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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 한정 도서부

[ 초판 한정 작가 사인 인쇄본, 양장 ] 위픽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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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1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212g | 100*180*20mm
ISBN13 9791168127319
ISBN10 1168127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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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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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를 자유로이 놓아주시오」 도하는 민트색 점착식 메모지 위에 적힌 손 글씨를 한참 바라보았다. 메모는 사물함 속 반납해야 할 책 위에 놓여 있었다. 다른 내용 없이 그 한 줄이 단정하고 야무진 필체로 쓰여 있었다. 특히 받침이 있는 글자와 없는 글자 사이의 균형이 신기할 정도로 좋았는데, 그래서 처음에는 컴퓨터로 작성된 인쇄물이라고 생각했으나 메모지 뒷면에 번진 잉크 자국을 보고 손 글씨임을 깨달았다.
--- p.5

방과 후의 도서관은 사서 교사만 있는 풍경이 대부분이었다. 간혹 수업 자료를 찾는 교사나 학생이 보여도 소수였다. 눈에 익은 얼굴이 있다면 고개만 살짝 까딱하며 알은체하는 3학년 명찰 색깔의 안경 쓴 여학생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그 애는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니니 정식 이용자라고 할 수는 없었다.
--- p.8

“저는 미화부에서 줍깅하려고 했습니다만.”
미화부가 있는지 아닌지도 모르면서 일단 그렇게 말해두었다.
“음, 벌칙 봉사 활동이라도 이왕이면 재능을 살리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지만…… 학생 본인이 환경문제에 더 관심이 있다면 강요할 수는 없겠죠. 다음부터 연체는 주의해주세요.”
--- p.19

순간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당연히 무서워서는 아니었다. 망자의 혼을 보는 일이야 도하에겐 새로울 것도 없고, 수정 같은 혼은 제 추억의 장소에 머물기 좋아하는 ‘유유자적파’라 누군가를 해할 의도도 없기 때문이다. 이 서늘함의 원인은 다름 아닌 사서 교사 가문비였다. “그러니까…… 선생님도…… 보이세요?”
--- p.24

매일 곳곳에서 혼을 보지만 도하가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은 드물었다. 대부분의 혼은 도하가 자신을 알아본다는 사실을 알아도 고요하고 무신경하다. 그들의 최우선 순위는 자신의 ‘문턱’에서 만족할 만큼 시간을 보내는 것뿐이기에 낯선 산 사람에게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러나 몇몇 혼은 그런 재능을 가진 인간을 신기해하며 말을 걸어오고 싶어 하는데, 그럴 때 이에서 먼저 목소리를 내주지 않는 이상 혼은 목소리를 낼 수 없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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