪽 | 366g | 128*205*30mm
ISBN13 9788932042169
ISBN10 8932042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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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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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꽃이 질 무렵 봄비는 적막처럼 내렸다

감꽃 천지
군화 발자욱이 그 위를 덮친다

집집마다 아픈 아이들
가위 눌린 잠 속으로 감꽃은
폭풍처럼 휩쓸고 다닌다

어린 살 속에 시린 날을 세우고
발진처럼 불거져 내리는 감꽃

대문 두드리는 소리
비명 소리
미친 듯 떨어지는 감꽃 꼭지
그 위에 적막처럼 봄비가 내린다

날이 밝으면
왜 이리 조용하지 이상하다
아버지는 쓴 입속으로 물을 넘긴다

먼 둔덕 애장터
오지 사금파리가 아리게 반짝이고
어른들은 화전을 부친다
오미자 물을 우려낸다

이상하다, 왜 이리 조용하지.
---「이상하다 왜 이리 조용하지」중에서

한참 동안 그대로 있었다
썩었는가 사랑아

사랑은 나를 버리고 그대에게로 간다
사랑은 그대를 버리고 세월로 간다

잊혀진 상처의 늙은 자리는 환하다
환하고 아프다

환하고 아픈 자리로 가리라
앓는 꿈이 다시 세월을 얻을 때

공터에 뜬 무지개가
세월 속에 다시 아플 때

몸 얻지 못한 마음의 입술이
어느 풀잎자리를 더듬으며
말 얻지 못한 꿈을 더듬으리라
---「공터의 사랑」중에서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 시름, 밟힌 풀의 흙으로 돌아감 당신……, 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러 진설 음식도 없이 맨 술 한 병 차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당신 이쁜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서 끝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는 참혹……, 그러나 킥킥 당신
---「혼자 가는 먼 집」중에서

아이야 사탕을 든 아이야 먼 옛날, 추억의 고무신 공장이 문을 닫던 날, 추운 골목길에서 사탕을 입에 넣고 울던 아이야 나는 너의 미래야 미래의 사랑이야 미움이야 아이야

나는 알아, 그 사탕은 너의 마지막 사탕이었다는 걸, 그다음 네가 먹었던 이 세상의 모든 사탕은 불법이었어 그래, 사탕 안에 들어 있던 건 진흙으로 만든 집이었지, 그 집은

방랑가수를 위한 공연장이었고 하지만 너의 미래인 나에게는 삶의 터전이었어 여의도 근처에서 밥을 벌 때 벌건 태양은 은행과 증권거래소에만 빛을 주었지, 빛이 들어오지 않는 마지막 그 골목에서 차오르는 눈물을 삼키면서 남몰래 흐르는 노래를 부를 때,

그 여름에 사탕을 문 아이를 싣고 떠났다 돌아오지 않은 정치가가 너의 미래였어 정치가가 남긴 신발 한짝이 우리의 미래였어

나는 돌아오지 않았으면 하는 순간마다 새로운 얼굴이 내 앞에 나타나는 것을 느끼지, 울지 마 울지 마,라고 누가 말할 때마다 새로 돋은 잎들이 울잖아 떨면서 지잖아 아이야,

나는 너의 미래였어, 어둔 골목길 불 밝힌 상점 앞에서 극렬한 도둑질을 하고 싶은 고양이 같은 나는 너의 과거였어
---「사탕을 든 아이야」중에서

서는 것과 앉는 것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습니까
삶과 죽음의 사이는 어떻습니까
어느 해 포도나무는 숨을 멈추었습니다

사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살았습니다
우리는 건강보험도 없이 늙었습니다
너덜너덜 목 없는 빨래처럼 말라갔습니다

알아볼 수 있어 너무나 사무치던 몇몇 얼굴이 우리의 시간이었습니까
내가 당신을 죽였다면 나는 살아 있습니까
어느 날 창공을 올려다보면서 터뜨릴 울분이 아직도 있습니까

그림자를 뒤에 두고 상처뿐인 발이 혼자 가고 있는 걸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물어봅니다
포도나무의 시간은 포도나무가 생기기 전에도 있었습니까
그 시간을 우리는 포도나무가 생기기 전의 시간이라고 부릅니까

지금 타들어가는 포도나무의 시간은 무엇으로 불립니까
정거장에서 이별을 하던 두 별 사이에도 죽음과 삶만이 있습니까
지금 타오르는 저 불길은 무덤입니까 술 없는 음복입니까

