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예절차문화연구소는 24년 전통을 자랑하는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 생활예절·다도전공을 졸업한 동문들로 구성되었다. 본 연구소에서는 이미 2015년에 《공감생활예절》을 펴내 가정에서 비즈니스 현장까지 변화하는 예절 문화를 선도하였다. 그 후속 작업으로 다도의 이론과 실제를 중심으로 《공감다례》 발간을 통해 인문다도와 예절의 두 축을 이루게 되어 매우 뜻 깊은 일이라 여긴다.
---p.6 「인사말」 중에서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스스로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행동을 이끌며 사회와 소통한다. 일상의 품격과 멋은 여유와 자긍심을 채워주는 자산이 된다. 차는 이 모든 것을 위한 장르이다. 우리는 찻일을 통해 흐름을 알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소통하는 것을 익힐 수 있으며 차를 통해 감각적인 풍요로움과 일상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삶의 순간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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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을 위한 특별한 차를 즐기고 싶다면 1인 다구를 세팅하고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물을 준비한다. 알맞은 물에 차를 우리기 위해 살피고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느긋하게 혼자 마시는 차를 신선의 경지라고 하는데 21세기 신선에게는 신속, 정확 역시 꽤 중요하다. 정량이 담긴 다양한 종류의 티백은 손쉽게 나를 대접할 수 있게 하고 주변을 빠르게 정리할 수 있어 바쁜 일상에서 사랑받고 있다. 간편하게 사용하는 머그컵은 다양한 컵받침으로도 분위기 전환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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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많은 종류의 차에 놀라고, 맛과 향이 주는 신비로운 변화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찻잎이 다양한 차로 변하여 전하는 매력은 차를 즐기는 이에게는 선물과도 같다. 사람들은 평소에 즐기던 음식, 어린 시절부터 맛보았던 것들을 바탕으로 맛과 향을 표현하게 되는데, 차를 자주 마셔보지 않았다면 그 차이를 바로 알아차리거나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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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발효도에 따라 형태와 크기를 고려하여 선택한다. 다관은 너무 무겁지 않은 것이 좋으며 손으로 잡았을 때 편해야 한다. 백자류의 다기는 가장 대중적이며 정갈하고 깨끗하여 찻자리에 잘 어울린다. 차의 색을 잘 보여주기 때문에 녹차나 청차를 마시는 데 좋다. 분청류의 다기는 차의 종류와 사용 빈도에 따라 찻물이 배어들면서 길들여진다. 분청다기의 변화를 즐기려면 한 다관에 한 종류의 차만 우리는 것을 권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세척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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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는 《삼국사기三國史記》 〈백제본기百濟本記〉와 정도전이 쓴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에 등장하는 고사성어로, 우리 민족이 추구했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말이다. 검소하면서도 누추한 데 이르지 않고, 화려하면서도 사치스러운 데 이르지 않는 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라는 뜻이다. 이 뜻을 새기며 검소하지만 잘 갖추어 소홀하지 않고 화려하거나 사치스럽지 않은 찻자리를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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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자리는 종합예술 공간이다. 사람과 다양한 요소가 조화를 이루는 장소이기에 늘 풍요롭고 즐겁다. 찻자리는 동석한 사람들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자리이다. 찻자리에 존재하는 공감요소와 그것을 즐기는 정도에 따라 행복감이 더해진다. 모든 요소들이 그 자리에 참석한 구성원을 배려한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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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식물은 꽃이 피면 같은 해에 씨앗이나 열매가 익는 데 반해 차나무는 꽃이 피면 1년 뒤인 이듬해 가을에 열매가 익는다. 꽃이 핀 뒤 열매가 완전히 익기까지 꼬박 1년이 걸리는 것이다. 이렇게 그해 핀 꽃과 작년에 열린 열매가 함께 만난다 하여 실화상봉수實花相逢樹라고 한다. 1년 전 핀 꽃이 열매가 되어 1년 후 핀 꽃을 맞는 것이 후손을 다정하게 맞이한다는 상징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차나무를 화목和睦나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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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킨은 폴리페놀의 일종으로 우리 몸 속 활성산소를 제거해 노화와 질병을 예방하는 항산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쓰고 떫은맛을 내는 폴리페놀은 식물이 자외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낸 것으로 거의 모든 식물에 함유되어 있지만, 차의 카테킨이 폴리페놀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항산화 성분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카테킨의 약리작용은 이 외에도 콜레스테롤의 수치 감소, 심장질환 예방, 지방분해 촉진, 중금속 제거, 충치 예방, 악취제거, 항균 작용, 미백 등에 효과가 있어 다양한 분야에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특히 녹차는 카테킨을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는데 이러한 효능으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건강식품’에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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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화차와 발효차라는 용어 문제는 논란거리 중 하나이다. 