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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의 남작

[ 이탈로 칼비노 탄생 100주년 특별판,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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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1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48쪽 | 130*210*30mm
ISBN13 9788937426292
ISBN10 893742629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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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코지모 형은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굵은 나뭇가지가 갈라진 곳까지 올라간 다음 그곳에 걸터앉아 팔짱을 낀 채 다리를 흔들었다. 삼각 모자를 이마까지 눌러쓰고 고개를 푹 숙였기 때문에 움츠린 어깨만 보였다. 아버지는 창턱에 몸을 내밀었다. “거기 앉아 있다가 지치면 생각이 바뀔 거다.” 아버지가 소리쳤다.
“절대 바뀌지 않을 거예요.” 형이 나뭇가지에서 말했다.
“어디 두고 보자, 금방 내려오고 말걸!”
“절대 내려가지 않을 거예요!” 형은 그 말대로 했다.
--- p.21

코지모 형은 호랑가시나무 위에 있었다. 나뭇가지들이 사방으로 뻗어 땅 위에 높은 다리가 놓인 것 같았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었고 태양이 빛났다. 나뭇잎 사이로 해가 비쳐 우리는 코지모를 보기 위해 눈 위에 손차양을 만들어야만 했다. 코지모 형은 나무 위에서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 위에서 본 세상은 밑에서 보던 것과 완전히 달랐고 하나같이 재미있었다.
--- p.22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머니는 형이 다른 곳이 아니라 바로 어머니가 지켜보는 그 장소에 다시 나타날 것이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계속 망원경을 응시했다. 하지만 때로는 어머니의 생각이 틀렸음을 속으로 인정해야만 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망원렌즈에서 눈을 떼고 무릎 위에 펼쳐놓은 지적도를 살펴보았다. 어머니는 생각에 잠긴 듯 한 손을 입에다 대고 다른 한 손으로는 아들이 가 있을 만한 지점이라고 생각되는 곳에 이를 때까지 지도의 부호들을 따라갔다. 그리고 각도를 계산한 뒤 나뭇잎들이 바다를 이룬 어떤 나무 꼭대기로 망원경을 돌리고 천천히 렌즈의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어머니가 어느 곳을 지켜보든, 그녀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떠오르면 우리는 어머니가 그곳에서 형을 발견했고 형이 진짜 거기 있음을 알 수 있었다!
--- p.60

반면 그 밑에 있는 우리들의 세상은 평평했으며 우리는 균형이 맞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형이 나무 위에서 알게 된 것들과, 나무가 몸통 내부에 나이테를 나타내는 원을 만들기 위해 세포 조직을 응축시키는 소리, 곰팡이가 산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함께 실려 온 먼지와 섞여 점점 커지는 소리, 둥지 안에서 잠자던 새들이 몸을 떨며 깃털이 제일 부드러운 날갯죽지에 머리를 쑤셔 넣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나비 유충이 깨어나는 소리와 때까치 알이 깨지는 소리를 들으며 매일 밤을 보내는 형에 관해 우리는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 p.108

사냥한 짐승을 코지모 형에게 갖다주기 위해 오티모 마시모는 자기가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가지까지 두 발로 기어 올라갔다. 코지모 형은 내려가서 개의 입에서 토끼와 꿩을 받아들고 개를 쓰다듬어주었다. 이 모든 것이 그들 사이의 친밀감의 표시이자 의식이었다. 하지만 땅과 나뭇가지 위에 있는 둘 사이에서 짧게 개 짖는 소리와 혀를 차고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를 통해 계속 대화가 오갔고 둘은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 개에게는 인간이, 인간에게는 개가 필요했고, 그들은 서로 절대 배신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 세상에 있는 인간과 개와 다르기는 했지만 행복한 인간과 개였다고 말할 수 있다.
--- p.118

결국 항상 가까이에 있는 잔 데이 브루기 때문에 코지모 형에게 독서는 삼십 분 정도 시간을 보내는 소일거리가 아니라 중요한 근심거리, 하루의 목표가 되어버렸다. 책을 다루고 그것들을 평가하고 구입하고 그 책에서 점점 더 많은 지식과 새로운 지식을 알아내면서, 잔데이 브루기를 위해 책을 읽고, 또 자신의 필요 때문에 독서를 하다 보니 코지모 형에게는 독서와 인간 지식에 대한 열정이 생겨나게 되었다. 형은 하루 종일 읽고 싶은 책만 읽었고 밤에도 램프 불빛 아래에서 계속 책을 읽었다.
--- p.141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할 공동의 문제가 있었기에 각자 다른 개인적인 관심을 뒤로 미루었는데, 자신의 생각이 다른 많은 훌륭한 사람들과 일치하고 또 그들로부터 존경받고 있다는 기쁨이 모든 것을 보상해 주었다. 얼마 뒤 공동의 문제가 해결되어 모든 문제가 사라지면, 코지모형은 연합한다는 것이 처음처럼 그렇게 좋지만은 않고 지도자가 아닌 인간으로 존재하는 게 더 가치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형이 대장이었기 때문에 이제껏 살아온 대로 숲속 나무 위에서 매일 밤 혼자 보초를 섰다.
--- p.162

