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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아닌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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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자세와 지혜 54위 | 에세이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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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9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366g | 128*188*30mm
ISBN13 9788937427121
ISBN10 893742712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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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노인이 있으면 돕고, 아이가 있으면 ‘내가 나이를 먹었을 때는 너희들이 사회를 만들어 가겠지.’ 하는 기분으로 소중하게 여기고 싶다. 그다지 탐탁지 않은 상대라도 동료라면 얘기를 들어 주고 싶고, 너무 시끄러우면 “거 참 시끄럽네,” 하고 자연스럽게 말하고 싶다.
--- p.37

오늘 살아 있어 기쁘다. 가족이 웃는 얼굴로 손 닿는 거리에 있어 기쁘다. 하루가 끝나는 게 서글프다. 딱히 관대해진 것은 아니다. 짜증을 부리고, 화도 내고, 고함을 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한껏 그렇지 않게 지낸다.
--- p.41

원인이 있고 개선이 가능하다면 다음에 고치면 된다. 가공의 자신이 아니라 부족하더라도 지금의 자신을 축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 p.43

지금까지 바쁘다는 이유로 최선을 다하지 못한 순간이 어떤 끔찍한 결과를 낳았는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지금부터라도 되찾을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 살아 있는 한, 몇 번이든. 딱히 긍정적인 사고가 아니다. 그냥 사실이다.
--- p.46

나 역시 ‘소설가로 성공했고, 착한 남편이 있고 아이까지 얻었으니 부럽네. 당신은 내 심정을 모를 거야.’ 하는 소리를 듣곤 하는데 그럴 때면 바로 그 자리에서 한 마디 날리고 싶어진다. ‘사흘이라도 좋으니까 이 생활을 해 보라고!’
--- p.68

생각해 보면 내 주위에 있는 수많은,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싶은 대단한 사람들 모두가 그렇다.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작은 일도 허술히 하지 않고, 그 사람만의 방식으로 그 사람만의 세계를 구축해 멀고 아득한 경치를 볼 수 있는 곳에 도달했다가 반드시 동포에게 돌아와 그 먼 경치 얘기를 해 준다.
--- p.164

그 일상적인 일이 얼마나 행복하고 고맙고 활기찬지 말로 다 할 수 없다. 실로 평범한 의견으로 보이겠지만 일상이란 정말 멋지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몸을 아무리 움직여도 끝이 없는 사소하고 잡다한 일로 가득한 이 세계. 그걸 충분히 만끽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목적이다.
--- p.246

이런 글은 쓰기가 무척 힘든 면이 있다. 아이가 없는 인생을 부정하는 것처럼 해석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험하고서 든 생각은 이렇다.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것은 진흙탕에 얼굴을 처박고 그 안에 있는 무언가를 입에 꽉 문 채 숨을 컥컥거리면서 장시간 대기하느라 지쳐서 너덜너덜해졌는데, 그런데도 그 무언가가 깨지지 않았으리란 보장은 없는 그런 체험이다. 그러니 체험하지 않고 지나갈 수 있다면 그래도 좋지 않을까 싶고, 그 기이한 노력에 보상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한 느낌은 다른 일에서도 반드시 느낄 수 있을 테니 어떤 의미에서는 똑같다고도 생각한다.
--- p.274~275

나는 오만하게도 자기 인생은 혼자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기를 기다리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처음 깨달았다. 인생에는, 매일의 시간에는 파도가 있다는 것을. 그 파도를 무시하고 혼자서만 앞으로 쑥쑥 나가면 파도를 읽어 내지 못한다.
--- p.286~287

가령 사람이 죽었어도,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도, 겁탈을 당하거나 살해당했어도 절대 사라지지 않는 강한 것이 이 세상에는 있다. 지금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강한 마음 같은 것. 이런 정체를 알 수 없고 논리적이지 않은 힘이 면면히 인류를 움직여 왔다.
---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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