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어머, 지수야, 이번에 시험 잘 봤다며? 정말 축하해!
B 아니야, 이번에 시험이 쉬웠대. 다들 그 정도는 하지!
C 서하는 영어를 어쩜 그렇게 잘하니? 깜짝 놀랐잖아!
D 에이, 얘보다는 얘 오빠가 더 잘해.
어떤 상황인지 머릿속에 그려지나요? 어딘지 익숙한 느낌이 폴폴 올라옵니다. 아이를 칭찬하는 지인의 말에 아이에게 겸손을 가르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칭찬이 민망하고 쑥스러워서인지 다른 말로 둘러대며 지인의 칭찬을 무마시키는 부모의 모습 말입니다.
자녀에 대한 칭찬이 좋으면서도 쑥스럽고, 마치 내가 나를 칭찬하는 것과 같은 느낌에 “고마워, 우리 딸 잘해!”라고 인정하는 것에 인색하고 행여 재수 없게 보일까 봐 걱정합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당사자들 앞에서 펼쳐진다는 것입니다. 정체성이 형성된 성인이 되어도 타인의 평가에 민감하고 좋지 않은 평가에는 신경이 쓰이는데, 아이들이야 말해 무엇할까요? 자신이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점수를 겸손하게 보이기 위해 부모가 평가절하한다면 아이들은 생각보다 더 많이 서운할 수 있습니다. 그 서운함은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M-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는구나’가 되어 정체성 ‘I-나’로 굳어질 수 있습니다.
---pp.29-30 「생각지도 않게 아이에게 상처가 되는 말」 중에서
“왜 하라는 대로 안 해!”, “왜 말을 안 들어!” 등의 비난형 말 습관이 있는 부모들의 내면에는 ‘나는 분명히 말했다’, ‘부모 말이 옳다’, ‘아이는 들어야 한다’ 등의 생각이 깊게 깔려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쉽게 말해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을 동등한 위치가 아니라 서열로 보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죠. 그래서 비난형 말 습관이 있는 부모를 둔 아이들의 특징은 모든 상황에 매우 억울해한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내향적인 성향의 아이들은 그냥 포기한 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pp.79-90 「잔소리로 받아들이는 부모의 말 습관」 중에서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무엇이든 미리 알려 주어 대비하게 해 주고 싶어서 아이의 행동을 교정하려는 말을 자신도 모르게 일상에서 자주 합니다. 하지만 그런 교정 목적의 대화 습관들은 “엄마, 아빠랑 이야기하기 싫어!”라는 반응을 불러일으킵니다.
---p.98 「부모 말 안 듣는 아이 vs 부모 말 잘 듣는 아이」 중에서
부모도 하고 싶은 말을 안 하고 살 순 없으니 이처럼 ‘쓱 화법’으로 무심히 던지는 것인데 이 방식에는 한 가지 핵심이 있습니다. 무심하게 툭 던지고 돌아서는 것입니다. 절대 내가 던진 말에 아이가 분명한 말투로 “네!” 하기를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너, 대답 안 해?”, “대체 몇 번 말해?”, “듣고 있어?”라고 되묻지 않습니다.
-중략-
또 하나, 아이의 표정을 맘대로 바꾸려 하지 마세요. “표정이 그게 뭐야?”, “딱 보니 불만인 표정인데?” 등의 말은 자제해 주세요. 내면의 복잡함을 얼굴 가득히 드러내는 시기이니, 표정을 공손하게 바꿔 주길 바라지 말고 그냥 ‘너의 표정은 너의 것’으로 두세요.
---pp.137-139 「사춘기의 언어로 대화하고 계신가요?」 중에서
말의 사각지대는 말하는 사람이 ‘의도’, 즉 자신의 마음을 중심으로 생각하며 말하기 때문에 생겨납니다. ‘아이를 사랑하니까 이렇게 하는 것이다‘, ’나는 아이를 위해서 한 말이야’ 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문제는 상대방은 의도보단 ‘표현’ 자체로 듣는다는 것입니다. 말하는 사람은 ‘의도’로, 듣는 사람은 ‘표현’으로 해석하다 보니 말의 사각지대가 만들어지죠. 사실 부모인 우리가 아이들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겠습니까? 오로지 아이가 잘되었으면 하는 그 마음 하나뿐이죠.
“야, 내가 너 잘되라고 이야기하지, 누구 잘되라고 이런 말을 하겠니? 응?”
부모인 우리의 의도가 절박하고 선하다 생각하니 우리는 더 당당하게 아이를 혼내며 다그치기도 합니다. 다만, 이런 깊은 의도를 보지 못하는 아이는 표현으로만 해석하니 ‘엄마, 아빠가 나한테만 화내고 나한테만 자주 짜증 내니, 나만 없어지면 되겠구나’ 같은 엉뚱한 해석을 하기도 하죠. 아이의 이러한 ‘엉뚱한 해석’을 막기 위해 부모인 우리가 의도를 잘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합니다.
---pp.162-163 「사춘기 아이를 속상하게 하는 부모의 유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