그걸 알아볼 수 없어서 우리 삶은 초라합니까
가을달이 지고 있습니다
---「포도나무를 태우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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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싶은 상처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늙고 환해지는 것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그렇게 불을 켠 듯 환하고, 그래서 오히려 더 아파지는 자리를 향해 가겠다고. 사랑이 나를 버리고 갔을 때, 세월도 저만치 가고 내게 남은 것은 몸 얻지 못한 마음과 말 얻지 못한 꿈뿐일 때, 나는 어디로 가게 될까? 나도 시인처럼 기꺼이 환하고 아픈 자리로 갈 수 있을까. 공터에 뜬 무지개가 상처를 낫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무지개조차도 다시 아프고야 마는 자리. 아프더라도, 기꺼이 다시 겪는 자리로 갈 수 있을까. 허수경 시인의 시를 읽으며 내내 나에게 묻고 있다.
-「공터의 사랑」 추천의 말
- 안미옥
눈 감으면 코 베어 간다면서, 신경 곤두세우던 것에도 지쳤던 것 같다. 서울 와서 꼭 두 해, 이십대 중반의 나는 이 시를 종종 내가 쓴 시처럼 외고 다녔다. 당시 나는 서울에 사는 서울 토박이가 아닌 나를 무참히 발견해나가던 참이었다. 서울이 별건가 싶었지만, 나도 모르게 낯선 이에게서조차 다정을 바라고 모르는 음식을 마주하면 허기를 감추지 못했다. 어쩜 나는 이 시를 외며 코를 베어 가도 좋다는 마음가짐, 허기를 어쩌지 않을 거라는 오기 같은 것을 다졌던가. 그런 합리적 의심이 든다.
-「먹고 싶다……」 추천의 말
- 김복희
오래 굶주린 후 강렬한 식욕을 느낄 때, 우리는 그저 한 그릇의 밥으로 생을 유지하는 유기체에 불과하다는 것을 통렬히 깨닫는다. 그에 반해 삶은 왜 이다지도 어렵고 단순하지가 않은가. 왜 비극은 몇몇 이들만 찾아가면서 밥때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찾아오는가. 왜 어떤 이는 국밥을 만들기 위해 육수를 세 가지나 섞는데 어떤 이는 허기를 무시하고 독서에 열중하는가. 밥벌이의 역사는 그 모든 이해되지 않는 것들과 함께 계속되고, 그 한가운데에 이 시가 놓여 있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면서도 한 끼 한 끼를 기어코 지속해나가는 사람들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다.
-「내 마을 저자에는 주단집, 포목집, 바느질집이 있고」 추천의 말
- 양송이
타오르는 불을 향해 호기심과 간절함을 담아 손을 뻗는 황홀. 자신의 존재를 산산조각 내어 흩어버리는 간구의 순간. 그렇게 타올랐던 흰 재가 곰의 배 속에서 다시 눈송이로 휘몰아치는 마지막 장면은 허수경식 사랑의 귀환이자 사라지는 방식의 구원이다. 눈과 불, 외로움과 치명, 매혹과 공포가 만나는 장면을 이토록 신비롭고 내밀하게 그려낸 시가 또 있었던가. 「어느 눈 덮인 마을에 추운 아이 하나가」는 내가 생각하는 섹슈얼리티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우화다.
-「어느 눈 덮인 마을에 추운 아이 하나가」 추천의 말
- 이혜미
좋은 시를 만나면 속눈썹이 먼저 반응을 한다. 속눈썹은 인간의 가장 깊고 여린 고독이라, 여간해서는 잘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인다 한들 알아채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시를 읽는 순간 나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느꼈다. 내 마음 안쪽에서도 물새 한 마리가 떨어진 것일까. 사실은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육안으로는 그저 늦은 저녁이, 평화롭기까지 한 저녁이 이어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확신한다. 당신 안에서 물새가 떨어지던 그 시각, 당신을 둘러싼 저녁의 색과 질감이 완전히 바뀌었을 것이라고. 좋은 시는 그런 일을 한다. 소리도 냄새도 없이 당신이 발 딛고 선 땅을 속절없는 그리움의 행성으로 바꿔놓는다.
-「찬 물새, 오랫동안 잊혀졌던 순간이 하늘에서 툭 떨어지는 것을 본 양」 추천의 말
- 안희연
모르는 이로 가득한 이국의 호텔에서도, 가까운 이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일상에서도 우리는 얼마든지 혼자이고 고독한 순간은 늘 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휘파람, 휘이익 불 수 있는 명랑한 악기가 있어 토마토 붉게 넘어지는 거리 너머로 뜻밖의 아름다운 노을을 마주하기도 한다. 휘파람, 명랑하고 작은 악기를 사랑한다면 “조금 우울해도 좋아”. 우울을 좋아할 용기, 우울해도 좋다고 말할 용기를 가질 수 있을까. 이 시를 읽으면 정말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고단한 날들 너머의 작은 우울을 기꺼이 껴안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시는 가만히 함께 휘파람 불어준다. 명랑하고 따스하게.
-「이국의 호텔」 추천의 말
- 주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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