찻잎의 색이 점차 변화하는 것을 미생물의 발효과정으로 알고 있었기에 산화차를 발효차로 불러왔다. 하지만 과학적 실험을 통해 산화Oxidation와 발효Fermention의 용어 정리가 명확해졌다. 이에 학계에서는 미생물에 의한 발효만 발효차라 하고 다른 차종은 산화차라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 점차 정리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무역과 공문서에서 발효를 써온 관계로 차제품의 설명서나 식품등록, 세관통과 등 공적문서에서는 아직 산화차가 아닌 발효차로 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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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옥판차를 담는 포장에서도 일제강점기의 시대적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만들어진 차는 종이에 담아 사각형 모양으로 포장하여 차통에 넣었는데 앞면에는 백운옥판차의 상표인을, 뒷면에는 꽃문양으로 한반도를 형상화하였다. 옆에는 “백운일지 강남춘신白雲一枝 江南春信”이라 쓰여 있는데 “백운동 한 가닥 나뭇가지에 날아든 강남의 봄소식”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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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끓이는 것은 혹시 있을 유해물질을 없애고 물을 부드럽게 하여 차맛을 더 좋게 하기 위한 것이다. 당나라 소이는 끓인 물은 차의 생명을 쥐고 있다고 했다. 차는 고온의 물에서 풍미가 더욱 살아나지만 지나치게 온도가 높으면 오히려 차맛을 해치기도 한다. 또한 물이 덜 끓으면 차맛은 충분하지 않고 지나치게 끓으면 차맛이 힘을 잃게 된다. 옛 차인들은 물을 끓이는 것을 ‘탕후湯候’라고 하여 단순히 끓이는 것을 넘어 알맞은 탕수를 얻기 위해 끓고 있는 물을 다양하게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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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그 이름과 외형에 이미 제조 방법과 우리는 레시피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차를 우리기 위한 세부사항, 즉 차의 양, 물의 양, 물 온도, 우리는 시간 등은 레시피를 구성하는 요소이다. 레시피의 세부사항은 차의 외형을 보고 결정해도 무리가 없다. 다시 말해, 차의 외형은 레시피를 위한 참고서라고 할 만하다. 외형이 단단하게 말렸는가 혹은 느슨하게 풀어졌는가는 그 차의 포법, 다기의 선택 및 우리는 시간 등을 정하는 첫 번째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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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덕왕은 충담에게 차 한잔을 부탁하였다. 그가 달인 차는 맛이 독특하고 잔에서도 기이한 향이 진하게 났다. 경덕왕은 차 한잔으로 충담의 뛰어남을 가늠했고, 그가 세간에 알려진 〈찬기파랑가〉를 지었다는 것을 전해 듣고 자신과 백성을 위해 향가 한 수를 지어달라고 하자 충담은 〈안민가〉를 지어 바쳤다. 이후 왕이 왕사로 봉하고자 했으나 그가 사양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한 잔의 차를 달여내는 과정과 차맛에서 그 사람의 품성이 그대로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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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선비들의 차문화 생활은 군자가 되고자 하는 수양의 행위이자 여가생활이었다. 특히 고려 말, 조선 초 지식인들은 시대적 소용돌이 속에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자기수양과 더불어 자연 그리고 인간과의 소통을 위해 차를 즐겨 마셨다. 또한 사신외교 및 무역을 중심으로 중국과 일본의 차가 유입되어 다양한 차를 즐겼다. 그 흔적을 차인들이 남긴 시를 통해 찾아본다.
---p.174
불가에서는 차와 선을 묶어 흔히 선차禪茶라고 한다. 선이란 마음을 한 대상에 집중함으로써 흔들림이 없게 하여 깊이 세밀하게 사유하는 것을 말한다. 선차수행이란 차 마시는 일을 통해 직관적인 선의 경계에 닿는 일이다. 선은 말이나 글로 하는 것은 아니다. 차 또한 그러하다. 차와 선은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실제 수행을 통하여 그 경계가 터득된다. 그래서 차선일미 또는 차선일체라고 한다. 차를 달여 마시며 자신의 존재와 우주의 일체감을 체득하는 것이 바로 차선에서 얻는 깨달음이다. 차생활은 늘 마음이 깨어 있다. 일부러 깨어 있고자 하지 않아도 이미 절로 성성하게 마음이 살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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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생활은 ‘멋’을 배우게 한다. 멋이란 자연스러움을 체득할 때 얻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자연스러움은 자연의 이치를 생활 속에 체득하여 실천하는 것이다. 이때 비로소 자연스럽다는 말을 듣게 되고 바람직한 인격이 형성된다. 아무리 중요하고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너무 넘치거나 모자라면 조화를 이룰 수 없다. 차생활에 함께하는 차나 차도구 역시 분수와 격에 맞아야 그 기능의 최대치를 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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