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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렇게 피곤하게 살까

: 넘치는 생각과 감정 때문에 골치 아픈 당신을 위한 세상살이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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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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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년 10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440g | 140*200*19mm
ISBN13 9788960519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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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크리스텔 프티콜랭의 신작. 세상을 인식하는 태도, 관계 맺기, 감정 조절 등에서 정신적 과잉 활동인은 평범한 사람보다 더 힘들어 한다. 이러한 독자에게 저자는 위로를 건네며 현실에서 유용하게 사용 가능한 팁도 알려준다. - 손민규 인문 PD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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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나를 찾아오는 내담자들은 주로 자기가 “생각이 너무 많다”고 하소연한다. 그들은 공통점이 있다. 아주 예민하고 반항적이며 사회성이 부족하다. 한편으론 창의적이고 감정이입을 잘하고 정이 많은 편이다. 또 남들에게 호의적이지만 지나치게 감정적이라든가, 남의 일에 너무 신경을 쓴다든가, 남들을 선동한다는 비난을 자주 듣는다. 그들은 수시로 ‘동화 속에서 사는 사람’ 취급을 당하며 그들의 친절은 어리석음으로, 과민성은 연약함으로 동일시된다. (중략) ‘정신적 과잉 활동인’은 머릿속이 복잡하게 과열되는 사람을 가리킬 뿐이다. ‘일반 사고인’도 사유의 방식이 일반적 규칙 체계에 맞는다는 의미밖에 없다. 반면, 정신적 과잉 활동인들은 이 규칙 체계에 명백히 맞지 않는다. 그들은 어디서나 밖으로 삐져나온다!
정신적 과잉 활동인들은 이러한 암묵적인 규칙 체계, 즉 사회의 코드를 이해하고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들은 자주 불편함, 어색함, 다른 사람들과의 괴리감을 느끼지만 그 이유를 잘 파악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도 자기가 실수를 하거나, 남들을 불편하게 하거나 어색하게 한 것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참 피곤하고 사기 꺾이는 일이다.
--- p.11~13

1장 알맹이 없는 대화의 존재 이유
정신적 과잉 활동인들은 무해하지만 알맹이 없는 대화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지나치게 무거운’ 주제를 꺼내는 경향이 있다. 그들 딴에는 인생의 끝, 환경, 엘리트 계층의 부패 등에 대해서 ‘진짜’ 대화다운 대화를 해 보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편안하게 바비큐를 즐기려고 온 손님들 입장에선, 진지한 주제에 이렇게 혼자 흥분하는 사람은 귀찮기만 하다.
내 경우, 누가 내 직업을 먼저 물어보더라도 너무 곧이곧대로 답하기 시작하면 그날 모임 내내 분위기가 얼어붙는다는 걸 안다. 상대의 측은지심을 악용하여 자기 잇속을 챙기는 사람, 즉 심리 조종자와 그들이 불러일으키는 불행에 대한 이야기만 줄줄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모임은 내가 모든 손님에게 무료로 상담해 주는 시간 비슷하게 흘러간다. 누구나 자기 삶을 갉아 먹는 심리 조종자를 적어도 한 명쯤은 알고 있기 마련이니까. 결국 나는 놀러 간 자리에서 일만 하다 온다! 상황이 왜 그렇게 되는지 내가 이해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지금은 질문을 받으면 슬쩍 회피하면서 화제를 바꾼다. “아, 오늘 저녁은 일 생각 하기 싫어요! 다 내려놓고 놀러 왔어요.” 회계 일을 하는 친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너도 그냥 회계 일 한다고 해! 그러면 아무도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아!” 글쎄, 아직 시험해 보지는 않았다.
--- p.29~30