코지모 형은 무슨 말이든 할 수 있었고 그녀를 도와주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었다. 그녀에게 이렇게 말할 수도 있었다.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말해봐, 난 준비가 되어 있어…….’ 그러면 그녀는 다시 형으로 인해 행복해졌을 테고 둘이 함께 그늘 없는 행복을 느낄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코지모 형은 이렇게 말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온갖 노력을 다 기울여 진정한 자신으로 남지 않는다면 사랑은 존재할 수 없는 거야.” 비올라는 반박하려는 동작을 했는데 그것은 또한 피곤하다는 동작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사실 지금까지 형을 이해해 왔던 것처럼 지금도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그녀의 입술 위에서 이런 말이 맴돌았다. ‘너는 내가 원하는 그대로야…….’ 그리고 당장 형이 있는 곳으로 올라갈 수도 있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리고 말했다. “그러면 넌 혼자 네 본래 모습으로 있으렴.” ‘하지만 나 혼자 있어야 한다면 내 본래 모습으로 있는다는 건 아무 의미가 없어…….’ 이게 바로 코지모 형이 하고 싶은 말이었다.
--- p.269

멋진 노트가 만들어지자 코지모 형은 그 노트에 ‘불평과 만족 노트’라는 제목을 붙였다. 하지만 노트가 다 채워졌을 때에도 그것을 보낼 집회가 없었다. 그래서 그 노트는 끈으로 나무에 묶인 채 그대로 매달려 있었고 비가 오면 글씨가 지워지고 비에 젖었다. 그 모습은해결되지 못하고 그대로 남아 있는 가난을 상징하듯 옴브로사 사람들의 마음을 조였고 변화의 열망을 가슴 가득 심어놓았다.
--- p.295

번쩍번쩍 빛나는 견장을 단 수행원들을 거느리고 황제가 도착했다. 어느새 정오였다. 나폴레옹은 고개를 들어 나뭇가지 사이로 코지모 형을 보았다. 햇살 때문에 눈이 부셨다. 나폴레옹은 코지모 형에게 의례적인 말 몇 마디를 건넸다. “나는 당신 같은 사람을 잘 아네, 시민…….” 그리고 손차양을 만들었다. “……나뭇잎 사이로…….” 그리고 눈 위에 바로 내리쬐는 햇볕을 피하기 위해 옆쪽으로 살짝 비켜섰다. “너무 무성한 나뭇잎 속에서…….” 코지모 형이 동의의 뜻으로 깊숙이 머리를 숙이자 해가 다시 나타났기 때문에 그는 다시 옆쪽으로 비켰다. 보나파르트가 안절부절못하는 것을 본 코지모 형이 정중하게 물었다.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폐하?” “그렇게 해주게, 그렇게 해주게.” 나폴레옹이 대답했다. “부탁인데 이쪽으로 조금만 움직여서 해를 좀 가려주게, 자, 그렇지, 가만히…….” 그런 다음 갑자기 무슨 생각에 빠진 듯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총독 에우제니오에게 말했다. “어떤 일이 생각나는데…… 예전에 있었던 어떤 일이…….” 코지모 형이 끼어들어 도왔다. “당신이 아닙니다, 폐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었습니다.”
---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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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탈리아가 폭발하고 영국이 불타고 세계가 멸망하는 동안 이탈로 칼비노만큼 내 곁에 두고 읽을 더 훌륭한 작가는 없을 것이다.
- 살만 루시디
보르헤스와 가르시아 마르케스처럼 이탈로 칼비노는 우리를 위하여 완벽한 꿈을 꾼다. 세 작가 중 칼비노는 가장 낙관적이며, 인간 진실에 대한 호기심을 매우 다양하고 부드럽게 보여 준다.
- 존 업다이크
칼비노는 20세기 이탈리아의, 그리고 유럽의 가장 훌륭한 작가 중 하나이다.
- 뉴욕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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