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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람의 저니 : 영원한 퇴사

우리의 자리이동
황보람 | 편않 | 2023년 10월 16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 판매지수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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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148쪽 | 128*188*20mm
ISBN13 9791197981067
ISBN10 1197981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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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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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직을 안 하는데?”라고 묻는다면, “이력서 쓰기 싫어서”다. 한마디로 질려 버렸다. 20대에는 인생이 증명이라고 생각했다. 증명하느라 서른 중반도 넘겼다. 막상 증명이 좀 되었다 싶으니 머리를 딱 얻어맞은 기분이다. 아, 이 증명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구나. 알아 버렸다. 증명 매트릭스는 누가 면접관으로 앉아 있느냐, 경쟁자는 무슨 이력을 지녔느냐에 따라 매번 달리 짜였다. 그래, 이 증명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뿐 아니라, 진짜조차 아니다.
더 이상 증명할 것도, 초조할 것도 없다. 나는 이 시험을 치를 필요가 없다. 남이 목에 걸어 주는 합격 목걸이는 필요 없다. 나중에 장물아비도 안 쳐줄 가짜다. 남이 차려 놓은 시험장은 영원히 퇴장이다.
--- 「너의 계획은」 중에서

이후 나를 포함한 기자 세 명은 증권부로 발령이 났다. 좌천이었다. 한 명은 곧바로 퇴사했다. 또 다른 한 명은 증권부 출입을 며칠 못 채우고 출근 준비를 하다 돌연사했다. 그날 이후 나는 간단한 시황 기사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매일을 처참하게 보냈다. 증권부 입장에서도 이런 애물단지는 필요가 없었다. 나 또한 회사에 일말의 애정도 남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를 못 견디고 국회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회사를 나왔다.
--- 「계획」 중에서

지금 내가 감히 겨뤄 보고 있는 건 ‘계획’이라는 신이다. 오늘까지 무신론자인 나로서는 신의 계획이 나를 이끌고 있다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다. 사실 그저 되는 대로 흘러온 기분도 든다. 계획하지 않은 적은 없으나, 계획대로 된 것도 딱히 없으니까. 그저 보고 싶다. 내가 갈 길을 분명하게. 이정표가 아예 바닥에 떡 하니 찍히면 좋겠다. 그걸 밟고 나아가기만 하면 되게. 그 이정표를 알아볼 눈. 제3의 눈. 나의 근원이 나에게 명징하게 제시하고 있는 그 사인을 알아보고 싶다. 그게 신이라면 믿어 보고도 싶고.
--- 「기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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