2장 문제는 해결하라고 있는 걸까?
기업 내에서 이러한 양상은 뚜렷하게 관찰된다. 문제없는 부서는 뺀질이 집합소 취급을 받는다. 문제를 한 보따리 안고 해결을 위해 애쓰는 (것처럼 보이는) 부서는 진지하고 일을 많이 한다는 말을 듣는다. 부서마다 해결해야 할 문제와 일 더미에 파묻혀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기를 쓰고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 않아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또 다른 문제를 만들게 되니까. 여러분이 문제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은 결국 드러나게 마련이고 생산적이지도 않다. 사람들은 문제는 좋아해도 문제를 만드는 사람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기 문제는 속에만 담아 두고 주위만 휘젓곤 한다.
--- p.57

문제없는 완벽한 세상을 꿈꾸는 이상주의가 모두에게 얼마나 피곤한 지 여러분은 알아야 한다. 집요한 추적과 격퇴, 시도 때도 없는 지적질은 일반 사고인들에게 결코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들은 세상이 불완전하고 언제나 문제가 널려 있다 해도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러니까 그들이 그 문제에 대해서 관여하지 말라고 요구할 만도 하다. 때로는 정신적 과잉 활동인들이 제안하는 대안이 시간, 에너지, 비용 면에서 너무 큰 지출을 요구하기 때문에 비현실적이고 우스꽝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제로 리스크는 존재하지 않는다. 충격적으로 들리겠지만 때로는 다리가 무너지기를 기다렸다가 아예 새로 짓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 또 다른 경우에는, 숨겨진 정치적·재정적 목표가 집단의 이익을 이긴다. 인간사라는 것이 그렇다. 정말이지, 아인슈타인이 옳은 말을 했다. “세상에 문제가 넘쳐나는 이유는 문제에도 대체 불가능한 사회적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은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을 망각하고 있다. 물리학적 법칙에 따라 쇠는 녹슬고, 나무는 썩고, 커피는 차게 식는다. 아무것도 창조되지 않고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는다. 모든 것은 변한다. 문제는 해결하라고 있는 게 아니라 더 중요한 다른 문제들에 파묻혀 사라지라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산다는 건 수백만 년 전부터 그랬다.
--- p.68~69

3장 가상의 바나나를 두고 싸우는 원숭이들
4만 5000여 년 전에 이른바 ‘인지 혁명’이 일어났다. 인간이 추상적 사고를 하게 된 것이다. 인간은 개념의 형태로 사유하고 사건의 결과를 예측하고 가설을 세우고 원인과 결과를 연결하고 다양한 전개를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 바나나를 두고 다툴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 되었다. 그 후로 잠시도 쉬지 않고 점점 더 추상적인 세계에 정신적으로 틀어박혔다. 알맹이도 없는 가설을 두고 다투는 사람들을 잠시 관찰해 보라. 축구 경기의 결과 예측, 장차 있을 내각 개편, 아직 입후보 명단도 나오지 않았는데 선거 결과를 두고 열을 올리는 광경……. 그들은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바나나를 두고 싸우는 옛날의 그 원숭이들이다.
안타깝게도 추상과 예측 능력이 인간에게 알려 준 것은, 나는 연약하고 언젠가는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인간은 엄청난 겁쟁이가 되었다. 추상적 사유로 가득 찬 거대한 뇌 속에서 공포는 부풀어 올라 창의성을 침식했다.
--- p.74~75

4장 불안을 마주하거나 회피하거나
때로는 여러분의 자연스러운 호의가 정반대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여러분을 더욱 밉상으로 만든다. 정신 바짝 차리고 상대를 위로하고 싶은 마음을 단속하라. 아무하고 죽음을 대화의 주제로 삼지 마라. 어떤 사람들에게는 죽음이 정말로 금기시되는 단어다.
기슬렌은 내게 말했다. “선생님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됐어요. 상담 이후에 친구 한 명과 오랫동안 통화를 했어요. 분위기 좋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전화를 끊기 직전에, 제가 무척 좋아했던 삼촌이 돌아가셨다는 말을 털어놓았어요. 그 말을 들은 친구가 당황해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녀는 으레 하는 애도의 말을 건네고는 서둘러 전화를 끊었어요. 예전 같았으면 친구의 그런 반응이 내 마음을 몰라서 그런 거라고 혼자 넘겨짚고 상처받았을 거예요. 하지만 이번에는 그 친구가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불편해해서 그러는구나, 하고 이해했어요.”
--- p.114~115

5장 건드리면 안 되는 이야기도 있다
집단 이야기의 건립 신화 중 하나를 건드렸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대화 상대가 이성을 잃고 발끈하는
반응을 보인다면 알 수 있다. 상대는 마치 이단 종파의 신도가 외워서 하는 말처럼 너무나 빤한 이야기를 염불 외듯 늘어놓을 것이다. 그런 일을 얼마나 많이 겪어 봤는가? 이제 여러분은 메커니즘을 파악했기 때문에 집단의 이야기를 반박하거나 모순을 지적해서 상대의 공격성을 자극하는 경우를 피할 수 있다. 공격적 반응은 더 이상 물고 늘어지면 안 된다는 신호다! 일반 사고인들은 그 점을 잘 안다. 집단의 이야기 속에 머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 이야기를 무너뜨리지 않아야 한다. 비판을 좀 할 수는 있다. 비판도 시간을 죽이는 수다의 일부다. 그렇지만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
--- p.161~162

6장 인생은 거대한 모노폴리 판
여러분은 정의감이 투철하고 진실을 중시하기 때문에 성가신 일에 휘말리기 쉽다. 아마 어렸을 때부터 이런 말을 많이 들었을 것이다. “진실이라고 해서 말해도 다 좋은 건 아니다.” “사람들은 쓰라린 진실보다 달콤한 거짓말을 더 좋아한다.” 격언들은 진실을 말할 때 따르는 위험을 잊지 않고 경고한다. 하지만 정신적 과잉 활동인은 침묵을 지킬 줄 모르고 너무 자주 진실의 함정에 빠져든다.
내담자 마리엘렌이 그 함정의 메커니즘을 밝혀 주었다. 그녀는 내게 설명했다. “저는 사람들의 비언어적 의사소통에 민감하거든요. 그래서 누가 거짓말을 하면 대개 알 수 있어요. 가령, 우리 집 커튼이 참 멋있다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면 저는 바로 알아차려요. 그 사람이 좋아하지도 않는 걸 좋아하는 척 거짓말하는 게 기분 나빠요. 차라리 자기 인테리어 감각하고는 좀 안 맞는다고 얘기하는 게 나아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솔직한 태도는 외려 호감 가잖아요. 그런데 역으로, 다른 사람들도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알아차릴 테니 제가 마음에 없는 말을 하면 다 알 거 아니에요. 그래서 저는 그 사람 기분을 생각해서 솔직하게 진실을 말하는 거예요.” 내가 결론을 내렸다. “거짓말로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다 보니 커튼이 흉하다는 말을 대놓고 하게 됐군요!” 우리는 함께 킬킬대고 웃었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진실의 함정은 실제로 이런 것이다.
--- p.219~220

7장 선 없는 인간의 선 찾기 연습
여러분이 나를 붙잡고 씁쓸하게 털어놓은 게 한두 번인가. “회사 사람들은 뭔가 힘든 일이 있으면 꼭 저를 찾아와요. 하지만 이제 됐다 싶으면 바로 달아나 버리죠.” 자, 이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일반 사고인은 속내를 털어놓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랬다는 건 정말로 힘들었다는 것이다. 여러분은 그때를 틈타 별의별 얘기를 다 들었다. 이제 그 사람은 자기에 대해서 너무 많이 아는 여러분이 두렵다. 여러분이 지닌 일종의 산파술 때문에, 그리고 자신이 바닥까지 보여 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게다가 여러분은 이미 그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아는 데 더 알기 위해 그를 다시 속내를 털어놓는 사이로 돌려놓으려 든다. 정신적 과잉 활동인들이 반갑다고 달려드는 즉각적 친밀함은 덧없는 것, 일반 사고인들이 거추장스러워하는 것이다. 그러니 다음에 이런 일이 있거든 좀 더 신중하고 편안하게 굴고 매달리지 말라. 상대에게 믿고 털어놔 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상대가 한 말은 두 사람만의 비밀로 남겨 두라. 그러면 상대는 안심하고 나중에 여러분과 마주쳐도 덜 거북해할 것이다.
--- p.253~254

8장 오해와 이해 사이를 살아가는 법
여러 저자가 정신적 과잉 활동인들의 만성 우울증을 지적하고 너무 머리가 빠릿빠릿하게 돌아가는 것도 불행이라는 식으로 말한다. 우리가 허구한 날 우는소리를 한다고 말이다! 내가 보기에 그러한 오해는 정신적 과잉 활동인들이 실존적 불안을 용기 있게 마주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런 부분을 일반 사고인들은 못마땅하게 여기고 천성이 우울해서 그렇다는 식으로 말한다. 죽음 불안, 인생의 의미, 그딴 걸 왜 정면으로 붙잡고 늘어지냐고 비판한다. 하지만 이 평가는 단단히 잘못됐다. 실존적 불안을 회피하는 것보다는 용기를 내어 직시하는 편이 훨씬 더 정신적으로 건강한 태도라고 하지 않는가. (중략) 감정의 롤러코스터는 정신적 과잉 활동인의 특기다. 그런데 일반 사고인들은 건강한 정신 상태를 안정적이고 기복 없는 기분과 동일시한다. 그게 문제다. 그들은 그들만의 기준대로 용인할 수 있는 정도를 정해 놓고 그걸 넘어가는 사람은 문제 있다는 식으로 판단한다.
--- p.272~273

나는 상담을 하면서 여러분이 불러일으킨 부정적 반응과 푸대접을 상기시킬 때마다 여러분이 진심으로 놀라는 모습을 이골이 나도록 보았다. 의식적인지 무의식적인지는 모르지만 정신적 과잉 활동인은 충돌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여러분 각자의 내면에는 시라노, 인간 혐오자, 돈키호테가 조금씩 있을 것이다. 이 인물들처럼 부러지기 전까지는 굽히지 않는다. 진실, 완벽주의, 올곧음에 목말라 있기에 대쪽 같이 굴고 자발적 예속의 코드와는 타협하지 않는다. 그렇다, 여러분은 무릎을 꿇으면 피할 수 있는 총알을 그냥 서서 맞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을 도발하려는 의도는 없다. 어디서 실수했는지 이해하기 위한 건설적 피드백이 부족할 뿐.
---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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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머릿속이 바쁘고 복잡한 신경비전형인의 삶은 유달리 피곤하다. 한편으론, 그래서 고독하다. 다른 사람들과 쉽게 융화되지 못함은 물론, 때론 내가 나를 이해할 수 없어서 고통받기도 한다. 그러나 삶을 서글프게 만드는 거대한 고독감 앞에서도 쉬이 움츠러들 필요는 없다. 저자의 말처럼, 어딘가 남다른 우리에겐 ‘힘’이 있다. ‘두렵고 황량한 내면의 공허를 머물러 쉴 수 있는 여백으로 바꿀 힘’이.
책장을 덮고 나니, “남들과 비슷해지고 싶다”는 가파른 욕망이 거짓말처럼 사그라드는 걸 느꼈다. 타인을 더 알고자 할수록 되레 그런 나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다. 내가 나임을 죄악시했던 지난날들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가장 자유로운 삶은 가장 나다운 삶이며, ‘나다움’에는 어떠한 가치 판단도 끼어들 수 없다는 걸 깨닫게 해 준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 정지음 (《젊은 ADHD의 슬픔》 《오색 찬란 실패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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